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 출신과 경영학 출신 중에서 CEO가 되었을 때 누가 더 경영을 잘하느냐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있다. 공대를 졸업하고 엔지니어 출신이면 생산 라인에 대해 잘 알기 때문에 CEO로서 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하기도 하고 문과인 경영학 출신인은 오히려 생각의 한계가 없다고 하기도 한다. 황의 법칙으로 유명한 황창규 회장의 경우 우리가 잘 아는 엔지니어 출신이다. 엔지니어로서 분 아니라 경영자로서도 성공한 케이스이다. 삼성 전자를 지금의 수준까지 올린 사람이 한두 사람의 노력으로는 절대 가능하지 않을 것인데 그 성공을 뒷받침하는 것은 무엇일까? 책에서 계속 나오는 말이 리스크 테이킹이다.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도전을 하라는 것인데 역사에 이름을 남긴 수많은 인물들을 보면 이러한 위험을 무릅쓰고 시도를 하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위험을 안고 도전한 사람이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굳이 리스크라는 말을 하지도 않을 것이다. 리스크를 떠안돼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이 가진 역량을 쏟아부어야 겨우 성공할까 말까 한 것이다. 미국의 경우 개인이 사업을 하다가 파산을 하더라도 그 잘못을 개인에게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기회를 준다고 하는데 지금과 같은 강대국이 된 비결인 것은 확실할 것이다. 어쩌면 삼성도 그런 실수를 용납하고 도전을 격려하였던 기에 지금과 같은 일류 기업이 되었을 것이다. 책을 읽기에 따라서는 성공한 CEO의 잘난 이야기를 늘어놓은 것이 될 수도 있고 성공담에 대해 젊은이들에게 멘토로서 비전을 제시한 것일 수도 있다. 반도체와 제약 회사에서 모두 일을 한 사람으로서 책에서 신 제품 개발에 대해 신약과 반도제를 비교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바이오 의약이 지닌 한계와 위험성에 대해 모르기 때문에 하는 말이 아닌가 싶어서 잠깐 이나마 불편한 생각이 들었다. 5G에 대해 청사진을 제공하였는데 아직 상용화되어 우리 모두가 혜택을 누리기에는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지 모르겠으나 실제로 5G 요금을 내고 사용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상당히 불만이 많다. 반도체를 거쳐 통신회사의 회장을 역임하였기에 그 능력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렇지만 책을 읽고 나에게 와닿는 것은 별로 없었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고 토론을 한 내용을 책으로 출판한 것인데 그냥 이렇게 성공하였구나 정도 말고는 남는 것이 없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빨리 돈을 벌어야 하고 결혼을 하고 내 집 장만하기에 급급한 젊은이들에게 리스크 테이킹이 어떤 울림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KT가 혁신을 한다고 하지만 아직도 우리가 보기에는 보수적인 기업에 불과하다. 생활에 널리 사용되는 로봇과 같은 혁신적인 제품을 출시한다고 해서 기업의 문화가 바뀌는 것이 아니다. 정부에서 통신 사업자 라이선스를 관리하고 이미 유선 사업자로서 이미지를 확고히 다지고 있던 상황에서 이 정도 제품을 내놓은 것은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이다. 큰 덩치에 비해 너무 적은 성과로 만족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책에서 말한 것처럼 수많은 엔지니어들이 힘들면서도 혼을 갈아서 신 제품 개발에 노력하였던 것은 칭찬이 아니라 비전 때문이었을 것이다. 칭찬보다 중요한 것이 비전 제시일 텐데 5G 혁신 사례의 경우 분명 성과는 높이 평가할 수 있지만 여기서 그치지 말고 보다 혁신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미래는 없다고 본다. 국내 시장에서만 해도 충분하다고 스스로 자만하여 추락한 일본 반도체처럼 되지 않으려면 조직 문화의 혁신부터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