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가장 좋아하던 과목이 화학이었다. 좋아했던 이유 중 하나가 학생의 신분이었기에 좋은 성적이 잘 나오면 당연히 좋아하게 되었다. 상대평가를 하다 보니 화학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탓도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화학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용어가 어렵기 때문인 것 같다. 원소 주기율표를 외워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하겠지만 외우는 방법이 사람마다 달랐다. 원소기호랑 원소명이랑 전혀 매칭이 되지 않았고 양성자, 중성자 하는 용어도 다소 어렵게 느껴진다. 물론 물리학의 양자역학이나 상대성이론 등에 비할 바는 아니다. 책의 표지에는 주기율표는 몰라도 화학자처럼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스스로 터득하며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화학자처럼 세상을 바라본다기 보다 화학자들이 바꿔 놓은 세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이라 생각한다. 인구 증가를 가져온 혁신적인 기술이 바로 질소 비료인데 하버-보슈법은 학창 시절 배워서 잘 알고 있다. 공기 중의 질소를 이용해 비료를 만드는 이 신박한 기술 덕에 인류를 빈곤에서 해결해 주었다. 하지만 염소 가스를 개발하여 독가스를 이용한 대량 살상을 부추긴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인지 모르겠다. 원자력 에너지와 원자 폭탄처럼 이중성을 가지는 것이지만 원자 폭탄 덕분에(?) 전쟁이 어느 정도 억제되는 효과도 있으니 나쁜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화학 자체가 사람마다 느끼는 정도는 다르겠지만 좀 지겹고 따분한 학문인지 모른다. 눈에 보이지 않는 원소라는 녀석으로 화합물을 만들고 어려운 분자식이 나오기 때문일 것이다. 책에서도 마찬가지로 포화지방산, 불포화지방산 등에 대해 설명하면서 여전히 어려운 분자식을 이용하였다. 정작 독자들이 원하는 것은 그런 분자식이 아니라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이라거나 우리의 일상과 관련된 화학에 대한 내용일 것이다. 물론 그런 내용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관심도 없고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을 굳이 담을 필요 없이 독자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내용 위주로 설명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역사 시간에 석기 시대, 청동기 시대, 철기 시대에 대해 배웠는지 현생 인류가 겪는 시대는 훗날 플라스틱 시대라고 부를지도 모른다. 그만큼 우리의 일상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는 플라스틱에 대해 탄생 배경부터 활용 범위까지 설명하였다. 플라스틱 폐기물의 심각성 못지않게 우리 생활에 변화를 가져다주고 인류에 기여한 점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만약 플라스틱 대신 나무를 사용하였더라면 산에 나무가 남아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지구 환경의 심각성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지구 온난화 문제가 빠질 수 없다. 이산화탄소의 양이 증가하면서 발생하고 있는데 프레온 가스가 오존층을 파괴한다며 심각성을 밝히고 대체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였듯이 인류는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편리함을 추구하다 보니 이산화탄소 배출이 늘어나고 심각한 기후 위기로 나타나는데 우리의 조그마한 노력이 모이고 모이다 보면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해서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내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을 버리고 나부터 실천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지구 온난화 문제도 해결이 된다. 책의 후반부에 담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은 아니었을까? 세상에서 일어나는 많은 현상들이 화학과 관련이 있는데 실제로 소개한 내용은 0.1%도 되지 않을 것이다. 범위도 그만큼 넓지만 막상 이해를 하려고 하면 어려운 점도 존재한다는 사실. 세상에 쉽게 얻어지는 지식은 없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