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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안할 때 논어를 읽는다 - 현대인의 삶으로 풀어낸 공자의 지혜와 처세
판덩 지음, 이서연 옮김 / 미디어숲 / 2022년 3월
평점 :
성경이 베스트셀러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그에 못지않게 동양의 고전인 논어도 베스트셀러 중 하나라고 본다. 학창시절 한문 시간에 배운 적도 있으며 우리가 알게 모르게 고전으로서 접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고전은 원문 그대로 읽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번역본이나 해석본을 읽는다. 사실 고전이 쓰였던 시기는 지금처럼 인쇄술이 발달항여 많은 글자를 적을 수가 없었기에 상당히 함축적으로 적었을 것이다. 게다가 수천 년이 지난 당시의 시대상을 우리는 알 수 없기에 원문 그대로 해석하기 받아들이기에는 상당히 무리가 있다고 본다. 시대가 많이 바뀌었는데 예전처럼 무조건 부모를 공경하고 어른들 말을 잘 따라야 한다는 것은 지금은 조금 맞지 않다고 본다. 가부장적인 유교 문화가 자리 잡던 시절 - 최소한 내가 어릴 적까지만 하더라도 - 어른들은 방에 앉아서 물 가져와라, 담배 사와라 심부름을 시켰다. 그게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고 서양의 문화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공자의 사상에 대해 한때 중국에서 반발하여 문화 대혁명이 일어났고 우리나라에서도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책도 등장하였다. 하지만 무플보다는 악플이라는 말이 있듯이 역시 공자의 사상에 대한 관심의 표현이 아닐까 싶다. 만약 정말로 공자의 사상이 이제는 더 이상 맞지 않는 고리타분한 생각이라면 벌써 사라졌어야 할 것이다. 논어에 대해 해석한 책들이 많아서 여러 권 읽어보고 강좌도 들어봤지만 그때마다 느끼는 점은 달랐다. 제대로 이해를 하고 나름대로의 해석을 하려면 원문을 읽고 혼자만의 방식으로 해석을 해야 하지만 여태껏 그렇게 하지 못했기에 감히 내가 섣부른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책에서 마지막에 소개되었듯이 지금도 공자의 사상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라지는 것 같다. 제사에 대해서도 과연 그 목적이 무엇인지 와 제사상에 올리는 음식이나 제물에 대해서도 과연 옳은가라는 생각도 든다. 나의 뿌리에 대해 알고 조상을 공경하는 것은 옳지만 과거처럼 농경 사회가 아니라 단체로 생활을 하고 직장이라는 소속이 있는데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 우리가 즐겨 먹지도 않는 음식을 어렵게 준비해야 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든다.
군자의 도리, 부부의 관계,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 대해서도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자식은 나를 낳아준 부모를 공경해야 하고 부모가 늙고 병들었을 때 나를 희생해서라도 요양을 해야 한다고 하지만 오늘날 과연 그게 부모와 자식을 위한 것일까라는 생각도 든다. 요양원이 혐오 시설도 아닌데 전문가들로부터 케어를 받고 함께 어울리는 것이 오히려 노년을 편하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있듯이 고전을 시대에 맞게 해석하는 것도 또 다른 창작일 것이다. 책에서는 사장이나 리더가 갖추어야 할 덕목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한 부분이 특히 기억에 남았는데 사장이 직원들의 행동 하나하나에까지 간섭하는 것은 정말 피곤한 일이다. 책에서는 화장실 청소를 예를 들었지만 보고서의 폰트 하나하나까지 신경 쓰는 그런 관리자라면 정말 함께 일하기 싫을 것이다. 적당히 위임할 것은 위임하는 그런 자세가 중요할 텐데 공자가 제자들을 가르치던 그 시절에도 지금처럼 문제가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책에서 여러 덕목들에 대해 소개를 하였는데 불안할 때 나의 인생을 위로한다는 내용으로 표지를 작성한 이유는 불안을 떨쳐버린다기 보다 나와의 공감대를 찾을 수 있도록 만들어 주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내가 가진 생각이 잘못된 것이 아닐 수도 있고 내가 그토록 싫어하던 관리자의 모습으로 내가 변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기회를 제공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