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를 읽다 보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인물 중 한 명이 관우라는 생각이 든다. 관우의 죽음과 함께 도원 결의를 했던 장비, 유비가 잇따라 죽었으며 촉나라는 물론 그 이후에도 계속 명맥을 유지했지만 삼국지의 흥미라는 관점에서 보면 소설로서의 재미는 거의 끝났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의리와 충의를 목숨보다 중요하게 여기고 뛰어난 무공으로 명장들을 한 칼에 날려버린 주인공인데 그에 대한 말들은 많다. 실력이 뛰어난 이유도 있었지만 운도 상당 부분 따랐기 때문이고 상대방이 방심한 틈을 놓치지 않았다는 점이 주요했다. 또한 문추 장군의 경우 실력이 뛰어남에도 오히려 너무 많은 생각을 하여 두려움을 가지면서 패배를 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삼국지가 사실에 바탕을 둔 소설이고 작가가 지어낸 부분도 많지만 최대한 원문의 내용에 충실하게 주인공들의 심리를 분석하였다. 따지고 보면 관우가 실제 삼국지 소설을 영화라고 한다면 초반부에 등장한 시간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기에 조조에게 항복한 사건을 가지고 상당 부분을 할애하였다. 물론 이것이 다른 장수들에게는 상상하지도 못할 사건이다. 항복한 주제에 3가지 조건을 달고 유비가 살아 있다는 것이 확인이 된다면 언제든지 찾아갈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극진한 대접을 받고 다른 장수들은 공을 세워도 상상도 못할 작위를 받았다는 것을 보면 상당 부분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된 것은 맞다. 그럼에도 심리적으로 묘하게 파헤쳐서 해석하여 그것이 어떻게 가능하였으며 또 등장인물들이 실수한 것은 무엇인지 알려준다. 가장 많이 등장한 심리학 용어가 '문간에 머리 들이밀기' 와 '호혜의 원칙'이다. 저자가 아는 심리 용어를 이용하여 책을 해석하였기 때문인지 혹은 사람들의 심리가 비슷하기 때문인지 몰라도 난세의 영웅이자 뛰어난 정치가들도 그 정도였으니 우리가 영업사원에 속아서 충동구매했다고 해서 자신을 탓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책을 읽으며 삼국지를 왜 3번 이상 읽은 사람과 말을 하지 말라는 것인지 알 것 같다. 지혜가 숨겨져 있기도 하고 상대방과 나를 속이는 기술들이 숨겨져 있으며 잘만 활용하면 인생을 지혜롭게 살 수 있는 훌륭한 가이드가 되는 것이고 나쁘게 활용하면 상대를 속이는 기만술을 이보다 훌륭하게 해낼 수는 없을 것이다. 한평생 남을 속이지 않고 정직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누군가에게 속지 않기 위해서도 알아야 할 것이고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남을 설득해야 한다거나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처세술도 필요할 것이다. 관우 편이지만 역시나 이 책에서도 관우가 차지하는 비중보다 주변 인물들의 심리 묘사도 절반 이상을 차지하였다. 너무나 똑똑하고 지략이 좋았지만 상대방을 설득하는 데는 유비보다 한 수 아래였기에 이름을 크게 알리지 못한 영웅으로 삼국지의 단 몇 페이지만 차지하였다. 자신의 무공이 최고라고 스스로 자부하다가 관우의 한 칼에 목숨이 달아난 장수들을 보며 나도 무공이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 모르는 사이에 자만심에 빠져 대사를 그르치는 것은 아닌지 반성을 해본다. 그리고 살면서 결정적인 순간에 너무 망설여서 기회를 놓친 적도 많았는데 지금이라도 이런 실수를 만회해 보려고 한다. 책에서 얻는 교훈이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