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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에서 배우는 맛있는 과학
사이먼 퀠런 필드 지음, 윤현정 옮김 / 터닝포인트 / 2021년 10월
평점 :
과학은 우리의 일상 속 여기저기에 숨겨져 있다는 것을 이미 학창 시절에 배웠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거의 매일 밥을 할 때 사용하는 압력 밥솥부터 라면을 하나 끓일 때도 과학은 등장한다. 라면을 맛있게 끓이려면 수프와 면 중 어떤 것을 먼저 넣는 것이 좋을까? 탄 음식을 먹으면 암에 걸린다는데 정말 사실일까? 이런 궁금증에 대한 답은 책에 있지만 아쉽게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쓰인 것은 아니었다. 과학이라는 과목의 특성상 호불호가 갈려서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이토록 어려운 과목도 없을 것이다. 과학을 전공하여 공부를 하려는 사람이 아니라면 어려운 화학식이나 원소 구조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일반인들을 위해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려면 복잡한 분자식 대신 말로 간단하게 풀어서 설명해도 충분할 것이다. 인문학적인 감성으로 마치 소설처럼 어려운 문체를 써가며 설명을 한다면 안 그래도 어려운 과학이 한층 더 어렵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책에서 어렵게만 느껴지는 화학식이나 원소 기호만을 나열한 것은 아니다. 맛있는 요리를 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상세한 레시피를 수록하였다. 하지만 책에서 소개된 레시피대로 음식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재료나 도구를 준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지는 모르겠다. 한국의 실정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겠다. 한국의 주방에서 배우는 과학이라고 하면 부대찌개, 라면 등이 등장할 텐데 크림 시클 같은 처음 듣는 요리나 집에서 만들어 볼 엄두도 못내는 치즈 만드는 방법은 그냥 재미로 읽는 것 이상을 벗어날 수 없었다. 도저히 집에서 시도해 보기가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효모를 이용한 수제 막걸리 제조라면 몰라도. 다르게 생각해보면 우리가 요리 블로그나 지인들에게 들을 수 없었던 생소한 요리법에 대해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대부분의 요리에 대해 설명을 할 때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고 재료는 슈퍼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고 하였는데 우리의 실정과는 맞지 않다. 한 권의 책에 너무 많은 내용을 담기 위해 이런저런 내용을 싣다 보니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내용은 놓친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 대부분의 성인이 궁금해할 맥주와 와인에 대해서 어떤 원리로 만들어지는지, 라거와 에일의 차이점에 대해 구체적인 조제법을 이용해 설명이 될 줄 알고 기대를 하였는데 막상 싱겁게 끝나버렸다. 요즘 수제 맥주가 유행하는데 다행히 레시피가 소개되어 있지 않아 시도해볼 엄두를 못 내게 되었다.
책의 내용이 모두 재미없는 것은 아니었다. 유리병을 딸 때 '뻥 소리가 나면 정상입니다' 라는 문구가 적힌 것을 본 적이 있는데 한 번도 그 이유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았는데 그 원리에 대해서 흥미롭게 보았다. 독자들마다 관심사와 배경 지식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모든 독자를 만족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요리가 나에게 익숙하지 않았고 과학을 전공한 나에게도 조금 어렵게 느껴졌기에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주 주관적인 생각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