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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 - 네트워크 경제 입문자를 위한 가장 친절한 안내서
강성호 지음 / 미디어숲 / 2021년 5월
평점 :
내가 학창시절 집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던 시절이 있었다. 저녁 시간에 근처 아파트 단골 고객이 전화가 와서 지금 남편이 출장 중이어서 슈퍼를 갈 수 없는데 우유와 계란 한 판만 배달해 줄 수 있냐고 했다. 나는 기꺼이 5천 원도 안되는 물건을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며칠 뒤 우리 가게를 방문해서 그때 고마웠다며 많은 물건을 사 가던 기억이 난다. 그때 어머니께서 세상에 공짜란 없다고 하셨다. 내가 선행을 베풀면 언젠가는 보답이 돌아온다는 것이었다. 오늘날 메신저 시장을 주름잡는 카카오도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처음에는 건당 20 ~30원씩 하는 문자를 대신해 마음껏 카카오톡을 보낼 수 있게 되었는데 적자를 감수하고 무료 서비스를 유지하였다. 물론 인터넷이나 PC 통신 초창기에도 무료와 유료 서비스가 극명하게 갈렸는데 유료화로 전환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졌던 기업들이 많았다. 네이버 블로그에 나의 사진을 올리고 일기도 쓰는데 만약 네이버가 유료화로 전환해버리면 어떻게 되나는 걱정도 한 번씩 하였다. 공짜로 사진도 올리고 이웃 간에 소통도 하게 해주는 고마운 서비스이지만 세상에 공짜가 없듯이 엄청난 광고 수익을 얻고 있을 것이다. 카카오에서 카카오 콜택시나 카카오 내비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는데 이제 SK의 T-MAP도 통신사와 관계없이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겉보기에는 고객을 위해 공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같지만 숨겨진 이면은 알 수가 없다. 자율 주행 자동차 시대를 대비해 데이터를 수집할 수도 있고 사람들의 이동 동선을 미리 파악하여 시장에 뛰어들거나 아니면 데이터를 필요한 업체에 일정 비용을 받고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플랫폼 기업이란 게 처음에는 공짜로 제공하다가 어느 정도 가입자가 늘어나면 갑자기 유료화로 전환하거나 확보된 고객수를 이용하여 빅데이터를 축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속내는 알 수가 없지만 우리가 손안에 들어오는 자그마한 기계로 보내는 시간은 고스란히 플랫폼 기업의 자산이 되는 것이다. 책에서 말한 대로 내가 리뷰를 쓰고 조그마한 보상을 받는 것이 과연 나의 수고에 대한 보답인지 아니면 내가 속고 있으면서 플랫폼 기업의 자산 축적을 하는지는 모를 일이다. 스마트폰을 교체한 후배가 이제는 카카오만 설치하니 어지간한 것은 다 된다는 말을 하였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플랫폼 기업의 노예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내가 플랫폼 기업의 배를 불리고 있다는 것이 억울하다면 그 회사 주식을 사서 투자자가 되면 수익을 나눠갖는 것이므로 억울하지는 않을 것이다. 플랫폼 기업들은 이제 앉아서 돈 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대를 주름잡던 수많은 IT기업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져갔다. 검색 시장을 장한하던 야후나 라이코스는 물론이며 우리나라의 원조 SNS들도 페이스북 등에 자리를 빼앗겼다. 하지만 플랫폼 기업이라고 손 놓고 있다가는 언제 가입자들을 빼앗길지 모른다.
독점 규제라는 명목하게 공룡 기업들을 압박하는데 플랫폼 기업들은 나름대로 미래의 수익 모델을 지금처럼 판을 깔아놓고 돈을 긁어모으려고 했는데 이제 와서 찬물을 끼얹는 정부가 원망스러울지도 모른다. 미래를 지배하기 위함이 아니라 인간 세상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혁신을 한 것인데 독점이라고 규제를 하고 있다. 물론 반대의 목소리도 많을 것이다. 수많은 스타트업 기업들 역시 혁신의 기치를 내걸고 새롭게 뛰어드는데 공룡 기업들이 방해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책을 읽는 목적은 다양한 의견을 나만의 잣대로 해석하며 받아들인다고 생각한다. 단순한 안내서가 아니라 저자의 의견에 대해서도 과감하게 표현하였다. 단순하게 블록체인과 같은 네트워크 경제에 대해 알려주는 것을 떠나 저자만의 시각으로 바라본 미래 예측. 물론 그대로 실현될지 안될지는 알 수 없다. 단순히 유튜브만 보면 그대로 받아들이겠지만 책을 읽으며 생각을 하다 보면 나만의 주관을 가지게 되다. 과연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궁금하기도 하고 나도 미래를 상사해볼 밑거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