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이 바꾼 세계의 역사 - 인류를 위협한 전염병과 최고 권력자들의 질병에 대한 기록
로날트 D. 게르슈테 지음, 강희진 옮김 / 미래의창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역사에 있어 만약이란 없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그만큼 의외의 사건들 때문에 세계의 역사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간 것은 사실이다. 물론 역사를 한두 명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방향이다 아니다를 판단할 수는 없다. 다만 인류를 재앙으로 몰고 갔는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만이 있을 뿐이다. 나만 죽지 않으면 내가 사랑하는 이만 죽지 않으면 가장 재미있는 것이 전쟁이라는 말도 있는데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전쟁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가 않는다. 전쟁을 통해 인류사가 발달하였고 많은 영웅들이 난세에 등장한 것도 사실이다. 전쟁과 함께 등장하는 것이 질병일 것이다. 중세 시대 14세기 하면 흑사병이 떠오른다. 유럽 인구의 1/4 내지 1/3을 죽음으로 몰고 갔는데 질병이 나쁜 역할만 한 것은 아니다. 어쩌면 인류도 질병이나 전쟁 등을 통해 인구 조절을 하고 있는 것인데 흑사병이 휩쓸고 간 후 인구가 줄어서 살아남은 경우 이전보다 보다 나은 대우를 받았을 것이다.


  책에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질병들과 역사적 사실과의 관련성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책의 제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역사에 대해 논하였다. 동서양에 걸친 대제국을 건설한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열병으로 33살의 나이에 요절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그 가정에 대한 상상력은 독자의 몫일까? 저자는 만약에 대한 뒷이야기를 상세히 언급하지 않았다. 질병이 역사를 바꾸었지만 만약을 적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가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 나 상상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지금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역사가 흘러갔을 것이고 한편의 소설이나 영화라면 그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주인공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역사는 역사이고 가정은 가정이기에 책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하였는지 언급이 없다.


  책을 읽다 보면 지금은 아무것도 아닌 - 물론 아직도 극복하지 못한 에이즈는 예외이겠지만 - 질병들이 당시에는 정말 상상을 초월할 만큼 두려운 존재였을 것이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오늘날에도 사스나 메르스 그리고 지금 한창 맹위를 떨치고 있는 코비드19의 경우도 세월이 지난 후에는 모르겠으나 당장 지금은 두려운 존재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중세 시대 도시가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각종 전염병들이 쉽게 전파될 수밖에 없는 조건을 갖추었다고 하는데 지금의 현실은 그때보다 더 심하면 심하지 결코 덜 하지는 않을 것이다. 비행기를 타고 전 세계를 여행하고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자동차들이 여러 도시를 오가므로 바이러스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이 없을 것이다. 바이러스 때문에 전 세계에서 국경을 봉쇄하고 외국인 출입에 대해 엄격히 통제하고 있는데 올해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래는 아무도 속단할 수 없지만 다시 수 세기가 지나고 - 물론 그때까지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다면 - 과거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진다면 코비드19가 가져온 영향에 대해 또 다른 역사학자는 만약에 대해 이야기를 할 것이다.


  인류도 바이러스도 하나의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고 생명이 있는 한 죽게 마련인데 이토록 치열하게 싸워야 하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인류가 극복하지 못한 질병과 바이러스들이 많은데 책의 거의 마지막쯤에 등장하는 에이즈에 대해 천연두처럼 지구상에서 완전히 소멸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또 새로운 바이러스들이 인류를 공격할 것이다. 하지만 인류사적 관점이 아닌 과학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바이러스도 살기 위해 숙주를 찾아다니는 것이고 변종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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