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떠나는 세계 지형 탐사
이우평 지음 / 푸른숲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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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가장 인기가 없던 과목인데 지금은 흥미가 가는 분야를 손꼽으라면 단연 역사와 지리가 아닐까 생각된다. 당시에는 최고의 아웃풋이 성적이었으므로 내신이나 학력고사 비중이 낮거나 포함되지 않는 과목의 경우 소홀히 하였고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멀리하게 되었다. 성인이 돼서 그런 시험의 압박에서 벗어나니 역사와 지리가 이렇게 재미있게 느껴질 수 없었다. 각 과목을 따로따로 공부하다 보니 연관성을 찾을 수도 없었고 갈라파고스 군도나 마다가스카르 섬에 왜 특이한 동식물이 발견되는지에 대해서는 생물 시간에만 배우는 게 전부였다. 간혹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면 그때 배운 얄팍한 지식들을 이 어렴풋이 기억이 나곤 하는데 시험의 굴레에서 벗어나 부담 없이 공부하는 세계 지형 탐사는 속박이 아니라 힐링 그 자체였다.

과학시간에 배웠던 칼데라와 같은 용어들을 암기할 필요 없이 설명이 되어 있고 이러한 특성을 가진 지형들에 대해 사진으로 보여주니 암기해야 하는 압박감이 아니라 저기도 가보고 싶다는 동경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사진 빨, 장비 빨 이런 말들을 많이 하는데 역시나 눈으로 보는 것과 전문가가 찍은 사진을 보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면 이런 웅장한 사진들과 설명을 볼 수 있지만 상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는 것은 찾기 어렵다. 더군다나 지형의 변화와 육지로부터의 격리, 그리고 동식물의 진화에 대해 지루하지 않게 글과 그림으로 설명이 되어 있어 상당히 흥미로웠다. 우리의 교과서를 이렇게 재미있게 만들었더라면 혹은 수업 시간에 이런 내용을 배웠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600페이지에 달하는 엄청난 분량이지만 사진들을 보고 지형에 얽힌 설명들이 지루한 것이 아니라 언젠가 저곳을 가보고 싶고 가게 된다면 이 책을 함께 가져가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의 옐로 스톤 국립공원부터 시작하여 여섯 대륙의 지형들에 대해 소개를 하는데 우리나라도 저기에 비길만한 특이한 지형이 있을까 싶었는데 이런 니즈를 미리 파악한 것인지 당연한 수순인지 몰라도 함께 소개를 해주었다. 그저 무심코 여행을 다니면서 지나쳤던 지역들에 대한 흥미로운 역사에 대해 알게 되면서 여행이 한층 새로워질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여행을 가게 되면 그곳의 역사적 사건에 대해서 관심을 많이 가졌는데 그것은 길어야 수천 년 전의 역사이지만 지질학적인 역사는 최소 수십만 면에서 수억 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환경파괴나 기후 변화 등으로 조금씩 침식되거나 변화하는 지형들이지만 완전히 모습을 바꾸는 데는 시뮬레이션 결과 수십만 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100년도 못 사는 인간의 수명과 문명 생활을 시작한 지 고작 1만 년 남진한 인류에 비하면 무구한 세월이라 할 것이다. 아무래도 시간에 대한 엄청난 스케일에 대해 압도당하며 잠시 책을 덮어 두었고 필요할 때마다 언제든 꺼내볼 수 있는 곳에 다시 진열해두었다. 참고문헌에 대한 흥미로움도 함께 간직한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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