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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15번의 무역전쟁 - 춘추전국시대부터 팍스 아메리카나까지
자오타오.류후이 지음, 박찬철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8월
평점 :
세계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전쟁에 대한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인류를 전쟁을 통해 발전하였고 또 그렇면서 국가의 기틀이 마련되었을 것이다. 과거에는 전쟁을 단지 무기를 가지고 서로 죽고 죽이는 일이 벌어지고 나서야 승부가 난 것으로 이해했는데 전쟁의 향방을 가른 것은 그것 말고도 다른 요인들이 많았을 것이다. 전쟁을 시작하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지 않아서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협상을 할 수도 있지만 최후의 수단으로 전쟁을 택했을 것이다. 아니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서 전쟁을 치르면 단기간 내에 반드시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전쟁이란 승자에게도 피해를 남기기 마련이므로 확신이 있지 않고서야 전쟁을 치르지는 못했을 것이며 어느 정도 피해를 감수해야 했을 것이다.
책에서는 춘추전국시대의 무역 전쟁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그 당시에도 무역이라는 말을 사용했는지 모르겠으나 현재에 와서 당시 자료를 분석해보면 무역전쟁이라 말하기에 충분한가 보다. 당시에는 교역의 규모도 작았기에 지금처럼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놓고 머리를 싸매고 굳이 무역 전쟁을 하지 않아도 쉽게 우위를 점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물론 후세에 와서 평가를 하다 보니 그런 것이지 알려진 것 말고도 수많은 실패나 성공 사례들은 분명 존재하였을 것이다. 서양으로 눈을 돌려보면 힘의 균형이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네덜란드를 거쳐 다시 영국으로 넘어가는데 역시 향신료 무역과도 관련이 있었다. 인도로부터 구입할 수 있는 향신료를 구하는 길을 찾기 위해 항해를 나섰고 그에 대한 부수익(?)으로 신대륙이라 불렀던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였고 식민지 건설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러한 식민지 건설이 결국은 세계 1,2차 대전으로 이어졌고 역시 승자와 패자가 명확히 갈리는 결과를 낳았다. 역사의 결과만 보면 이러한 이유로 이러한 결정이 났고 판세가 바뀌었다고 쉽게 말할 수 있지만 만약에 그때 한 국가라도 다른 정책을 취했더라면 오늘날 힘의 균형은 분명 바뀌었을 것이다.
고등학교를 한창 다니던 시절 냉전의 역사에 대해 배우고 있었는데 어느새 소련이 붕괴되고 교과서에는 독일이 동서로 나누어져 있다고 되어 있는데 통일이 되었다. 동경을 팔면 미국을 살 수 있다는 황당한 말도 나돌았는데 내가 경제에 대해 공부를 하기 시작하였을 때 일본의 경제력은 상당히 위축되어 있었다. 이러한 일들이 전쟁과 관련이 있는데 그것은 총칼을 든 전쟁이라기 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역 전쟁의 결과였다. 미국이 기축통화로서의 위치를 굳건히 지킬 수 있고 소련을 해체시킴으로서 냉전을 종식 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은 핵무기가 아닌 외교를 바탕으로 한 무역 전쟁이었는데 그 배경에는 세계 1,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끈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이다. 미국의 편에 서면 무슨 일이 있어도 자국을 보호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며 그것이 미국의 의도대로 움직이게 만들었을 것이다. 플라자 합의를 통해 미국의 엄청난 부채를 떠안고 침몰한 일본이지만 돌이켜보면 2차 세계대전의 패배 이후 한국 전쟁을 통해 미국의 도움으로 기사회생하였기에 미국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다음 차례가 중국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중국도 쉽사리 당할 것 같지만은 않다. 미국과 중국의 팽팽한 힘 대결 못지않게 서로 양보 없는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두 강대국 사이에서 어떤 전략을 써야 할지는 상당한 고민이 될 것이다. 과거 역사를 통해 교훈을 얻고 미래를 준비한다고 했던가? 역사는 반복되기 마련이지만 그때마다 어떤 전략이 유용했는지 그리고 정신 못 차리고 현실에만 안주하여 패망한 나라의 사례를 보면서 우리도 기회를 놓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