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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미생물 세계사
이시 히로유키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3년 3월
평점 :
절판
많은 사람들이 바이러스와 세균에 대해 정확히 구분을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국민들 대다수가 바이러스 및 바이오에 대해 많은 지식을 쌓게 되었다. 중세의 흑사병이나 스페인 독감의 경우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나 알 정도였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여러 감염병을 다룬 책에서 소개가 되었다. 물론 처음 겪는 일은 아니지만 이렇게 장기간 우리의 발목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이제는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것이 너무도 익숙하여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었어도 많은 사람들이 계속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닌다. 그렇다면 이토록 우리를 괴롭힌 질병의 역사는 얼마나 오래되었으며 또 앞으로도 계속 이런 팬데믹을 겪어야 할까? 우리가 흔히 미생물이라 부르는 세균과 바이러스는 - 정확히는 바이러스는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 정도라고 알고 있다 - 인류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지구상에서 생존해왔었고 수많은 동식물 종들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미생물들이 반드시 나쁜 것일까? TV 광고에서도 종종 나오지만 장내 유익균과 헬리코박터균과 같은 유해균도 있다. 인간과 함께 공생을 해왔는데 아주 오래전 미라에서도 세균의 흔적이 발견되는 것을 봐서는 농경생활을 하면서 정착을 하였고 질병들이 유행하기에 좋은 환경을 자연스레 만들어졌다. 동식물들은 스스로 영향분을 얻어야 하지만 다른 생물에 기생하는 미생물들의 경우 숙주가 죽으면 자신도 죽게 되므로 최대한 공생관계를 오래 유지해야 한다. 그래서인지 상황에 맞게 계속 변이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책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내용은 제목 그대로 미생물의 세계사이다. 물론 미생물이 의도적으로 역사를 바꿀 수는 없었겠지만 뜻하지 않게 미생물 때문에 인류의 역사가 바뀌었다. 역사 시간에 귀가 아프게 들었던 중세 유럽을 휩쓴 흑사병이 그랬고 신대륙이라 알려진 아메리카나 오세아니아 대륙의 수많은 원주민들을 거의 전멸시킨 천연두가 대표적일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역사와 질병 간의 인과 관계가 조금씩 다르기는 했지만 정확한 역사적 기록이 남아 있는 것도 아니고 어쩌면 가설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들었다.
우리가 듣도 보도 못한 질병들도 있었고 예방접종을 맞았기에 이제는 별것 아니라 생각하는 천연두나 홍역 같은 질병이 과거에는 얼마나 무서웠을까 하는 생각이 이번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확실히 와닿았다. 아는 것이 힘이라고 했던가? 무조건 이런 감염병들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미생물들도 숙주와 함께 공생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인지 숙주 혹은 미생물이 적응해 나가는 것인지 몰라도 전체를 위협하는 오류는 범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미생물만큼이나 인류도 진화하였고 신의 영역에까지 침범하여 종자 개량을 하고 있어 인류가 사피엔스 한 종만 살아남은 것처럼 우리가 먹는 작물이나 키우는 가축들도 다양성이 결여되어 미생물의 공격으로 한방에 훅 갈지는 모르겠다. 맺음말에 나오는 질병 없는 세계는 모든 인류가 전쟁 없이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과도 같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