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바꾼 전쟁의 역사 - 미국 독립 전쟁부터 걸프전까지, 전쟁의 승패를 가른 과학적 사건들
박영욱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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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역사는 아마 인류가 농경 생활을 하고 정착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전에는 소규모 다툼이 있었을지 몰라도 전문적으로 전쟁을 하는 병사들은 없었을 것이다. 전쟁에 패배하게 되면 막대한 희생을 치러야 하므로 무조건 승리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걸어야 했는데 총력을 다했고 또 신무기들도 개발하게 되었다. 신무기들을 개발한 사람들은 희생을 줄이고 빨리 전쟁을 끝내기 위함이 목적이었을 것이지만 결론은 대량 살상 무기의 등장이 되어버렸다. 책에서는 미국의 독립 전쟁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당시의 배경으로 한 영화를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양측이 붙어서 기다란 총을 쏘고 있다. 지금이야 기술이 발달하여 훈련받은 병사라면 200~300미터에서도 치명상을 입힐 수 있지만 당시에는 사정거리도 짧고 명중률도 낮았다고 한다. 이런 재래식 무기들이 프랑스와 독일과 같은 유럽에서 먼저 발달을 하였는데 쉴 새 없이 전쟁을 치렀기에 엄청난 기술 발전을 이루었던 것이다. 무기의 발전이라면 기계 발전을 먼저 생각할 수 있겠지만 화학의 발전에 대해서 많이 다루었다.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화약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것이다. 덕분에 학창 시절 우리를 괴롭혔던 원소주기율표도 등장하였다.

1차 세계대전 때 등장한 신무기가 독가스, 전차, 기관총, 비행기 등이라고 알고 있는데 상대국에서 전쟁을 빨리 끝내고 승리하기 위해 대량 살상 무기를 개발하였다면 그에 대응하기 위해 함께 발전을 하는 것이다. 우리가 편리하게 사용하는 가전제품들의 뒷면에는 엄청난 희생이 있는 것이다. 전자레인지가 전쟁에서 적기를 감지하기 위해 사용된 레이더 덕분에 발명되었다고 하는데 전쟁이 실제로 우리 생활에 미친 영향에 대해 이야기도 빠뜨리지 않는다. 가령 하버-보쉬 법으로 알려진 암모니아 개질의 경우 비료 발명으로 이어져 인류를 기아에서 구원하고 인구 증가의 일등 공신이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독가스로 사용되어 엄청난 재앙을 초래하기도 하였다. 책의 마지막에 나오는 원자력의 경우도 잘 사용하면 엄청난 에너지원이고 잘못 사용하면 파괴력을 지닌 무기가 된다. 물론 원자 폭탄 덕분에 1, 2차 대전 같은 전쟁을 억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전쟁의 역사와 과학 기술에 대한 내용들이 많은데 이런 분야에 관심이 없는 독자라면 어렵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특히나 수소 폭탄의 경우 원자핵 분열이 아닌 핵융합을 이용하는 것인데 고온 고압이 필요하므로 원자력의 힘을 빌려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우려하는 수소 전기차에 사용되는 수소와는 다른 중수소가 사용되는 것이고 원리는 전혀 다르다. 소형 원전의 경우 원자력 잠수함에 먼저 사용되고 있는데 막상 상용화하려면 반대에 부딪히고 있는 것이다. 전쟁과 더불어 발전한 과학의 역사에 대해 흥미롭게 기술하였는데 배경지식이 전혀 없다면 흥미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수소가 핵융합하여 헬륨이 된다는 것과 엄청난 태양 에너지의 근원이라는 사실을 재미있는 과학이라고 생각하는 독자들에게는 추천하지만 화학은 어렵다고 생각한다면 정신 건강을 위해서라도 읽지 않은 것을 권한다. 물론 이런 내용을 흥미롭게 여기지 않을 독자는 애초에 책 제목을 보고 펼칠 엄두도 못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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