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서로에게 선물이 된다면 - 미국 메릴랜드주 퍼스트레이디 유미 호건 자전 에세이
유미 호건 지음 / 봄이아트북스 / 2021년 9월
평점 :
품절


  나도 10년쯤 전에 나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문득 누군가가 어떤 책을 쓰고 싶냐고 물어보았을 때 쉽게 답을 하지 못하였다. 말 그대로 나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하면 에세이를 말하는 것인데 과연 내가 에세이를 쓴다고 하면 과연 누가 읽을 것인지 의문이었다. 여태껏 내가 읽었던 에세이의 경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유명인들이 자신의 경험담을 적었거나 어릴 적 우리가 겪었던 일상을 다시금 소환하도록 하는 그런 내용들이 주를 이루었다. 전문 작가 수업을 받은 것도 아니고 글 쓰는 능력을 타고난 것도 아니어서 엄두를 내지 못하였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쓴 에세이를 많이 읽어보는 편이다. 에세이를 우리말로 하면 수필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학창 시절 배울 때는 수필은 그저 붓 가는 대로 편하게 쓰는 글이라고 들었다. 그래서일까? [우리가 서로에게 선물이 된다면]도 그저 편하게 읽어볼 만한 책이다. 뭔가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거나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그런 목적의 책이 아니다. 나 잘난 사람들이 많이 쓰는 흔한 자기 계발서 와도 거리가 멀다. 남들보다 특별히 힘들거나 부유한 시절을 보낸 것도 아니고 그저 우리가 보낸 어린 시절을 보냈다. 물자가 넉넉하지 못하여 고기반찬은 엄두도 못 내었고 지금처럼 군것질을 하거나 비싼 과일을 먹는 것은 꿈도 못 꾸던 그런 시절이었다. 그런 어린 시절을 잠시나마 회상할 수 있게 해주면서 저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설처럼 긴장감 넘치게 이야기를 전개할 필요도 없고 또 그런 것을 원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당시에는 상당히 파격적이었던 국제결혼을 하면서 미국으로 건너갔는데 마치 영화 미나리처럼 미국에 이민 가서 겪은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미국 이민에 대해 희망을 가진 이들에게 미국 생활은 힘든 것이니 함부로 도전하지 말라든가 반대로 미국 이민을 부추기는 그런 내용은 절대 아니다. 그저 살아왔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것이다. 미국이란 나라 혹은 미국인들에 대해 어떠한 평가도 없이 남편이 주지사인 것만 제외하면 그저 평범한 가족들의 이야기이다.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꿈을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고 젊은이들에게 뻔한 훈계를 한다거나 역경을 이겨내는 용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것을 운명에 맡기고 사랑의 힘으로 풀어나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책의 제목처럼 저자에게는 세 딸과 남편이 선물이었을 것이며 반대로 저자는 메릴랜드에 보내준 또 다른 선물이 되었을 것이다. 진정 말하고 싶어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 가정에서 혹은 직장에서 나는 그냥 보잘것없는 존재는 아닐까 생각해보지만 알게 모르게 분명 도움이 되고 있을 것이다. 삶의 끈을 내려놓고 싶다는 충동을 느낄 때 다른 사람들과 실타래로 얽혀져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 쉽게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없게 된다. 우리 자신도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선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좋은 남편을 잘 만났고 세 딸들도 행복하게 잘 자라서 좋겠다고 부러워할 수도 있지만 좋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좋은 사람이 계속 좋은 사람으로 남게 하기 위해서 내가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신의 공적은 낮추고 다른 사람의 배려에만 초점을 맞추었는데 내가 남을 배려하지 않은데 남이 알아서 나를 배려해 줄리 만무하다. 굳이 드러내놓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런 배경이 충분히 깔려있었을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의 자서전이나 자기 계발서라면 내가 이렇게 배려를 했으니 남도 알아서 나의 입장을 이해하고 한국에서 어렵사리 진단키트도 도입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 뻔한 자기 자랑은 생략하였기에 우리는 자전 에세이라고 부르고 추천하는 것이 아닐까. 나 스스로를 높이지 않아도 남들이 알아서 인정해주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는 그런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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