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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의 기억, 시네마 명언 1000 - 영화로 보는 인문학 여행
김태현 지음 / 리텍콘텐츠 / 2021년 6월
평점 :
학창시절 여자 친구에게 편지를 쓸 때 시에 나오는 문구나 영화에 나오는 명대사들을 인용한 적들이 많다. 아니면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자르면서 배우들의 느끼한 대사를 한 번쯤은 인용해보고 싶어 했다. 영화는 짜인 각본대로 배우들이 연기를 펼치는 것이기에 현실과 동떨어진 경우도 많지만 알면서도 영화를 보고 황금빛 미래를 꿈꾸기도 하고 어려운 현실을 타파하는데 도움을 받기도 한다. 포털 사이트에서 영화에 리뷰를 보면 명대사가 빠지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인지 모른다. 당장은 어렵지만 왠지 이 어려움을 타개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요즘은 러닝 타임이 늘어서 2시간을 훌쩍 넘기도 하지만 예전에 나온 영화들은 2시간을 넘기기 어려웠다. 짧은 시간 내에 관객들에게 많은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빠른 전개가 필수였고 소설이나 만화를 원작으로 한 경우에 많은 장면을 삭제해야 했지만 반대로 글에서는 느낄 수 없는 진한 여운을 배우의 입을 통해 전달될 수 있었다.
200편의 영화에 나오는 1000개의 명대사를 선정하려면 당연히 그 많은 영화를 다 보고 대사를 음미해야 가능할 것이다.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전에 내가 봤던 영화가 몇 개나 될까 세어보았는데 그나마 수십 편은 된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꼭 명대사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책을 읽다 보면 영화의 명장면이나 시나리오 혹은 주인공이 처한 상황에 대해 빗대어 이야기를 전개하기도 한다. 책을 읽다가 인용된 영화 제목을 적어두었다가 나중에 해당 영화를 보기도 하고 인생 영화로 손꼽으며 여러 번 다시 보기를 한 적도 있다. 그러면서 나도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내가 본 영화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아이들과 함께 본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춘기의 아이들과 대화의 시간을 많이 가진다. 인생 영화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것만큼 대화를 길게 이어갈 만한 게 있을까 싶기도 하고 또 대화의 단골 소재로 등장하기도 한다.
책에서 나온 명 대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영화를 본 적이 있어야 하는데 저자도 스포일을 원하지 않아서인지 영화의 배경이나 내용에 대해 간략히 언급만 하여 독자들의 호기심을 유발시킨다. 마치 영화의 예고편을 살짝 보여주는 느낌 정도이다. 고전이라도 유행을 타지 않고 수십 년이 지나도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는 명작의 경우 보지 않았다고 해서 굳이 살아가는데 지장은 없지만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를 하는데 뭔가 소재거리가 하나 줄어드는 느낌이 든다. 남자는 나이가 들어가면 말이 점점 많아진다고 하는데 이런저런 이야깃거리를 많이 가지고 있지 않으면 쓸데없이 ‘공부는 잘하냐?’ ‘결혼은 언제 하냐?’ ‘취업은 했나?’라는 말을 하면서 괜히 분위기만 흐리게 된다. 나이가 들어도 꼰대 소리 듣지 않고 젊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이어가려면 이것저것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알고 있어야 한다. 영화를 보고 배우들의 명 대사를 많이 알고 있다면 충분히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 되기에 또 다른 노후 대비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