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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우연이 아닙니다 - 삶의 관점을 바꾸는 22가지 시선
김경훈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2년 10월
평점 :
보통 사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직업이 사진작가였는데 사진 기자는 어떤 직업일까 궁금해하면서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다. 아무리 좋은 취미라 할지라도 막상 나의 밥벌이를 제공하는 일이 되어버리면 말은 달라진다. 더 이상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나의 생활을 유지시켜주는 수단으로 전락해버리기 때문에 취미로 할 때와 전혀 다른 스트레스로 다가와서 나를 압박한다. 혹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일과 나의 삶이 혼연일체가 되어 버리고 가족이나 나의 개인생활은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리고 일 년 내내 그리고 하루 온종일 일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내가 하고 있는 일도 그렇지만 사진기자라는 직업도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기에는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데 언제 어디서 사고가 터져서 카메라를 들고 취재를 하러 가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건강도 상당 부분 양보해야 하는 직업이지만 꾸준히 일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은 돈이 주는 매력 외에 다른 무엇인가 있다고 본다. 그게 직업에 대한 사명감일 수도 있고 이 일을 끊으면 밥줄이 끊어진다는 절박함도 있을 것이다.
좋아하는 TV 교양 프로그램을 통해 유명한 사진을 찍어 상을 받은 사진 기자의 극단적인 선택에 대한 스토리를 접한 적이 있었다. 아프리카에서 식량이 부족하여 삐쩍 마른 아이와 그를 노리는 독수리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었는데 사진기자가 특종일 기록하겠다는 욕심에 눈이 멀어 소년을 보급소로 데려다주지 않고 사진을 찍는데 몰두했다고 많은 사람들이 비난을 했던 것이다. 사진기자는 해명을 하였고 아프리카의 어려운 식량난에 대해 알리고 싶은 것뿐이었다고 했지만 여론이 돌아서기에는 무리였다. 이와 비슷한 사진에 대한 소개와 얽힌 이야기도 소개가 된다. 내가 초등학교 때로 기억하는 남미 콜롬비아에서 발생한 화산 폭발과 어린 오마이라 산체스를 3일 동안 구출하지 못하고 결국 저체온증으로 사망하고 말았는데 저자가 말한 대로 정말 사진을 찍으면 안 되는 것일까? 30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 회자되고 있는 것은 이유는 사진이 주는 전달력 때문일 것이다. 안타까운 희생을 추모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한 목적으로 사진은 활용되어야 한다고 본다.
아직 운이 좋아서인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이 재난 지역으로 선포된 적은 없지만 재난 지역에서 혹은 여행을 떠났다가 예정대로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 서로 힘을 모아서 어려운 난관을 헤쳐나가려고 하는 모습을 많이 보아왔다. 모든 희망이 사라지고 절망만이 남아 있지만 그 와중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살아가려는 장면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준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듯이 절망의 친구는 희망인 것이다. 사진기자의 입을 빌려서 말을 한 것이지만 결정적 순간을 놓쳤더라도 뜻하지 않게 기회는 다시 찾아오기 마련이다. 물론 셔터를 다시 누르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그런 기회도 오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