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의 흑역사 - 세계 최고 지성인도 피해 갈 수 없는 삽질의 기록들 테마로 읽는 역사 6
양젠예 지음, 강초아 옮김, 이정모 감수 / 현대지성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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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다 보면 누구나 감독이 된다는 말이 있다. 실제 현장에서 뛸 때랑 카메라로 선수와 상대방 감독의 움직임까지 모두 잡아 주기 때문에 전체를 볼 수 있고 경기가 끝난 후에는 그때 컨디션이 좋은 OOO 선수를 기용했어야지라고 훈수를 둔다. 하지만 긴박한 순간에 빠른 판단을 내리기에는 누구나 실수를 하기 마련이고 결과를 예측할 수 없어 함부로 모험을 할 수도 없다. 과학이나 역사에서도 이런 것은 통한다고 본다. 가령 전쟁을 할 때 만약 그때 이런 전략을 썼다면 어땠을까라고 후대에서 평가하기도 하지만 수많은 평론가들과 역사학자들이 분석을 마친 상태에서 한두 마디 거드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거의 평생을 연구하여 수립한 상대성 이론의 경우도 오류가 있는데 오늘날에는 중학생들이 배우는 내용들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중학생들이 아인슈타인보다 더 똑똑한 것일까? 당연히 그렇지는 않겠지만 아인슈타인이 몰랐던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그의 노력이 과연 불필요한 것일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과학이란 수많은 실패를 거듭하면서 발전하는 것인데 실수나 실패를 하지 않는다면 과학의 발전은 없을 것이다.


  책은 우리가 과학이라는 학문을 학창 시절 분리해서 배웠던 물리, 화학, 생물, 지구 과학을 천문학, 생물학, 수학, 화학, 물리학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수학자가 과학자인지는 전문가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만 전공과 목을 배울 때 필수 과목으로 포함되어 있었던 것을 보면 과학이라 불러도 무방한가 보다. 이 중에서 가장 흥미롭지만 깊이 파고들면 여러 가지 과학에 대한 지식이 필요한 학문은 천문학이기에 초반에 천문학자 이야기가 나와서 책이 어렵게 느껴졌다. 물론 사람에 따라 지식과 관심사에 대해 차이가 있으므로 내용이 어렵다 쉽다는 지극히 주관적이겠지만 과학을 전공한 나로서도 책의 내용 중 상당 부분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도대체 어느 부분에서 잘못 판단했다는 것인지 혹은 고집을 부려서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어렵게 갔는지 파악할 수가 없었다. 정확히는 후세의 과학자들이 답을 찾아내었고 과학은 역사가 아니기에 누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였는지는 시험 문제에도 출제되지 않아서 관심이 없었다. 우리는 모든 과학적 사실에 대해서만 어떻게 증명을 하는지 정도만 학부 과정에서 배우기 때문에 누가 어떤 삽질을 하였고 나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과학자의 흑역사라고 말을 한 이유 중 하나가 지나친 고집 때문에 대사를 그르쳤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역사에 이름을 남긴 - 이 책에 소개된 과학자들 - 과학자들은 당대 최고라고 자타가 공인하였을 것이다. 그만큼 자부심도 대단했을 것이고 자신의 실험이나 가설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결코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생각한 가설이 옳다는 확실한 믿음을 가져야만 그것을 스스로 증명하려고 위대한 업적을 남겼을 것인데 그게 아니라 남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받아들였다면 발전하지 못하였을 거라 생각한다. 사람의 두뇌는 한 분야에서 정통하게 되면 다른 한쪽은 쇠퇴한다고 들었다. 과학적 지식이 뛰어난 사람은 반대로 사회적인 지식이 상당히 떨어진다고 저자는 말하였는데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과학자 본인이 그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는지 아닌지 몰라도 현시대에서도 이름을 날리는 위대한 인물들을 보면 모든 능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느끼데 된다. 그렇다면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 것이 한 사람에게 몰빵하지는 않는다는 뜻은 아닐까 싶다. 때로는 종교 지도자들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는데 도무지 설명이 불가능한 자연 현상에 대해 신의 영역이라고 인정하면 될 것을 과학적 호기심인지 아니면 신이 내린 임무인지 모르겠으나 끝까지 파헤치려고 노력하였기에 지금처럼 눈부신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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