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첩보전 2 - 안개에 잠긴 형주
허무 지음, 홍민경 옮김 / 살림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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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권을 다 읽고 나서 긴장감을 내려놓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의문이 생겼다. 삼국지의 결말을 알기에 누가 한선일지 그리고 어떤 계획을 구상하고 있는지는 대략 예상은 하고 있었다. 소설에서는 결말을 알더라도 디테일이 중요하기에 작가가 어떻게 사건을 짜 맞추어 나가며 마지막 순간에 독자들이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인물들 간의 관계를 밝혀내야 한다. 영화를 볼 때면 위험한 장면이 나와도 어차피 주인공은 죽지 않는다라는 생각을 가지면 흥미가 반감이 된다. 삼국지라는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둔 소설에 가공의 인물을 더하여 쓴 소설이므로 누가 주인공인지 쉽사리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소설을 많이 읽지 않아서인지 누가 주인공인지 쉽게 파악하지 못했는데 반쯤 읽으면서 작가가 심리 상태를 묘사한 사람이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당연히 그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고 죽음의 고비를 수없이 넘겼다. 그렇면서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도대체 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삼국지에서 수십 페이지 정도 할애한 분량을 책 한 권으로 만들어내었다. 얼마 전에 개봉한 안시성이라는 영화도 역사에 단 몇 줄만 기록되어 있었는데 감독의 상상력을 더하여 2시간 분량의 영화를 만들어냈다. 삼국지 첩보전도 마찬가지로 1권에 이어 2권에서도 작가의 상상력을 가미하여 사건들의 앞뒤를 끼워 맞췄다.


  영화가 아닌 소설이기에 책에서 묘사된 장면들을 머릿속에 그려가며 상상을 해보았다. 어쩌면 영화보다 더 흥미로울지 모른다. 영화는 눈앞에 보이는 장면을 보면서 카메라가 비치는 대로 보지만 책으로 볼 때는 카메라가 담아내지 못하는 장면까지 상상력을 발휘하면 충분히 효과적으로 그려낼 수 있다. 원래 소설은 한번 읽고 나면 줄거리를 파악하고 결말을 알기에 두 번째 볼 때는 흥미가 덜해져서 두 번 이상 읽는 소설을 몇 개 안된다. 물론 삼국지는 2번이 아니라 여러 번을 읽었지만. 하지만 삼국지 첩보전도 역시 마지막까지 다 읽지 않았지만 반드시 처음부터 다시 읽어야 할 책으로 생각된다. 사건이 시간순으로 흘러가지만 앞에서 미스터리인 내용들이 뒤로 가면서 하나씩 하나씩 다른 등장인물들이 설명을 해나가는 방식이라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더 흥미로운지도 모르겠다. 역사에 바탕을 둔 추리 소설이라 그런지 한번 책을 읽기 시작하면 내려 놓기가 쉽지 않다. 등장인물 중 상당수가 삼국지에 등장하였기에 인물의 이름이 헷갈리지는 않는다. 주요 등장인물들의 운명에 대해 알고 있기에 언제 누가 죽을지는 알고 있지만 삼국지 원작에 소개된 죽음과는 조금씩 다르게 묘사되었다.


  삼국지를 읽을 때는 처음에는 재미로 누가 살고 죽거나 혹은 전쟁에 패하고 몇만의 병사가 죽었구나 내지는 조조가 당할 때 통쾌하게 생각하기도 하였지만 등장인물들이 주고받는 말들을 보면서 과연 누가 옳고 그른지 진지하게 생각해보았다. 한나라의 부활을 내세우며 역적을 벌하기 위해 둑을 터뜨려 수백수천 명이 먹고사는 논을 물바다로 만들고 백성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는데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그리고 어떤 것이 정의일까?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한 흥미를 넘어 삼국지에 숨겨진 대화들을 통해 정의에 대해 독자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가지도록 만든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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