-
-
눈에 보이지 않는 국경의 지도책 - 국제 정세의 흐름을 읽는 데이터 지리학
델핀 파팽.브뤼노 테르트레.세마르탱 라보르드 지음, 이수진 옮김 / 윌북 / 2026년 7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지도 위 국경선들이 제국주의의 탐욕과 정치적 타협으로 그어진 인위적인 결과물임을 데이터를 통해 폭로한다. 관광 수익을 위해 방치된 기형적인 월경지의 이면을 살피며, 오늘날의 국경이 안전을 위한 울타리인지 혹은 새로운 분쟁의 씨앗인지에 대한 묵직하고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표지 문구처럼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겨왔던 지도 위의 선, 즉 국경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데이터 지리학 서적이며 역시나 책을 읽고 나니 늘 보던 세계 지도가 완전히 다르게 보였다. 학창 시절 사회나 지리 시간에 무심코 외웠던 세계 지도 속 국경선들은 마치 태초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자연의 섭리처럼 보이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그것이 철저히 인위적이고 때로는 폭력적인 역사의 산물임을 깨닫게 된다.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대체 국경은 누가 이렇게 마음대로 정했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산맥이나 강 같은 거대한 자연적 지형을 경계로 삼은 곳도 존재하지만, 아프리카나 중동의 지도처럼 자를 대고 반듯하게 그은 듯한 인위적인 직선 국경들은 제국주의 열강들의 이권 다툼과 식민 지배가 남긴 뼈아픈 흉터다. 그들은 그 땅에 뿌리내리고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과 고유한 문화, 종교, 민족적 배경은 철저히 무시한 채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탁상공론 식으로 마음대로 선을 그었다. 그 오만한 펜대 놀림은 오늘날까지도 수많은 유혈 사태와 영토 분쟁의 멈추지 않는 원인이 되고 있다. 북위 38도 선으로 분단되었던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일것이다.
특히 흥미로우면서도 무척 생소했던 부분은 '월경지(Exclave)'에 대한 이야기였다. 월경지란 특정 국가의 영토지만 다른 나라의 영토에 완전히 둘러싸여 섬처럼 뚝 떨어져 있는 기형적인 땅을 말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행정적, 군사적으로 관리하기가 매우 불편하고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주변국과 서로 영토를 교환하거나 병합하여 국경을 단순화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월경지가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지되는 기막힌 이유는 정치적 자존심이나 해묵은 역사적 앙금 때문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독특한 지리적 형태를 무기 삼아 관광객 유치라는 지극히 자본주의적이고 경제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복잡한 국경을 굳이 방치하고 심지어 즐긴다는 사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인간의 탐욕과 실용주의가 빚어낸 한 편의 블랙코미디 같은 현실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국경의 모순을 마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묵직한 질문 하나에 도달하게 된다. '과연 국경은 우리의 안전을 지켜주는 든든한 울타리인가, 아니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또 다른 분쟁의 씨앗인가?' 과거 세계화 시대가 도래하며 국경의 의미가 점차 희미해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작금의 현실은 정반대의 길로 흘러가고 있다. 난민 문제, 감염병의 전 지구적 확산, 희소 자원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각국은 오히려 물리적 장벽을 더 높게 쌓아 올리고 국경 통제를 매섭게 강화하고 있다. 자국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국경을 폐쇄적으로 운용할수록, 역설적으로 그 경계선 주변에서는 배타적 민족주의가 싹트며 긴장과 갈등이 고조되는 딜레마가 발생한다.
결국 저자가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한 영토의 구획 정보가 아니다. 다채로운 시각 자료와 데이터를 통해 그어진 선 너머에 존재하는 인간의 이기심, 권력의 작동 방식, 그리고 세계 정치의 냉혹한 현실을 입체적으로 조망하게 해 준다. 우리는 국경이라는 단단한 선에 갇혀 타인을 우리와 그들로 너무도 쉽게 구분해 온 것은 아닐까. 단절과 혐오의 벽이 아닌, 소통과 공존을 위한 경계로서 국경을 재정의할 수 있을지 깊은 고민을 안겨준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한 차원 넓혀주는 훌륭한 나침반 같은 책이다.
#눈에보이지않는국경의지도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