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교육은 ‘다음’을 가르칩니다 - 건강, 즐거움, 권리, 관계 맺기, 동의, 안전, 다양성, 몸, 감정
이유정 지음 / 마티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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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까지는 여학생들과 함께 공부를 하다가 중학교 때 처음으로 남자들끼리만 수업을 받게 되고 성적인 호기심도 늘어나게 되었고 선생님들도 성에 대한 교육을 하였다. 포경 수술이 무엇이며 왜 해야 하는지, 이성이란 어떤 존재인지 등에 대해 처음으로 배웠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올바른 교육은 아니었던 것 같다. 당시만 해도 남존여비라는 말도 있었고 남자는 강해야 하는 법이며 여자에게 절대 밀리면 안 된다는 인식이 강했다. 이런 것을 당연히 받아들이게 되었고 여성을 억압하여 강제로 성추행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던 시절이었다.

  이렇게 잘못된 성교육을 받아온 40대 가장 중 한 명이기에 자녀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해 줄 수가 없다. 동성애는 말도 안 되는 것이며 남자는 결혼하기 전에 여자랑 잠도 자야만 어른이 되는 것이지만 나와 결혼하는 여자는 반드시 순결을 지켜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논리가 팽배했었다. 과거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개탄스럽다. 남자는 군대를 가기 전에 반드시 사창가에 가서라도 성 경험을 가져야 한다고 귀에 아프에 들어왔는데 그나마 다행이라면 고등학교 때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올바른 성교육이 나를 정상으로 만든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시대를 초월해서 옳은 말씀을 하신 것인데 다른 마초 성격을 지닌 선생님들이 들었더라면 노발대발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학교에서 1박 2일 캠프를 가서 영상으로 성교육을 받은 것이 제대로 된 유일한 교육이었는데 요즘도 그런 방식으로 교육을 하는지는 모르겠다. 성병에 관한 교육이었는데 성인이 되어서도 배울 수 없었던 교육이었다. 당시에 그런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성에 대해서는 어른들이나 하는 이야기이며 이른바 까진 청소녀들이나 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며 학생은 쥐 죽은 듯이 공부만 하는 것이라고 배워왔다. 나이가 들어서 생각해 보면 그 시절 배웠던 공부 중에서 삶에 도움이 되는 것은 수학, 물리보다 성교육이라는 생각도 든다. 중학교 세계사 시간에 누군가가 앵글로색슨족에 대한 말을 듣고 '선생님, 섹스는 욕인데요.'라고 했다. 선생님은 그건 잘못된 지식이라며 섹스 = 성, 즉 남성, 여성을 가리키는 말이지 절대 욕이 아니라고 하신 말씀이 생각이 난다. 문제는 책에서도 그렇게 나온 것을 봐서는 아직도 선입견은 여전히 남아 있나 보다. 선입견이라기 보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해서가 아닐까 싶다.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성에 대한 지식보다 잘못된 성교육에 대해 알려준다. 그동안 터부시 되었기에 함부로 말을 꺼내기도 어려운 은밀한 뒷이야기 같은 성교육. 자신감 있게 성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선생님이 드물지만 이제는 공중파에서도 어느 정도 시도를 하고 있다. 아직은 내가 직접 나서서 교육하기에는 부담이 되지만 이런 교육 프로그램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본다. 나도 책을 읽었으니 최소한 어떤 것이 잘못되었는지는 분간할 수 있게 되었으니 다행이라고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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