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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과 유럽 문명의 종말 - 대규모 이슬람 이민이 바꿔 놓은 유럽의 현재와 미래
유해석 지음 / 실레북스 / 2021년 7월
평점 :
이슬람 무장 단체와 자살 폭탄 테러 등의 여파로 이슬람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내전 때문에 이슬람 난민들이 많이 발생하였는데 난민을 받지 않기 위해 국경을 폐쇄하기도 하고 영국의 경우 꼭 그 이유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EU를 탈퇴하기도 하였다. 하필 요즘 아프간 사태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가 배울 때 혹은 과거의 이슬람은 관용의 종교였다. 누구나 이슬람을 믿으면 동등한 대우를 해주겠다고 하였고 십자군 전쟁을 봐도 이교도를 무자비하게 처단하는 기독교와 달리 오히려 관용을 베풀었다. 내가 아는 한 이슬람이란 종교 자체가 폭력적이고 다른 종교를 배척하는 것은 아니다. 제국주의를 거치면서 강대국들의 논리에 의해 임의대로 국경선이 그어지고 같은 민족들이 서로 다른 국가에서 살게 되다 보니 이런 현상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사고를 쳐서 문제를 유발한 사람, 피해를 보는 사람 따로 있게 된 것이다.
유럽에 이슬람 인구가 늘어나고 있어 수십 년 뒤에는 파리가 무슬림의 도시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는데 그게 과연 무슬림들의 잘못이거나 혹은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것일까? 이슬람에서는 낙태나 피임을 금하기 때문에 인구가 늘어나는 것이고 반대로 이른바 선진국에서는 출생률이 떨어져서 계속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책의 제목만 보고 유럽의 인구가 어떻게 줄어들고 있고 이슬람으로 채워져 가는지에 대한 내용인 줄 알았는데 책을 읽다 보니 일방적으로 이슬람 이민 수용은 부적합하다는 한쪽으로 상당히 치우친 논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슬람 인구가 늘어나는 것이 그렇게 문제가 되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가 없다. 출산율이 떨어져서 인구는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 대책 없이 무조건적인 난민 수용은 안된다. 이민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하지만 내가 만난 이슬람인들은 책에서 말한 것처럼 폭력적이지 않았다.
이번 아프간 사태로 난민이 많이 발생하여 인도주의 차원에서 난민을 수용한다고 하니 많은 사람들이 반발을 하였다. ‘자기들끼리 알아서 해야지’ ‘예멘 난민 받았다가 세금만 축냈다’는 이야기를 하고 농촌에서 일을 시켰더니 너무 대충 해서 앞으로 절대 일손을 맡기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아니라 지인들이 그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알다시피 농번기 때는 농촌에 일할 사람이 없어서 동남아시아에서 많은 사람들이 농촌에 와서 한시적으로 일을 하고 고국으로 돌아간다. 조선족은 위험하다고 하며 무조건적으로 반대를 하고 이슬람은 과격하다고 또 배척한다면 과연 우리가 그렇게 잘난 민족일까? 영화에서 본 흥남 철수 작전을 보면 미군은 수많은 군수물자를 버리고 피난민들을 태우고 철수하였다. 그중에 북한군이 있을지 모르는 위협을 무릅쓰고 작전을 수행하였고 전쟁고아들 중 많은 사람들이 해외로 입양되었다. 돈을 벌기 위해 광부들이 중동으로 나갔고 독일로 간호사들이 파견 나갔다. 이제 우리가 먹고 살 만하니 난민을 배척하고 무슬림들은 위험한 부류라고 치부해버리는 게 과연 옳을까? 다른 이슬람 국가에서도 난민을 받지 않았기에 논리로 우리도 난민을 받으면 안 된다고 한다. 어떤 이는 뉴스에 나온 3살짜리 시리아 난민을 보며 측은하다는 생각 대신 저런 식으로 애써 불쌍한 척한다고 폄하하기도 한다.
같은 이슬람이면서 예멘이나 시리아 난민을 수용하지 않는 국가가 종파가 달라서인지 다른 이유가 있는지도 모르고 무조건 반대한다는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미국 주식이 오르니 중국, 한국, 유럽 주식도 모두 올라야 한다는 논리일까? 지식을 얻고자 읽은 책에서 지나친 종교적 혹은 정치적 색채가 강하게 느껴져 책을 읽는 내내 불편하였다. 대안도 없이 유럽처럼 난민을 수용해서는 안된다고 책이 마무리되어 아쉽다. ‘꼰대스럽다’는 생각이 든 것은 물론 나도 지나치게 편견을 가지고 책을 읽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