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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가까운 경기도 - 쉬러 갔다 마주한 뜻밖의 이야기 ㅣ 경기별곡 2
운민 지음 / 작가와비평 / 2022년 6월
평점 :
태어나서 30년이 넘는 세월을 부산과 경남에서 살았는데 경기도로 직장을 옮기고 나서 이사를 하였는데 처음에는 많은 것이 낯설었다. 지방 사람들처럼 쉽게 흥분하고 언성 높이는 사람도 없었지만 왠지 모든 것이 조심스러웠다. 아이들도 어려서 주말에는 어디에서 시간을 보내야 할지 몰라서 용인에 있는 에버랜드 위주로만 다녔는데 조금씩 범위를 넓혀갔다. 정작 내가 살고 있는 이천의 역사적인 인물은 누가 있는지 알아볼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다른 지역만 열심히 찾아다녔다. 그렇면서 대략적으로 머릿속에 경기도 지도를 그릴 수 있는 수준까지 되었는데 지역마다 특색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방에 살 때는 수도권이면 다 동일하다고 생각했는데 학교 다닐 때 배웠던 김포평야도 영화 살인의 추억의 배경이 되었던 화성도 다 같은 경기도라는 것을 경기도에 거주하면서 몸소 느끼면서 조금씩 체험하게 되었다. 요즘은 여행 블로그들이 워낙 잘 되어 있어 단순히 여행지를 소개하고 거기에 담긴 이야기만 소개하려고 했다면 그저 그런 책으로 남고 말았을 것이다. 이런 점에 대해 감안하여 주관적인 의견과 역사적인 객관적 사실을 담았다. 각 지역별 특산물이나 대표 음식에 대해 무조건적인 예찬보다 따끔한 질책도 마다하지 않았다.
내가 살고 있는 이천 편을 읽을 때 당연히 관심이 많이 갔는데 책이나 이천시 관광청에서 소개하는 관광 명소보다 쉽게 접할 수 없는 그런 장소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어디를 가든지 OO X경 이런 게 존재하는데 거기에 집중하기 보다 쉽게 잊혀버리지만 소중한 문화유산인 석탑과 같은 문화유산에 대해 다루었다. 이천을 방문한 사람이면 누구나 이천 쌀밥집을 찾게 되고 나도 손님이 오면 이천 쌀밥집에서 접대를 하는데 이천 쌀밥이라는 브랜드를 제외하면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다는 것이 사실이다. 어디에서나 맛볼 수 있는 한정식이 하나씩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상을 통째로 들고 나온다는 것 말고는 음식에 대해서는 별 차이가 없다. 그래서 막상 이천 시민들은 별로 찾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이천 쌀밥이라는 브랜드는 성공하였지만 내세울 만한 특색은 없다는 것은 사실이다. 사람들은 이웃한 여주와 비교를 많이 하기도 하는데 조선 시대 역사를 보면 여주가 이천보다는 훨씬 번성한 곳이었고 당연히 문화재도 많고 남한강을 끼고 있어서 관광 명소로서 손색이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지 모르겠다.
최고의 관광지라고 하면 단연코 제주도를 손꼽지만 한강을 끼고 있어 삼국시대부터 격전지였고 고려와 조선을 거치면서 국가의 중심으로 자리 잡아왔기에 역사 유적들이 많을 것이다. 이른바 땅만 파면 유물이 나오는데 어릴 적에는 이런 유물이 나왔다고 좋아했는데 요즘은 개발이 더뎌져서 반대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면 씁쓸해지기도 한다.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것은 고려하지 말고 현실에 집중해서 살아가면서 인생을 즐기고자 한다면 맛집도 찾아다니고 유명한 명소도 구경하고 아름다운 경치도 구경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경기도에 살고 있지만 아직 가보지 못한 곳도 많고 여행 블로그에서는 결코 접할 수 없는 내용을 다루었다. 그렇다고 따분한 역사 기행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여행 서적과 역사 기행 서적 그 중간에서 적당히 줄타기를 잘 했다고 봐야 할까. 자연 경관과 역사 유물에 대해서는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지만 후손들의 관리 미흡이라거나 독창성을 살리지 못한 경우에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맛집을 찾아갈 때 다른 사람들의 별점만 보고 찾아가는데 저자만의 시각으로 주관적일 수도 있지만 개인적인 의견도 많이 담았다는 점을 책의 장점으로 손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