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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 제갈량에게 말하다 1 - 탁월한 전략으로 승리를 추구하다 ㅣ 현대 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 인물 열전
천위안 지음, 정주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2월
평점 :
삼국지를 읽으면 초반에는 영웅들의 각축전이 벌어지면서 조조와 손권은 어느새 자리를 잡아가지만 이렇다 할 기반이 없던 유비는 여기저기 쫓겨 다니고 이곳저곳에 빌붙어 다니다가 제갈공명이라는 신적인 인물을 만나 촉나라를 건국하고 삼국을 통일할 기틀을 마련하게 된다. 제갈량이 죽고 나서도 촉은 명맥을 유지하지만 소설이라는 특성 때문에 재미를 위해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삼국지 책에서는 제갈량 아주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천재를 넘어 신격화 시키고 실패를 모르는 영웅으로 대우한다. 물론 사실에 기반한 소설이기에 어느 정도 과장은 있을 것이지만 대단한 인물인 것만은 사실이다. 하지만 제갈량도 어디까지나 인간이기에 어떻게 위기를 극북 해나갔는지 그의 심리 상태에 대해 밝혀보는 것은 색다른 접근이었다. 보통의 삼국지 책에서는 제갈량이 실수라는 것을 모르는 영웅이었는데 책에서 분석한 것을 보면 알게 모르게 실수를 하였지만 운이 좋았거나 다른 등장인물들의 헛발질 덕분에 위기를 넘기고 기회를 얻은 듯하다.
물론 소설이기에 앞뒤가 맞게 말을 꾸며놓았을지 몰라도 제갈량이 천문을 알고 미리 한수 앞을 내다보고 미래까지 계획하는 지혜를 가졌는데 마치 제갈량과 같은 시대를 살았던 것처럼 생생하게 상황을 묘사한다. 그리고 책에서 여러 차례 강조되었지만 절대로 위험을 회피하려고만 해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사실. 결론만 놓고 보면 모든 위기 상황을 예측하고 미리 모든 조치를 취한 것처럼 보이지만 하나라도 틀어졌다면 제갈량의 운명도 장담하지 못했을 것이다. 소설로 읽을 때는 역시 이런 것까지 생각해둔 제갈량의 계책은 정말 기가 막히다고 탄복하며 읽었지만 저자가 한 꺼풀식 벗겨낸 모습은 신이 아니라 머리가 비상한 책사의 전략이며 운명을 건 모험이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손자병법에 나오는 것처럼 이길 수 있는 싸움만 하는 것이 맞지만 필요할 때는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흔히 가장 안전한 재테크는 은행에 예적금을 맡기는 것이라 하지만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므로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고 주식이나 부동산 등에도 투자를 해야 하는 것이다.
심리학 책인 만큼 심리학 실험들에 빗대어 이야기를 전개한다. 대학교 때 교양과목으로 배우고 졸업 후에는 시험이 목적이 아니라 인생 공부의 차원에서 심리학 관련 책을 많이 읽었는데 삼국지라는 스테디셀러와 심리학의 절묘한 만남이 흥미로웠다. 제갈량이 나름대로 계책을 세워 유비에게 기반을 마련해 주고 촉나라를 건국하였지만 정말 소설에서만 본 대로 천하무적이라면 삼국통일의 주역은 촉나라가 되었을 것이고 역사는 달라져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한 것은 제갈량도 사람의 한 명이었고 유비의 참모가 되기 전 마지막으로 낮잠도 즐기고 친구들과 유유자적했던 모습을 보면 앞으로 닥칠 운명에 대해 어떤 생각이었을지 궁금하다. 삼고초려에 대해서도 철저히 계획된 전략이었으며 한현을 배신한 위연을 참수하려고 했던 이야기는 잘 알려진 이야기인데 최소한 제갈량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충성을 다했다. 삼국지를 읽을 때 왜 그토록 충성을 다했던 위연이 마지막에 배신을 할까 의문이 자연스레 풀렸다. 어쩌면 제갈량의 전략이었는지도 모른다. 반골이 있다고 만천하에 떠벌려 버렸으니 위연의 입장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자기 마음대로 제어하지 못하는 관우와 그를 너무도 닮은 위연. 제갈량도 못하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라는 점에서 인간적인 면모도 느꼈다.
유명한 적벽대전도 제갈량이 일등공신이라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주유가 계획하고 노력한 덕분이었다. 그럼에도 우리가 제갈량을 더 기억하는 이유는 자기 포장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직장 생활을 하는 우리도 공을 제갈량에게 다 빼앗기고 화병으로 고생하는 주유 같은 모습은 아닐까 싶다. 영웅들의 치열한 두뇌싸움과 숨겨진 이야기들과 전략들. 삼국지를 다시 한번 더 읽게 만드는데 다시 읽을 때는 어떤 느낌이 들까 궁금하다. 내가 읽을 것이지만 나 자신도 예측이 불가능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