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령 1
전형진 지음 / 비욘드오리진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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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을 좋아하는 편은 않는 편이지만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 역사 소설은 좋아하는 편인데 우리가 익숙하지 않은 영조 시대를 배경으로 하였다. 보통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소재나 배경으로 한 영화가 많은데 아무래도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좋기 때문일 것이다. 남자들이 좋아하는 사극은 주로 무사들이 나와서 칼을 휘두르는 장면들인데 영조나 정조 시대는 나라는 평온했으나 당쟁이 끊이지 않은 시절이었기에 왕들도 목숨을 지키기 위해 피말리는 시대였을 것이다. 우리는 어진 임금으로 알고 있지만 자식을 죽음으로 내몬 영조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 자식을 죽인 파렴치한 아버지라는 평가도 있고 노론과 소론으로 갈라선 당쟁의 희생양이었고 정작 영조는 사도세자의 죽음을 몰랐을 것이라는 말도 있다. 오히려 노론들이 영조에게 그 죄를 뒤집어 씌운 것이라는 평가도 있으며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강한 왕권을 지닌 것도 아니라는 것이 내가 아는 영조에 대한 평가이다. 많은 드라마를 통해 역사에 대해 접하지만 제대로 역사를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면 스토리를 쓴 작가의 의견에 따를 수 밖에 없는데 우리가 그 시대를 살았던 것도 아니고 오늘날에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서로 엇갈라듯이 조선의 임금에 대한 평가도 여러가지 의견이 있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조선 후기의 역사인데 어떤 소설이이게 1,0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할애하면서 이야기를 전개했을까 궁금했다. 사실에 기반한 팩션 소설이며 또한 드라마도 제작될 예정이라는 것이 나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영화의 경우 2시간에서 3시간 내에 끝을 내야하므로 스토리가 빨리 전개되는데 반해 드라마의 경우 수개월 동안 지속되므로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소설의 경우 한번 스토리를 놓치면 따라잡기 어려워 한번에 마치 드라마 정주행하듯이 읽는 편인데 책을 펼쳤을때 등장 인물을 소개하는 것을 보고 스토리가 만만치 않겠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은 과연 몇명이나 될까라는 생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하였는데 처음부터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다. 드라마의 경우 처음 몇 화는 보지 않아도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지장이 없었는데 요즘은 첫 화부터 긴장감이 감도는 것처럼 소설 금주령도 마찬가지였다. 또한 문체 하나하나가 살아서 움직이는 듯하여 머리속으로 장면을 연상하면서 책을 읽었다. 아니 자연스럽게 내가 상상하도록 만들어 주었다고 보는게 맞을 것이다.


  우리가 학창시절에 배운 소설이 결말은 보통 권성징악으로 끝나는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내가 읽은 소설들은 마치 후편이 나올 것을 암시하는 것처럼 뭔가 여운을 남기는 것이 보통이었다. 금주령의 경우도 역사 소설이며 조선의 역사를 알고 있기에 어떻게 결말이 날지는 대략적으로 예상은 했지만 대부분이 등장인물들이 가공의 인물이라 책을 1/3정도 읽었을때부터는 이미 마약에 중독된 것처럼 책 속으로 빠져들었다. 희망이 없는 시절을 살아가는 농민들과 천민들의 이야기는 익히 알고 있었기에 상상하기에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권세를 누리는 양반들의 경우 부를 축척하고 지키기 위해 얼마나 심하게 몸부름을 쳤는지 생생하게 담아내었다. 그리고 그들의 비리를 알면서도 눈감아 줄수 밖에 없는 왕실과 충신들. 오히려 탐관오리들보다 검계 무리들이 의로운 일을 하는 것을 보며 지금의 상황과 유사한 점을 자꾸 발견하게 되었다. 물론 당시 농민들이 겪었던 고통을 오늘날 살아가는 우리가 알 수 있겠냐만은 세월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 것은 여전한것 같다. 모두가 꿈꾸는 그런 유토피아는 없다는 것이며 오히려 적당한 선에서 밀고 당기기를 하며 줄타기를 할때가 가장 좋다는 것을 나이가 들어가면서 깨닫게 되었다.


  지금보다 더 젊었던 시대에는 소위 말하는 철없던 시절에는 모두가 평등하고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는 시대가 올 수 있다고 믿었지만 인간의 욕심이 지배하는 한 결코 그런 세상은 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처세술이라는 것이 내가 배웠던 내용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살아가면서 익히게 되었다. 소설속의 단역들도 그런 생각을 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악역이든 아니든 소설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역사에 이름을 남기지 못하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인데 검계의 주인이 되어 엄청난 검은 돈을 쥐었지만 권력을 갖지 못하였기에 누군가의 개가 되는데 그들이 원하는 것은 그게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권력을 틀어쥔 자는 어떨까? 자신의 권력과 부를 지키기 위해 잔인한 짓을 멈추지 못하고 언제 나락으로 떨어질지 모르는 외줄타기를 하는 것이다. 어쩌면 그들이 원하는 것은 그저 행복한 일상의 삶을 원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묘사하여 마치 내 눈 앞에서 펼쳐지는 것 같았다. 주인공들이 여러명 등장하기에 여러명의 이야기를 섞어가면서 전개하였기에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책을 덮기가 어려웠다. 1권에는 남자들의 의리와 형재애에 가까운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었다면 2권에서는 멜로에 대해서도 다루는 느낌이다. 그리고 남은 페이지가 줄어들수록 저자가 어떻게 이야기를 끝낼지 궁금해졌고 스스로 결론을 예측해보았다. 물론 완전히 어긋나지는 않았지만 역시 독자들의 허를 찌르는 결말과 안도하는 내용으로 끝을 내었다. 물론 역사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사실이 소설이 주는 통쾌함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소설을 원작으로 드라마로 제작된다면 소설과 드라마 어떤 것이 더 재미있을까? 원작의 느낌을 얼마나 살릴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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