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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비즈니스모델 2026 : 총괄편 - 적토마의 해, 새로운 기회를 선점하는 전략
조용호 지음 / 와이즐리 / 2026년 2월
평점 :
숨 가쁘게 달려온 직장 생활의 트랙에서 한 걸음 물러나, 이제는 능선을 따라 걷거나 달리며 일상의 여유를 찾고 있는 요즘이다. 무조건 앞만 보고 달리며 진급과 성과를 쫓던 팽팽한 긴장감은 많이 내려놓았지만, 그렇다고 세상의 거대한 변화마저 외면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일에 대한 강박을 덜어낸 지금이야말로, 한 발짝 떨어져서 세상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고 내 소중한 자산을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 가장 냉철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기다. 이런 지적 목마름과 실전 투자의 방향성을 완벽하게 채워주는 정교한 내비게이션 같은 책이다.
매년 연말연시가 되면 수많은 트렌드 전망서가 쏟아진다. 하지만 대부분 "AI가 세상을 바꾼다"는 식의 거대 담론이나 추상적인 미래학에 머물러 있어, 실제 주식 투자를 하거나 산업의 흐름을 분석할 때는 알맹이가 빠져 있다는 느낌을 받기 일쑤다. 막연한 예측을 철저히 배제하고, 25개 핵심 산업 현장의 5,000개가 넘는 비즈니스 모델(BM) 데이터를 전수 조사하여 정량적인 결과를 도출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부여하고 싶다. 기업 분석과 재무제표를 들여다보며 시장의 옥석을 가려내는 투자자의 입장에서 볼 때, 감이 아닌 검증 가능한 신호를 바탕으로 '그래서 어떤 기업이 실제로 돈을 벌어들일 것인가'를 구체적인 사례로 입증해 주는 저자의 접근 방식은 무척이나 반갑고 신뢰가 간다.
2026년을 관통할 변화의 축을 '지능의 진화', '시장의 재편', '삶의 혁명', '거시적 생존' 네 가지로 명쾌하게 재정렬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생성형 AI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자율형 운영 파트너로 진화한다는 대목이다. 제약 산업의 제조실행시스템(MES)이나 공정분석기술(PAT) 고도화 등 산업 현장의 스마트화 과정을 오랫동안 지켜봐 온 입장에서, 이러한 AI 에이전트의 도입이 기업의 생산성과 원가 구조를 얼마나 획기적으로 바꿔놓을지 그 파괴력이 생생하게 와닿았다. 또한, 의료와 산업의 포커스가 단순한 수명 연장이 아닌 건강 수명(활력 있는 삶)으로 이동한다는 통찰은 헬스케어 및 바이오 섹터의 미래 가치를 가늠해 보는 데 매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이는 건강하게 플로깅을 하고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하며 오랫동안 자연을 만끽하고픈 개인적인 삶의 지향점과도 맞닿아 있어 더욱 흥미롭게 읽힌 대목이다.
50대 중반을 향해가는 나이, 일터에서의 뾰족했던 생존 경쟁은 내려놓더라도 자본주의 시장에서의 생존 감각은 더욱 날카롭게 벼려야 한다. 노동 소득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자본 소득이 그 자리를 든든하게 받쳐주어야 하는 시점에서, 어떤 산업과 비즈니스 모델이 2026년 이후의 부를 선점할 것인지 아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세상이 이렇게 바뀝니다' 라고 친절하게 설명하는 교양서가 아니다. 기술과 소비, 규제가 흔들리는 혼돈의 시장 속에서 살아남을 10대 울트라 메가 트렌드를 제시하며, 투자자와 기획자들에게 지금 당장 시도하고 검토해야 할 비즈니스의 실체를 보여준다.
어제의 성공 방정식이 오늘 아침 구식이 되는 무서운 속도의 시대를 건너기 위한 가장 실용적인 브리핑이다. 치열했던 직장인의 갑옷을 조금씩 벗고 인생의 하프타임을 즐기고 있지만, 그 평온한 일상을 단단하게 지탱해 줄 재무적 통찰이 필요한 동년배들에게 이 책을 강력히 권하고 싶다. 책 속에 담긴 차가운 데이터와 치열한 비즈니스 시나리오들은, 역설적으로 우리의 노후를 더욱 풍요롭고 여유롭게 만들어 줄 든든한 무기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