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별클럽연대기 - 조용한 우리들의 인생 1963~2019
고원정 지음 / 파람북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70년대 생인 나도 80~90년대를 학교에서 보냈는데 당시는 지금으로서는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반공 교육을 하였고 어린 학생들이 운동장에 모여 북한에 대한 규탄 대회를 하였고 TV에서 방영되는 만화들도 모두 북한을 나쁜 공산당으로 몰아가는 그런 내용들이었다. 80년대가 그러했으니 70년대에는 어땠을까? 반공을 기치로 내 걸로 좌익은 무조건 나쁜 것으로 간주하였는데 남북이 분단되고 6.25 전쟁을 치르면서 친일파들을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것을 떠나 그런 인물들이 정부의 요직에 오르고 독립투사들의 자손을 탄압할 수밖에 없었던 시기였다. 소설의 주인공들은 격변의 시기를 살았던 인물들인데 비슷한 듯한 캐릭터이지만 각자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나 처한 상황이 모두 달랐다. 우리 아이들은 이해 못 할 수도 있지만 그때까지도 남의 집 머슴살이도 있었지만 열심히 노력하면 돈을 모을 수 있는 시기였다.


  지금은 어떻게 일을 해서 돈을 모아 집을 사고 땅을 사는 것이 가능하지라고 돼 물을 것이다. 빛내지 않고서는 주택을 구입할 수 없는 시대인데 농사 일이나 장사를 해서 그 정도 돈을 모은 다는 것이 가능은 한 것일까 의문이 들 것이다. 실제 나이보다 적게 주민등록에 등재하기도 하고 한 학년에 나이차가 몇 살씩 나는 경우도 허다했다고 했다. 당시를 살았던 어른들에게 들었던 이야기는 먹을 것이 부족하여 보릿고개를 겪고 점심시간에 물배로 채운 것이었는데 그런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성장에 관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만 다루었다. 먹을 것이 부족하고 새마을 운동 얘기를 하기에는 지면이 부족한 탓도 있었을 것이고 소설의 흐름을 흩뜨릴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본다. 철저히 주인공들 위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학창 시절 배웠던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전개되었다. 비슷한 이름들이 나와서 조금씩은 헷갈렸지만 흔히 부르는 이름들이었다.

  주인공들은 평범한 사람들 같지만 내가 볼 때는 전혀 평범하지 않은 국회의원도 되고 조직의 보스가 되었는데 어렸을 적 겪었던 시대상이 그렇게 만들었을 것이다. 누구는 보수당에서 또 누구는 진보당에서 각자의 주장을 펼쳤는데 그 과정 역시 순탄하지 않았으니 반공을 기치로 내걸었을 수도 있고 민주화를 부르짖기도 했을 것이다. 과연 내가 그 시절에 살았더라면 혹은 나에게 저런 판단이 주어졌더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어릴 적에는 내가 소설 속의 멋진 주인공이 되는 것을 상상했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내가 살아온 삶을 돌이켜 보면 주인공처럼 우유부단해 보이는 행동을 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뒤에 따르는 막심한 후회.


  그 시절에도 왕따는 존재했고 군대에서 고참병들의 괴롭힘은 훨씬 심했을 것이다. 구타가 합법화되는 곳이 군대였고 탈영병에 대한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었다. 소설이기에 우리가 가끔씩 뉴스로 접하는 탈영병의 소식과는 조금 다르기도 하고 '저게 가능해'라고 반문할지도 모르지만 소설은 소설로 이해하고 전체적인 흐름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지금으로 치면 소년 소녀 가장들이었는데 당시에는 상부 상조 문화가 남아 있어 서로 도와가기도 했는데 지금은 사실 상상하기 어렵다. 우리는 지금 상당히 민주화된 국가에서 인권 탄압을 이를 받지 않고 살아가고 있지만 만약 책에서 나온 열사들의 항쟁이 없었더라며 다른 독재국가들처럼 아직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책의 전체적인 배경이 되었던 70년대는 북한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공산주의와 민주주의라는 이념과 사회주의, 자본주의라는 경제관념에 대한 대립이 있었지만 군부독재를 겪은 것은 동일했을 것이다. 격변의 시대를 살았던 우리들의 이야기, 소설답게 마지막에 뭔가 여운을 남겼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