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 속의 죽음 - 을지문덕 탐정록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정명섭 지음 / 들녘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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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덤이란 죽은 자를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실상은 산 사람들의 안위를 위해서 혹은 후손들의 번영을 위해서 화려하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한번 살다가는 인생인데 제대로 즐기면서 죽음 후에는 모든 것이 끝이라 생각할 수도 있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처럼 영원히 오래도록 기억되기를 원할 수도 있다. 사극이나 역사 소설을 보면 위인들이 가장 두려워 한 것은 죽음이 아니라 후세에 남겨질 평가이다. 두고두고 자신의 이름이 후세에 욕보이는 것이 싫을 수도 있고 흔히 말하는 매국노나 간신들처럼 어떻게든 한 평생 욕심만 채우다 가는 삶을 택할 수도 있다. 어떤 삶이 정답인지 모르겠으나 누구도 그에 대해 정답을 알려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세상에 나쁜 사람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것이 우리가 종교를 믿는 이유일 수도 있다.


죽음과 관련된 미스터리는 소설에 많이 등장하는 단골 소재이다. 책에서도 온달 장군의 무덤과 그곳에 벽화를 그리던 화공의 죽음을 소재로 하여 을지문덕, 연태조, 담징이라는 실존 인물을 등장시켜 서로 대립하는 양상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였다. 우리가 아는 을지문덕 장군은 살수대첩의 영웅이었고 담징은 고구려 승려이자 화가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연개소문의 아버지인 연태조라는 인물까지 등장시켜 작가만의 상상력으로 동시대를 살았던 인물들에 대해 서로의 갈등과 대립각에 대해 특유의 문채로 글을 써 내려갔다. 생명체가 아닌 종이에 그려진 이미지나 비나 천둥 번개와 같은 자연현상에 대해서도 마치 살아 있는 듯 생명력을 부여하여 묘사한 점은 책을 읽는 속도를 더디게 만들었다. 추리소설이나 스릴러처럼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매력은 없지만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고구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독자들이 자연스레 역사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작가만의 화려한 묘사가 오히려 내용 이해를 어렵게 만들기도 하지만 누구도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문체로 마치 그림이나 영상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마지막에 살인자의 정체가 밝혀지고 모든 사건이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면서 책을 읽었는데 나의 기대와는 달리 조금씩 조금씩 실마리가 풀리고 해결에 대한 단서를 알려주었다. 남은 페이지가 줄어들면서 아직 사건이 해결될 실마리가 보이면 안 될 거라는 믿음과 마지막에 극적인 반전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계속 읽어나갔다. 그리고 약간 어설프게 문제가 해결되는 듯했다. 거타지를 죽인 자는 진짜 누구이며 책에서 나온 이름을 정확히 밝히지 않은 목소리의 주인공은 과연 누구였을까? 어느 정도는 독자의 몫으로 남긴 듯하다. 약간의 논란의 소지는 남긴 채 [무덤 속의 죽음]에 대해 열띤 논쟁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것은 아닐까? 작가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러 작품을 남기려로 한 것이 아니라 삶의 목적과 인생의 목적에 대해 독자들 스스로 생각해보라고 여지를 남긴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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