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전쟁이라는 말이 전혀 새롭지 않게 들린지 제법 되었다. 과거처럼 총칼을 가지고 전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무역이나 기술 등을 통해 보이지 않는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이 플라자 합의를 통해 미국의 엄청난 부채를 안고 침몰한 것을 보아왔고 미국이 다음 희생자로서 중국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익히 들어왔다. 러시아 -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서 미국이 러시아의 자금을 동결시킬 때만 해도 역시 강대국인 미국의 패권이 놀랍다고 생각을 했지만 그 효력은 오래가지 못했다. 오히려 많은 나라들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믿었던 미국 국채가 언제 휴지 조각이 될지 모르기에 채권을 팔아버렸다. 그렇면서 미국의 기축 통화 위치는 흔들리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지만 어떻게든 미국은 패권을 지키려고 할 것이다. 반면 중국은 하나의 중국이라는 이름으로 어떻게든 대만을 통일하려고 할 것이고 미국은 여러 가지 이유로 대만을 지키려고 한다. 책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대만에 대한 갈등과 지키기 위한 전략에 대해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였다. 러시아가 땅덩어리가 훨씬 큰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는 적극적인 군사개입을 하지 않았지만 대만에는 왜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일까? 물론 책에서 이유는 나와있지만 지정학적인 중요도가 다른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게다가 러시아의 경우 과거 미국으로 대표되는 민주주의에 대항하여 공산주의를 표명하였고 냉전 시대를 이끈 소련에서 많이 쪼그라들었기에 과거만큼 위상이 높지는 않을 수도 있다. 게다가 중국이 갑작스레 급부상하여 경제적으로 미국을 위협하는 거의 유일한 나라가 되었기에 조기에 싹을 자르기 위한 전략일 수도 있다. 앞으로 중국이 어떻게 나올 것이며 또 미국의 대응 전략은 어떡한지 정확히 예측은 할 수 없다. 다만 저자들은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대만이 미국의 침몰하지 않는 항공모함으로 역할을 계속하고 있을지 그 항공모함을 격침 시키기 위해 수시간만에 엄청난 군사력을 동원해서 중국이 점령할지는 알 수 없지만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열려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각자 가지고 있는 셈법이 다르고 또 다양한 방법들을 동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의 제목이 [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이기에 미국의 입장에서 중국이 어떻게 실패하거나 망해갈 것인가에 대한 내용인 줄 알았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중립적인 입장에서 각자 이 위기를 어떻게 기회로 삼을지에 관심이 있고 크게는 국가의 이익을 위해, 작게는 역사에 어떤 지도자의 이미지로 남을 것인지에 대해 열심히 머리를 싸매고 있는 것 같다. 미중 갈등이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와중에 기회를 얻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지나간 다음에 기회였음을 깨닫는 사람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위기를 위기로만 보지 말고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역사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