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탈무드 - 유대인 지혜의 원천
탈무드교육 연구회 엮음, 김정자 옮김 / 베이직북스 / 2023년 10월
평점 :
절판
탈무드라는 책을 처음 접한 게 초등학교 시절이었으니 30년 넘게 내가 꾸준히 읽어왔던 몇 안 되는 책 중 하나이다. 중요한 것은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어렵게 느껴진 부분은 어렵고 반대로 공감이 되는 부분은 여전히 공감이 된다는 것이다. 동양의 고전이라고 하면 논어, 맹자 이런 책들을 꼽을 수 있는데 논어의 경우 지금이 현실과는 조금 떨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유교의 근간이 되었지만 어른을 공경하고 돈을 추구하지 말라는 것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현실과는 멀어 보인다. 돈이 없어도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기본적인 의식주는 해결하고 학교에 다닌다면 학비 걱정은 하지 말아야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탈무드는 상당히 현실적이다. 가난보다 더 큰 고통은 없다고 말한다. 가난한 삶을 살아보지 않은 자들은 이런 말을 할지 몰라도 겪어본 사람은 가난이 주는 고통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돈이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못해도 돈이 없는데 행복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천년 가까운 세월 동안 나라를 빼앗겨 학대를 받으며 떠돌이 생활을 하였지만 선조들이 살던 곳으로 다시 돌아와서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를 건국하였다. 전 세계 인구의 1%도 되지 않지만 노벨상을 비롯하여 세계의 유수 은행들을 소유하고 있고 세계의 경찰인 미국을 움직인다. 우리가 아는 위대한 CEO들도 유대인들이 많다. 그렇다면 그들이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돈으로 대변되는 실용주의라 생각한다. 직업을 가질 수 없었기에 금기시되던 고리대금업에 종사하였고 상업이나 의술 등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흔히 대한민국 국민을 독하다고 하는데 유대인들도 그에 못지않다. 예전에는 돈을 밝히면 어른들이 속물이라고 흉을 봤고 말대꾸한다고 혼을 내기도 하였다. 선생님이 가르치는데 도중에 끼어든다거나 질문을 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았다. 그런 억압 속에서 우린 살아왔기에 지혜를 발휘하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유대인들은 다르다. 재물을 탐하는 것을 비도덕적으로 보지도 않았고 학교에서도 얼마나 잘 외우는 것이 아니라 잘 이해하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탈무드를 읽어보면 그런 것이 잘 나타나 있다. 우리의 상식과는 다른 내용들. 우리가 터부시했던 것들을 유대인들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지금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계를 보면 그들의 삶의 지혜를 배우고는 싶어도 도덕적으로 존경받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이런 색안경을 끼고 있어서인지 남녀 간의 관계에 대한 내용을 보며 인상이 찌푸려지기도 했다. 물론 탈무드가 쓰인 시기를 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동양의 유교보다는 더 개방적이지 않은가? 논어나 맹자에 나오지 않는 창녀에 대해서도 대수롭지 않게 언급하고 창녀와 관계를 가지는 것을 당연하다고 표현하였다. 물론 직업의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만큼 실용적인 책이라 생각해야 할까? 그렇게 실용적인 생각을 가진 것이 지혜의 원천인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