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프리드리히 2세의 생애 (하) - 중세의‘압도적 선구자’, 황제 프리드리히 2세의 일생 황제 프리드리히 2세의 생애 2
시오노 나나미 지음, 민경욱 옮김 / 서울문화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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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노 나나미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것이 로마인 이야기를 읽으면서부터였다. 당시에 여름 휴가철 CEO 추천 도서이기에 나도 읽어보았는데 1권을 읽으면서부터 빠져들기 시작하여 마지막 권까지 이른바 정주행을 하였는데 다른 사람들에게도 추천을 하였는데 읽다가 너무 몰입하여 지하철역에 내려서 읽던 부분마저 읽고 집으로 갈 정도였다. 소설이 아니면서도 소설보다 더 긴장감 넘치는 문필도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데 이후로도 저자의 책은 새로 나올 때마다 읽어보았다. 이름은 많이 들어보았지만 정작 어떤 업적을 남겼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영화로 제작되지 못한 것도 이유 중 하나이겠으나 무엇보다 나의 무관심이 더 크지 않았나 생각된다. 중세를 암흑이라고 많이 표현하는데 십자군 전쟁과 마녀사냥 등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따지고 보면 둘 다 교황을 비롯한 종교 지도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고 체계를 공고히 하는 데만 관심이 있었다고 본다. 황제와 교황의 권력 다툼 그것은 세속과 영생 지도자의 권력 투쟁이었는지 아니면 현실과 이상주의자의 대립이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스포츠 경기에서 어느 팀이 우승할지 관전 포인트를 가지고 보면 재미가 있듯이 역사도 대립에 관점에 보면 뭔가 색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부모를 일찍 여의고 다른 혈통들에 의해 권력을 빼앗기고 죽음으로 내몰린 왕들도 있고 어려운 시기를 잘 버텨내어 훌륭한 군주로 후세에 이름을 남긴 왕들도 있다. 서양의 중세 역사도 마찬가지로 그런 어려움을 이겨내고 지켜왔기에 역사에 오래도록 이름을 남기는지도 모르겠다. 당시를 살아보지 않고 역사를 보면서 이렇게 저렇게 훈수를 두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그 시절에는 지금처럼 통신이나 교통이 발달하지도 않았고 정보에 대해서도 취약했기에 판단이 상당히 중요했을 것이다. 당시의 황제가 어떻게 그런 판단을 하였는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작가는 상상력을 동원하여 우리에게 흥미를 제공해주는데 마치 당시를 살았던 것과 같은 생생한 표현이 압권이다.

세계사를 공부할 때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전쟁인데 나만 아니면 혹은 나만 죽지 않으면 가장 재미있는 것이 전쟁이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수많은 게임 중에 전쟁에 관한 게임이 가장 인기가 많다. 중세에는 십자군 전쟁이 가장 유명한데 성지를 탈환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었지만 협상이 아닌 피를 흘리면서 찾아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명분을 내건 종교 지도자들의 속셈은 자신의 권위를 강화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죽으면 천국으로 갈 수 있다고 꼬드겨서 수많은 젊은이들과 심지어는 소년 소녀들까지 전쟁으로 내몰고 이교도를 무자비하게 학살하는 것이 과연 신이 원하는 것이었을까? 이런 부당함에 맞서기 위해 황제가 되어 외교력과 정치력을 발휘하여 중세를 근대 국가로 만들려는 원동력이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게 되었다. 작가의 지식을 이용하여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분야가 소설일 텐데 소설이라고 부르지 않는 장르임에도 뒷이야기가 궁금해지고 작가의 상상력이나 문체가 살아나는 것은 왜 일까? 저자가 첫 르네상스의 여인들을 첫 연재할 때부터 언젠가 한 번은 꼭 써보고 싶다고 했다는데 글솜씨가 부족하다거나 배경 지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독자들의 수준이 어느 정도 올라올 때까지 비슷한 시기의 역사 책들을 먼저 발간하여 팬심을 확보한 다음 본인의 버킷리스트를 이루어낸 것이 아닐까 상상해본다. 아무리 걸작을 만들어 냈다고 하더라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으면 필요가 없어지듯이 작가도 때를 기다리면서 독자들의 수준이 올라오도록 <로마인 이야기>, <십자군 이야기>와 같은 밑밥을 충분이 주고 다시금 걸작을 출시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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