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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 금보다 비쌌을 때 - 충격과 망각의 경제사 이야기
알레산드로 지로도 지음, 송기형 옮김 / 까치 / 2016년 8월
평점 :
책을 읽으면서 처음 드는 생각은 역시 책이 잘 팔리기 위해서는 제목을 잘 지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말도 안 되는 어떻게 철이 금보다 비쌀 수가 있을까라고 생각하지만 제련하기에 훨씬 힘들었기에 청동기 시대를 거쳐 철기시대로 넘어왔다고 배웠다. 책에서는 철이 금보다 비쌌던 시절에 대해서는 아주 짧게 다루고 다른 이야기들을 다룬다. 중세 시대의 조세 제도라거나 전쟁에 관련된 여러 가지 숨겨진 이야기들. 처음에 역사를 배울 때는 전쟁이란 국력이 좌우하는 것 정도로만 배웠지만 고대에도 그렇고 지금도 전쟁을 치르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이 들게 된다. 그래서 전쟁에서 이기게 되면 영토를 빼앗거나 엄청난 배상금을 물리기도 하는데 전쟁의 목적이 상대를 파괴시키기 위함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그냥 역사의 흐름에 따라 제국의 흥망성쇠가 갈렸다고 생각했지만 돈이나 기후가 많은 영향을 미쳤던 것은 사실이다. 철제 대포를 무기로 하여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시킨 오스만 제국도 결국은 패전국이 되고 나라가 축소되었는데 그 배경 중에 하나는 목재라는 사실. 책에서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60가지 세계 경제사라고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어디선가 한 번 이상씩은 들었던 그런 내용들이다. 저자가 당당하게(?) 말하는 것처럼 당신이 몰랐던 세계사 속 숨은 이야기가 아니라 어디선가 한 번은 들어봤지만 연관관계를 잘 몰랐던 그런 사건 들이다.
보통 OO 가지 이야기라는 부제목을 가진 경우 사건 별로 이야기를 전개하기 때문에 뭔가 이어진다는 느낌보다 마치 참고서를 보고 공부하는 느낌이 든다. 스토리 라인을 구성하여 자연스레 이어진다기 보다 사건에 대해 단편적인 내용을 전달해 주기에 사전 지식이 없는 경우 이해하기가 상당히 어려울 것 같다. 학창 시절에는 외울 것 많고 시험에서 비중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으므로 시대적 흐름에 대해서는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머릿속에 대략적으로 세계 지도가 그렇져 있지 않다면 책을 100% 이해하지 못하고 읽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역사적 사건을 설명할 때 지형이나 기후가 미치는 영향을 무시한 경우가 많았는데 로마제국이나 중국 명나라의 흥망성쇠에도 기후의 변화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하는데 발해의 멸망도 백두산의 화산 폭발과 관계가 있었다는 말이 있으니 분명 역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에 나온 것처럼 역사란 승자들이 만들어낸 하나의 소설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죽은 자는 말이 없는 법이고 꿈보다 해몽이라는 것처럼 역사를 어떻게 해석하는지는 역사학자의 역량이라고 본다.
아시아나 아프리카보다 유럽에 선진국이 많아서인지 아무래도 역사도 주로 유럽사를 많이 다루고 있다. 책에서 과거에 중국과 유럽이 한때는 세계의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는 것을 마치 우리가 몰랐던 사실을 알려주는 것처럼 말하지만 중국의 3대 발명품인 종이, 화약, 나침판이 문명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다. 굳이 아시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독자들은 몰랐던 것을 알려주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조금 서양 우월주의의 잔재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물론 앞서 말한 대로 역사란 승자가 만들어낸 억지스러운 소설인지도 모르기에 지금 국력이 강하지 못하고 지식인들을 많이 배출하지 못했거나 역사에 대해 관심이 많지 않은 것을 탓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하는데 어느 한 국가가 세계의 경찰이 되어 평화를 이끈 적도 있었고 서로 대립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고 앞으로도 안정과 혼란을 지속으로 되풀이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수천 년 동안 반복했던 역사가 어느 순간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