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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성의 물건들 - 옛 물건은 훗날 역사라 부르는 모든 사건의 '씨앗'이다 ㅣ 주용의 고궁 시리즈 1
주용 지음, 신정현 옮김 / 나무발전소 / 2022년 10월
평점 :
학창 시절에는 시험에 대한 압박이 있어 역사에 대해 배운다는 것이 정말 싫었다. 시험을 쳐야 하므로 연도별로 암기하거나 사람 이름을 억지로 외워야 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세계사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다른 나라 역사보다 상대적으로 자세히 배웠고 사대주의인지 식민사관의 유물인지 몰라도 한족이 세운 한나라, 송나라, 명나라 등에 대해서는 좋게 평가하고 금, 요, 원, 청 등에 대해서는 오랑캐의 나라로 취급하였다. 물론 책에서 언급되지만 수많은 민족들이 엉켜서 피가 섞여서 사실상 구분이 힘든 것은 사실일 것이다. 그리고 한족 이외는 이민족 내지는 오랑캐라고 표현하는지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중국사를 배울 때 연도별로 배워왔고 가끔 한반도의 역사와 함께 연관 지어서 공부하기도 하였다. 한나라를 한족이 세운 나라라고 좋게 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고조선을 무너뜨린 나라이기도 하고 항상 우리는 중국과 대립을 하거나 조공을 바치는 예를 갖춰왔고 많은 영향을 받아왔기에 우리와 문화가 비슷한 부분도 상당히 많다.
자금성이 북경에 있고 사각형 모양이며 한 변의 길이가 4Km에 육박하다는 것은 책에서만 보았고 실제로 가본 적은 없다. 장개석이 대만으로 정부를 옮기면서 중국의 대부분의 유물을 다 싣고 갔는데 만약 진시황의 병마용갱마저 가져 같더라면 정말 중국은 껍데기밖에 남지 않았을 것이라 말을 한다는데 중국의 박물관을 가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책에서 소개한 자금성의 유물만 보더라도 엄청나다. 물론 소개된 모든 유물들이 고궁 박물관에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오랜 역사를 지닌 나라이고 방대한 영토를 가졌으므로 볼거리가 많은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중국의 역사를 우리는 전쟁사를 통해 주로 배웠다. 전쟁에 의해 나라가 망하고 하나로 통일되고 또 분열되었다가 통일되기를 반복했는데 이러기를 반복하면서 인류는 발전해 왔을 것이다. 물론 그 이면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뒤따랐는데 전쟁으로 무기와 기술은 발전하였지만 문화는 그렇게 발달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당나라와 송나라 때 가장 중국 문화가 번성하였다고 하는데 전체 역사를 놓고 보면 그렇게 오랜 세월은 아니지만 분명 많은 발전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중국 역사를 전쟁이나 왕조의 교체보다 그 시대에 남겨진 문화유산을 보고 역사를 평가하는 새로운 방법이 나에게는 정말 낯설었다. 마치 그 시대에 살았던 것처럼 생생하게 묘사하였고 주전자나 요리에 사용된 솥의 모습을 보며 병사들이 전쟁터에서 어떻게 요리를 하였는지 독자 스스로 상상하게 만들었다.
우리나라 문화유산에 대한 책을 읽으면 스스로 자긍심을 갖게 되고 우리 조상들은 이렇게 훌륭한 문화유산을 많이 남겼구나 생각하는 데 그것을 보고 국뽕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중국 학자가 중국 역사에 대해 자랑스럽게 표현한 것을 보고 국뽕이라 느끼게 되니 나도 한편 꼰대인가 보다. 도자기를 China라 부르고 칠기를 Japan이라 부르는 부분에서 중국이 분명 오랜 역사를 지녔고 한국과 일본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잠시 불편한 생각이 들었던 것은 요즘의 중국이 우리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인식 때문일 것이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텐데 오래된 역사 유물을 보존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개발하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하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단순히 중국의 문화유산에 대해서만 설명한 것이 아니라 작품이 탄생한 시대적 배경과 역사에 대해서도 함께 설명을 해주었다. 중국 역사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거나 공부한 사람이라면 아주 흥미로운 내용들로 가득했다. 나 역시도. 책을 읽고 나서 자금성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보다 중국 역사에 대해 더 공부하고 알아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아무래도 문화유산을 남긴 시대적 배경과 전쟁사가 더 흥미롭기 때문이다. 다른 시리즈들은 중국 역사에 대해 어떻게 소개했을지 궁금해지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