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가면을 쓰고 있나요 - 명랑한 척하느라 힘겨운 내향성 인간을 위한 마음 처방
양스위엔 지음, 박영란 옮김 / 미디어숲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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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는 별로 모르고 살았는데 성인이 되어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흔히 어른들은 한국말에서 부정은 진짜 부정의 의미가 아니니 눈치껏 행동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하신다. 가령 가족들이 모였을 때 며느리에게 친정에 가라고 하는 말이 정말 가라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해보는 말이기에 정말로 가면 서운하다며 나중에 뒷말이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혹은 자식들 자랑을 남들에게는 잘 하지만 친정 식구들 모였을 때는 유독 약해지고 자식에 대해 과소평가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움츠려 들었던 기억이 있다. 어디까지가 그렇다면 내가 정말 못난 것인가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자연스레 학교와 직장에서 움츠려 들었다. 제대로 된 칭찬이나 격려를 받아 본 적이 없었기에 남을 칭찬하거나 감사에 대해 표현할 줄 몰랐다. 과거에 나는 어떻했는데라며 자식들이 조금이라도 부족한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부모님 때문에 자존감이 많이 졌는데 무엇보다 두려운 게 나도 우리 자식들을 그렇게 키우는 것은 아닌 까 하는 생각이다.

이렇듯 어른들이 내 감정보다 남의 눈치를 살피며 상황에 따라 강약 조절을 한 것이 과거의 대가족 문화가 남아 있기 때문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여러 식구들이 한 집에 옹기종기 모여 살다 보니 질서가 있어야 하기에 나이 순이든 서열을 따져서 어른에게 말대꾸하지 마라, 체통을 지켜야 한다거나 하는 억압된 문화가 전해져왔던 것 같다. 물론 그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과연 우리가 행복하게 지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한 살이라도 더 많으면 당연히 아는 것도 많고 지혜도 있으므로 따라야 한다거나 직장에서도 연장자의 눈치를 보면서 퇴근도 못하고 회식자리에서도 억지스레 분위기를 맞추어야 하는 상황이 당연한 듯 지내왔었다. 그런 것이 알게 모르게 나의 감정을 병들게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성격이 그다지 활달하지 못했기에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했는데 이런 것도 어른들 눈에는 불편하게 보였는지 늘 잔소리를 들어왔기에 억지스레 사람들과 어울리고 먼저 말도 건네보고 내심 활달한 척하지만 타고난 성격을 바꿔서 행동한다는 것은 너무도 어려운 일이었다. 행동 하나하나가 스트레스였는데 요즘은 MBTI라는 검사를 통해 내성적, 외향적 성격을 구분하고 반드시 외향적인 성격을 지니는 것이 정답은 아니라고 한다. 굳이 힘들게 가면을 쓰고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다. 외향적이고 활달한 사람이 꼭 필요한 곳이라거나 위치가 있으나 내성적이지만 꼼꼼한 사람이 잘 할 수 있는 분야도 분명 존재한다. 우리 사회란 모든 사람이 다 같은 성격을 가질 필요가 없고 그래서도 안되며 각자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때 무리 없이 굴러가는 것이다. 굳이 힘들게 나에게 어울리지도 않는 가면을 쓰고 살아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힐링을 주는 마법 같은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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