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반도체 투자 - 소재·설계·장비주 완벽 분석!, 개정판
우황제 지음 / 이레미디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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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서비스 업종에 일하면서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공장에서 공정 자동화와 관련된 업무를 하면서 여러 수많은 업종의 공장들에서 근무하였다. 그중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꼽으라면 단연코 반도체 공장에서 일했던 기억이다. 밖에서 볼 때는 최첨단 제품을 생산하고 우리나라 수입의 큰 축인 산업인만큼 자부심이 대단할 것이라 여기겠지만 일을 해본 사람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것이다. 최첨단 설비들과 공정들의 집합체인 만큼 약간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다는 말은 한 사람의 작은 실수로 인해 수십억에 달하는 비용이 한순간에 날아갈 수도 있고 경영진의 판단이 잘못된 경우 회사가 휘청거릴 수도 있다. 그래서 책에서 자주 등장하는 직장 용어 중 하나가 바로 '야근'이다. 야근뿐 아니라 주말 근무도 일상적으로 할 텐데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신제품 출시가 늦어지거나 기술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회사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정의 특성상 라인이 쉬지 않고 365일 24시간 돌아가야만 한다. 이런 복잡한 반도체 공정에 대해 자세히 알 수는 없다. 기간산업인 만큼 비밀로 관리되고 있기에 책에서 소개된 내용은 1%도 채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워낙 미세하고 복잡한 공정이라 책 한 권으로 전체를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책을 읽는 목적이 반도체 소재, 설계, 장비 주 투자에서 성공하기 위함이니 책에서 설명한 내용이라도 이해를 한다면 상당한 수준일 것이다.

반도체 회사에서 수년간 일을 하였기에 공정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이해는 하고 있지만 내용이 결코 쉽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만악 주식투자에 관심이 없고 반도체 공정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 읽었다면 머리 아프다며 집어던졌을지도 모른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반도체에 주식 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이 교양으로 읽을 것 같지는 않다. 주식투자를 하는 데 있어서 그렇게 어려운 내용까지 알아야 하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주식 시장에는 변수가 워낙 많아 이제는 알아야 할 내용들이 상당히 많아졌다. 각 나라의 대선에서 어떤 후보가 우세한지부터 시작해서 미국 대선 후보들의 정치 공약과 중동에서 벌어지는 반군과의 전쟁까지 모든 것이 영향을 미친다.

반도체나 2차 전지가 유망 산업이라는 것만 알고 묻지마 투자를 하겠다면 굳이 이런 책을 읽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반도체가 어떤 메커니즘에 의해 산업이 돌아가는지는 알아야 한다고 본다. 설계를 하고 제조하는데 필요한 장비를 납품하고 필요한 소재를 공급하는 업체들이 수없이 많다.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고 인공지능이 발전하면서 반도체도 많이 사용될 것으로 기대되는데 엔비디아나 AMD는 연일 신고가를 계속 갱신하는데 삼성전자는 죽을 쓰고 있다. 어떤 반도체주는 상승하고 또 다른 반도체주는 하락하는 데 이유를 모르면 안 될 것이다. 최대한 공정에 대한 이야기는 적게 하고 비즈니스가 어떻게 흘러가는지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다루었고 다른 산업에 비유하여 쉽게 설명을 하였는데 그만큼의 지식이 없다면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다방면에 상당한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이렇게 쉽게 설명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기술적인 내용에 대해 굳이 어렵게 설명하려 하지 않고 예시를 들었는데 책을 읽는 독자층이 반도체 공정을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기에 포지셔닝을 적절히 잘 했다고 판단한다. 그리고 어차피 어렵다고 이해하지 않을 독자들은 책을 읽을 엄두도 안 낼 것이다.

주식 투자를 위해 공부를 한다고 하면 PER, PBR에 대한 재무 지표나 차트를 보는 방법 등에 대한 것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그것도 맞지만 업종에 대해 제대로 공부를 해야 경기 흐름에 따라 주가의 등락을 예측하고 투자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주식을 사놓고 오르기만을 기도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무작정 어렵다고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쉬운 책부터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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