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위기의 역사 - 외환위기부터 인플레이션의 부활까지 경제위기의 생성과 소멸
오건영 지음, 안병현 그림 / 페이지2(page2) / 2023년 7월
평점 :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아 각국 정부에서 경기를 살리기 위해 엄청난 돈을 풀었는데 특히 미국의 경우 기축 통화국이라는 이점을 살려 엄청난 양의 달러를 발행하였다. 이렇게 돈을 찍어내니 당연히 유동성이 높아져서 주가도 상승하여 파티를 즐겼다. 하지만 연준에서는 이렇게 찍어낸 돈이 다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줄 몰랐던 것일까? 공격적으로 금리를 내려서 우선 경기를 살리고 보자는 생각이었는데 잡히지 않을 것 같았던 코로나 바이러스도 백신이 보급되고 수개월 만에 안정화가 되어갔다. 다시 일상생활이 원상 복귀되어 돌아가나 싶었는데 재택근무에 익숙해져서 사무실로 돌아오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도 많고 구조조정을 한 탓에 다시 일자리로 돌아갔지만 원래 하던 곳이 아니라 익숙하지 않아 적응하는 기간도 필요하다 보니 자연스레 공급도 부족해지는 상황이 되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물가는 치솟고 디플레이션보다는 차라리 낫다는 인플레이션을 맞이하고 순식간에 경기 침체를 경험하게 되었다.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는지 모르겠으나 어느 정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예상은 대부분 하고 있었다.
책에서는 40년 만에 찾아온 인플레이션이라고 했는데 40년 전이면 대략 내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이었다. 그때는 인플레이션은 고사하고 경제에 대해 아는 것이 없던 시절이라 기억은 나지 않지만 우리나라가 고도성장을 하던 시기임에는 분명하다. 국제유가가 엄청나게 올라서 오일 쇼크라는 말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자가용이 많이 보급되지도 않던 시절이었고 지금처럼 전기 수요가 넘쳐다는 것도 아니어서 그냥 국제유가가 엄청 뛰었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금융위기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1997년 불어닥친 IMF 외환위기였는데 당시에도 경제관념이 없어서 왜 문제가 되는 것이며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다만 전 국민들이 금 모으기 운동을 하고 달러 가격이 올라서 하루아침에 난방유 가격이 급등하여 말통이라 불리는 플라스틱 용기를 사서 친구들과 함께 하나씩 날랐던 기억이 있다. 나에게도 유독 혹독했던 겨울로 기억이 된다. 그러다가 갑자기 주식이 급등하고 닷컴 버블이라는 말이 뉴스를 장식했고 친구들과 함께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펀드 투자 열풍이 불고 나도 이러다가 뒤처지겠다 싶어 주식 투자를 하였지만 역시나 지금처럼 정보가 많지 않던 시절이라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맞이하고 내가 가진 주식들이 반 토막이 나고 부동산 가격도 덩달아 하락하였다. 하지만 그 시절에도 경기는 순환한다는 사실을 배웠고 나도 기회를 잡아보고자 노력하였다. 책을 읽다 보니 나의 투자 스토리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 당시에는 왜 나의 계좌가 마이너스가 되었다가 플러스로 전환하였는지 몰랐는데 책에서 설명한 위기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니 이해가 되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위기도 반복되듯이 기회도 항상 오기 마련인데 그 기회를 잘 포착하면 되지 않겠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세계의 수많은 석학들이 모여있는 연준에서도 경기의 흐름을 예측하지 못하고 기준금리 인상 또는 인하에 대해 번복하는데 우리 같은 사람들이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책을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문구는 경기 부양책이 바로 효과를 발휘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감기에 걸려 약을 먹었다고 바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지금은 중국이 어렵다고 한다. 그리고 부양책이 발표되고 바로 주가가 반등하는 듯하더니 다시 시큰둥하다. 만약 경기 부양책 발표하고 바로 경기가 살아나고 또 금리를 인상하면 바로 인플레이션이 잡힌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누구도 알 수 없고 연준도 장담하지 못해 계속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보면 그때가 위기였지만 기회였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