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하라, 미드에서 과학을 보다 하리하라 사이언스 시리즈 3
이은희 지음 / 살림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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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활자로만 만나던 과학은 복잡한 수식과 암기해야 할 원리투성이인 지루한 과목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지루한 과학에서 신나게 탈출하기 프로젝트"라는 표지의 야심 찬 문구처럼, 대중에게 친숙하고 자극적인 미드의 에피소드를 지식 탐구의 완벽한 미끼로 활용한다. 치밀한 범죄 현장의 혈흔 분석, 정체불명의 바이러스 감염 경로, 시체에 남겨진 미세한 뼛조각 등 드라마틱한 소재들이 사실은 얼마나 철저한 과학적 원리에 기반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딱딱한 이론이 생생한 사건 현장의 해결 열쇠로 탈바꿈하는 순간, 과학은 더 이상 지루한 학문이 아니라 범인을 잡는 가장 짜릿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책을 읽으며 가장 흥미롭게 다가오는 부분이자 매력 포인트는 바로 저자의 이야기 전달 방식이다. 저자는 미드 속 과학을 설명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드라마의 줄거리를 가져오지만, 결코 사건의 모든 결말을 속 시원하게 털어놓지 않는다.
마치 잘 만들어진 영화 예고편처럼, 사건의 발단과 호기심이 최고조에 달하는 흥미로운 지점까지만 맛깔나게 들려주고 그 현상을 설명하는 과학적 지식으로 재빠르게 화제를 전환한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독자에게 훌륭한 과학 지식을 제공함과 동시에, "그래서 그 사건의 진짜 범인은 누구인데?", "그 환자는 결국 살았을까?" 하는 강렬한 궁금증을 남긴다. 과학 책을 읽었을 뿐인데 어느새 주말에 몰아볼 미드 리스트를 검색하게 만드는, 아주 영리하고 매혹적인 책읽기 경험이다.


책의 우측 상단에 '십대청소년 융합형 수학 과학 총서'라고 적혀 있지만, 이 책이 담고 있는 재미와 통찰은 결코 십 대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치열한 일터나 복잡한 투자 시장 속에서 끊임없이 두뇌를 회전시켜 온 어른들에게도, 대중문화와 과학의 이 신선한 융합은 훌륭한 지적 유희로 다가온다. 특히 '우수과학도서' 및 '행복한 아침독서운동 추천도서'로 선정될 만큼 검증된 내용의 깊이는, 가벼운 흥미로 시작해 제법 탄탄한 상식으로 독서를 마무리하게 도와준다.


팝콘을 먹으며 즐기던 드라마 속에서 번뜩이는 과학적 통찰을 건져 올리는 유쾌한 교양서이다.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법의학이나 유전공학의 상식들을 장착하고 다시 범죄 수사물이나 의학 드라마를 시청한다면, 이전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드라마 속 대사나 소품 하나하나가 완전히 다른 해상도로 다가오는 짜릿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가벼운 마음으로 지식과 오락의 경계를 넘나들고 싶은 날,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한 권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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