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나 오케스트라는 사실 공연으로 감상한 적은 없고 학창 시절 수업 시간에 배우거나 오페라하우스라는 유명한 건축물에 대해 상식으로 아는 정도의 수준이다. 오페라와 뮤지컬이 다르다는 것은 알지만 정확한 차이점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 그나마 나이가 들면서 기회가 되어 연극이랑 뮤지컬을 한 번씩 보면서 문화생활에 대한 폭을 넓혀서 새로운 장르인 오페라에 대한 책을 읽어도 아주 낯설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책에서는 25편의 작품을 소개하였는데 줄거리가 중요한 영화라면 스포일러라 생각하지만 뮤지컬이나 오페라는 줄거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제대로 된 관람이 가능하다. 책의 프롤로그에 간단하게나마 뮤지컬과 오페라의 차이점에 대해 알려주지만 전부를 이해하기에는 부족하다. 다행히 나같이 차이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자세한 설명이 없는 것은 조금 아쉽다. 처음에 뮤지컬을 감상할 때는 아무런 준비 없이 관람하여 무지 지루했는데 오페라는 처음부터 음악으로 완성되는 음악극이라 사전에 공부하지 않고관람하게 되면 낭패 아닌 낭패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뮤지컬을 한두 번 보다가 횟수가 많아지니 점점 그 매력에 빠져들듯이 오페라도 마찬가지라 본다. 오페라가 주는 감동이랄까? 그런 감격과 희열을 맛보게 된다면 마니아가 될 것이다. 책에서 소개된 25편의 운명적 서사 중 절반 이상은 한 번 이상은 접해본 주제들이다. 신화에 바탕을 두고 각색한 작품도 있고 영화나 책으로 접하기도 하였다. 내가 아는 것과 조금은 다르게 혹은 너무 뻔한 결론일 수도 있지만 가수들이 음악으로 전달하는 메시지를 음향시설이 잘 갖추어진 무대를 통해 접한다면 디지털 음원으로 접할 수 없는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거 같다. 책의 초반에 오페라 용어에 대한 해설이 되어있다. 항상 시험을 위해 공부를 했던 습관이 남아 있어서인지 용어를 이해한다기 보다 암기에 초점을 맞추려는 나를 보았다. '프리 만돈나'가 아니라 '프리마 돈나'라는 사실. 용어 몇 개 안다고 깝죽거리고 지적질 하는 꼰대들에게 당해서인지 나의 무식을 드러내기 싫어 혼자서 암기하듯 몇 번이고 읽어 보았다. 비즈니스를 위해 와인에 대해 상식이 아닌 지식을 쌓아야 하고 오페라를 감동으로 즐기기 위함이 아니라 교양 있다는 소리를 듣기 위해 억지로 감상이 아닌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차 자극적이고 단순한 액션 영화보다는 뮤지컬 같은 장르에 더 꽂히게 되는데 오페라는 한 걸음 더 나아간 단계라 생각한다. 남들에게 교양 있고 유익하게 보이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스스로 즐길 줄 알아야 하는데 요즘 젊은 세대들은 기성세대와 다르다고 하니 진정 즐길 줄 안다고 본다. 책에 있는 작품을 보며 줄거리만 읽을 것이 아니라 QR코드를 스캔해가며 유튜브로라도 감상을 하니 책을 읽는 재미랄까 흥미로웠다. 등장인물들의 이름도 헷갈리고 스토리의 흐름이 잘 이해가 안 되기도 했지만 결론만 놓고 보면 뻔했다. 하지만 복수를 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장면을 음악으로 승화시키는 것은 다른 영역이다. 오감을 자극하면서 잊지 못할 감동을 줄 것이다. 오페라의 매력은 그런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