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한 번씩 했던 생각 중 하나가 과연 내가 없어도 이 세상은 잘 돌아갈까 하는 의문이었다. 내가 없으면 모든 시간이 멈추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보았고 또 가끔은 과연 남들도 나처럼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 것일까라는 의문도 가져보았다. 마치 내가 세상의 주인공인 것처럼 생각해 본 적도 있고 세상의 모든 고민과 문제점을 내가 다 떠안고 있다는 생각도 가져보았다. 그렇다가 문득 든 생각이 나 말고는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다 행복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처럼 안 되는 일을 가지고 끙끙 거리며 골머리를 앓고 있지도 않으며 조금 부족하면 어때라는 생각으로 마음 편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책을 읽으면서 여러 생각들이 들었다. 지금의 아내와 결혼하기 전 내가 일방적으로 좋아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다가 어느 날 솔직한 대답을 들었다. '사실은 나도 너를 좋아했어'라는 말을. 그 말을 듣고 뛸 듯이 기뻤지만 왜 나는 그것을 모르고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그 말을 듣지 않았다면 정말 나를 사랑해서 결혼한 것이 아니라 내가 일방적으로 좋아해서 결혼한 것으로 계속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모르는 비밀 중 하나가 나는 생각보다 능력이 있고 나를 존중하고 또 좋아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같지만 좀 황당해 보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간간이 소개되었다. 연인한테 헤어지자는 말을 듣고 눈물을 흘린다거나 아쉬운 소리를 하면 내가 지는 것이므로 오히려 쿨하게 인정하고 돌아서버리는 것이 복수라면 복수인 셈이고 괜히 마음의 상처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나도 세상을 살아보고 연륜이 쌓이다 보니 이제는 그게 정답이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그렇게 똑같이 행동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들 필요도 없고 내가 나를 존중하지 않는데 남이 알아서 나를 존중해 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왜 나는 저 사람들처럼 능력이 없을까, 나는 왜 행복하지 못할까라는 생각 대신 내가 자각하지 못하고 있지만 사실 나는 상당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나 스스로 그것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어릴 적 부모님으로부터 심한 꾸지람을 들어서 트라우마로 남아서 그럴 수도 있고 항상 남들과 비교를 하고 또 비교를 당하는 우리의 문화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내가 미처 보지 못하고 있지만 어딘 가에서 나를 응원하는 작은 목소리가 있는 것이다. 남들은 다 알지만 나만 모르는 어쩌면 스스로 애써 무시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그런 비밀일 것이다. 비밀은 비밀로 간직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면 남들에게 굳이 말할 필요는 없지만 스스로 인정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