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를 지혜의 보물이라고 말을 하며 삼국지를 세 번 이상 읽은 사람과 말도 하지 말라고 하는데 한편으로는 그만큼 할 일이 없어 삼국지를 세 번 이상 읽었다는 말도 되지만 삼국지에서 많은 것을 터득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나도 삼국지를 여러 번 읽어보고 또 삼국지를 기반으로 한 책들도 많이 읽어보았다. 흔히 우리가 접하는 나관중의 삼국지는 정사가 아니라 소설에 더 가깝다고 말하지만 역사적 사건에 대해 모든 것을 정확히 기록할 수 없기에 작가의 상상력이 어느 정도 가미된 것은 인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마치 역사를 보는 것처럼 삼국지를 읽으며 정의를 내세운 촉나라가 승리할 때는 통쾌해하고 제갈공명 사후에 망할 때는 아쉬워한다. 물론 철저히 한나라 위주로 쓰였기 때문일 것이다. 마치 내가 유비, 관우, 장비에 빙의라도 된 것처럼 흥분하기도 하고 아쉬워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삼국지의 진정한 영웅은 누구일까? 사람들마다 생각이 틀리지만 제갈공명이 중반부 이후부터는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사실이다. 초반에는 수많은 영웅호걸들이 등장해서 진퇴를 거듭했지만 제갈공명의 등장으로 절대 1인이 나타나서 평정해버린다. 제갈공명을 패배를 모르고 하늘의 힘을 빌려 바람의 방향을 만들어내고 험한 남만 지역을 평정한다. 여태껏 나는 그런 제갈공명이 신적인 존재인데 왜 위나라를 평정하지 못했을까 의문이었다. 그토록 신출귀몰한 능력을 가졌다면 천하를 통일하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였을 것이다. 하지만 서양의 또 다른 고전인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어보면 신도 어쩔 수 없었던 장면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제갈량은 절대적인 존재가 아닌 인간이었다. 다만 자신을 신적인 존재로 떠받들도록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지식들을 동원해서 그 목표를 달성했던 것이다. 인간이기에 너무나도 공평한 것은 어차피 한 번은 죽는다는 것이다. 그도 그것을 잘 알았기에 100년도 못 사는 인생에 모든 것을 걸지 않고 사후 천년 넘게까지 자신의 명성이 기억되는 방법을 택한 것일지도 모른다. 어떤 생각을 하였는지는 우리가 그 사람의 머릿속에 들어가 볼 수 없지만 그가 남긴 말이나 행동 등을 보고 추론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여태껏 제갈공명을 인간 세계의 일인자로 존경해왔었는데 저자는 인간적인 면에서 평가하였다. 오호장군에 들지는 못하지만 삼국지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한 위연에 대해서도 왜 그토록 제갈량이 싫어했는지 명확히 밝혀준다. 오락실에서 자주 하던 게임 중에 삼국지가 있었는데 촉나라의 캐릭터를 골라서 위나라의 장수들을 물리치는 것인데 오후 장군 중 마초가 빠지고 위연이 포함된 것을 의아하게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이런 궁금증이 많이 해소되었다. 제갈량이 그토록 위연을 싫어했던 이유와 사마의가 제갈량의 계책을 알면서도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들. 그렇게 천문에 밝고 제갈량과 유일하게 대적할 수 있었던 맞수인 사마의가 소나기가 아니었으면 협곡에서 불에 타죽을 위협을 감수한 이유도 우리는 모르지만 알고 보면 나름대로 도박을 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비록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기다리면서 기회를 엿볼 줄도 알았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처세술에도 능했다. 그래서 삼국지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책의 전반적인 흐름은 이미 같은 시리즈가 출판되었기에 전체적인 흐름은 생략하고 중요한 사건 위주로 그리고 제갈량이라는 인물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루었다. 만약 삼국지의 흐름에 대해 모르는 독자라면 이해하기 어려웠을 테지만 또 같은 스토리가 반복된다고 지겨워할 수도 있기에 굳이 다루지 않은 듯하다. 그럼에도 삼국지를 다시 읽을 때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것은 책에 소개된 수많은 심리학 실험들과 저자만의 독특한 해석 덕분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