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하포드의 세상을 바꾼 51가지 물건 - 새로운 것들은 어떻게 세계 경제를 변화시켰을까
팀 하포드 지음, 김태훈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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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과학을 전공해서 그런지 세상을 바꾼 물건 하면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되는 가전제품이나 자동차나 비행기 같은 기계류를 쉽게 떠올린다. 그런 신제품들의 발명으로 전쟁의 양상도 바뀌었고 전쟁이 끝나고 나서는 일상생활에 사용되어 여성을 가사 노동으로부터 해방시켜주었다는 정도로 항상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인문학도가 바라본 세상을 바꾼 물건은 조금 달랐다. 처음에 등장하는 연필부터 단순해 보여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벽돌, 눈에 보이지 않는 블록체인 기술이라거나 알고리즘까지. 우리가 흔히 물건이라고 말하는 상식을 뛰어넘었다. 물론 세상을 바꾼 물건이 51가지 밖에 안되지는 않지만 세상을 어떤 방향으로든 변화시킨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금속 활자를 이용하여 대량으로 성경책을 찍어낼 수 있게 되면서 누구나 쉽게 성경을 접하게 되어 결국은 종교 개혁으로 발전하였는데 시대적 배경상 어쩔 수 없는 변화의 방향이었다 할지라도 세상을 변화시키기에는 충분했다. 당시에 금속활자가 발명되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성경을 대량으로 찍어낼 수 없었고 그래서 대중들이 쉽게 성경을 접할 수 없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종교 개혁을 시도조차 하지 못했을까?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대중에게 전파되었을까? 아쉽게도 만약 이런 물건이 없었더라면 어떻게 세상이 바뀌었을지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았다.


  자연과학을 공부한 사람들은 직관적으로 인과 관계를 명확히 밝히고 사실에 근거하여 이런저런 내용을 기술하는데 인문학자가 바라본 세상이라 그런지 다소 추상적이라는 느낌도 들었다. 그래서 그게 세상을 어떻게 바꾸었다는 것인데라는 의문이 들게 만들기도 했다. 물론 새로운 물건을 잘못 사용하였을 때 생길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설명하였다. 대표적인 예가 스프레드시트인데 우리는 흔히 엑셀이라고 말한다. 자칫 수식을 잘 못 사용하거나 마우스 클릭을 실수하게 되면 엉뚱한 사람을 합격시키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편리함이 만들어낸 기술의 이면이라고 해야 할까? 물론 그 정도의 실수를 할 사람이라면 수기로 기록할 때도 마찬가지로 실수할 우려는 있겠지만.


  세상을 바뀌기에는 51가지 만으로는 당연히 불가능하고 그렇다고 책에 소개된 51가지 물건이 세상을 바꾸는데 기여한 TOP 51 종목은 아닐 것이다. 다만 세상을 바꾸는데 기여한 수없이 많은 물건들 중에서 51가지만 선정하여 저자만의 시각으로 8가지로 분류하여 써 내려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8가지 분류 중에 꿈을 팔다에 소개된 물건들은 사람의 심리를 묘하게 이용한 것이 아닐까 싶다. 버블의 대명사로 불리는 튤립의 경우 실제로 네덜란드에 경제를 파산으로 몰고 가거나 킅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쉽게 눈에 띄고 설명하기에 가장 좋기에 프랑스의 미시시피 개발회사나 남해회사보다 자주 인용되는 것은 아닐까. 지금은 다른 분류에서 소개된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을 둔 비트코인이 마치 그 뒤를 이을 것처럼 보이지만.


  OO 한 OO 가지 물건이나 식품에 대한 시리즈는 워낙 많아서 독자들을 쉽게 유혹하는 듯하다. 우선 책의 제목부터 끌리게 만드는 매력은 분명 있다. 그렇지만 그 OO 가지를 선정한 이유에는 분명 저자만의 논리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 선정 배경과 어떻게 세상을 바꾸었는지를 보고 또 만약 그런 기술이 없었더라면 세상은 어떻게 바뀌었을지 스스로 생각해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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