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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균 쇠 (무선 제작) - 무기.병균.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개정증보판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사상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책 읽어주는 TV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것을 보고 [총, 균, 쇠]라는 책에 다시 관심을 갖게 되었다. 베스트셀러에 등극한지는 오래되었지만 TV에서 소개된 내용을 보고 더욱 관심이 많아졌다. 책에서 소개된 내용의 기본적인 주제는 알고 있었지만 - 줄거리를 대략 알고 책을 읽는 느낌이었지만 - 나의 관심을 이끌기에는 충분했다. 다만 책의 분량이 상당하여 다른 책을 읽기 위해 잠시 접어두었다가 다시 읽기를 반복했다. 보통 두꺼운 책의 특징은 자칫 수면제 역할을 한다는 것인데 이 책은 그렇지 않았다. 읽는 내내 생각을 많이 하게 하였고 지속적으로 지도를 확인하도록 나를 유도하였다. 어릴 적에 서부 영화를 보면서 나쁜 인디언들을 물리치는 멋진 미국의 보안관을 보며 광분하였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서 누가 침략자이고 누가 수호자인지 알게 되면서 많은 의문점을 가졌다. 그렇게 넓은 영토를 차지하던 원주인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어떻게 그 많은 인구들을 전멸 시킨 것이었을까라는 의문점. 아무리 최신식의 무기를 가졌다고는 하지만 수백 명이 수십만 혹은 수백만 명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왜 신세계와 구세계로 구분되어 같은 지구상에서 존재하였을까라는 생각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궁금해졌다.
첫 번째에 대한 질문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수많은 원주민들은 이른바 청정지역에서 살았기에 바이러스와 세균의 침투에 취약하였지만 유럽인들은 상대적으로 병균에 잘 적응하였기에 이른바 생화학 무기로 빠르게 침투해나갔다. 지금이야 비행기나 배 등에 의해 쉽게 병균이 옮겨지지만 당시에는 바다가 가로막고 있었기에 이토록 다른 지역으로 발전하였던 것이다. 그렇지만 이토록 많은 차이 어쩌면 수백 년에서 수천 년 정도의 기술적 차이가 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유라시아를 비롯한 구세계에서는 수렵이 아닌 농경 생활에서 산업화 사회로 넘어가고 있는데 아메리카나 오세아니아 대륙에서는 여전히 수렵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근본적으로 농경과 수렵 생활의 차이 때문에 잉여 농산물이 생겨났고 그것은 곧 생산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지배 계급이나 무사 계급 등의 등장을 초래하였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다른 책을 통해 예상하고 있던 내용들이었다.
그런 의문에서 보다 나아가서 어떻게 유라시아 대륙에서는 농경이 발달할 수 있었고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발달하지 못하였을까? 이를 두고 수평적으로 넓은 대륙과 수직으로 발달한 대륙의 특성의 차이라고 한다. 남쪽의 유자가 북쪽에서는 탱자가 된다는 것처럼 위도가 조금만 달라져도 농작물의 생장에는 커다란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인데 지금처럼 유전공학이 발전한 현대에도 쉽게 정복하지 못하는 과제이다. 게다가 농사를 지으려면 인간의 힘 외에 가축의 힘을 빌려야 하는데 이 역시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활용하는 소나 말과 같은 가축이 없었는데 라마 정도가 유일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아메리카들소도 있었는데 길들이는 것은 불가능했을까? 그리고 인디언들이 타고 다니던 말들은. 왜 돼지나 양의 조상이 되는 동물들은 아메리카 대륙에 존재하지 않았을까? 이러한 근원적인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저자는 수많은 논문을 참조하여 책을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역사 시간에 잠시 배웠던 홍적세와 같은 용어들이 등장한다. 농사에 관련하여서는 앞서 말한 대로 동서 방향과 남북 방향의 축에 의한 근본적인 부동산의 차이가 있기에 쉽사리 이해가 된다. 하지만 왜 동물들은 이렇게 다르게 진화할 수밖에 없었을까?
동식물에 대한 질문도 그렇지만 또 어떻게 인류는 이렇게 넓게 퍼져나갈 수 있었을까? 아메리카 대륙에만 살고 있는 퓨마나 재규어와 유라시아에 사는 호랑이는 조상은 같았지만 다르게 진화한 결과이지만 조금이나마 유사한 점을 찾을 수 있는데 초식 동물은 전혀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물론 앞서 말한 들소나 맥과 같은 동물은 닮은 점들이 있지만. 하지만 인류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피부색이나 체형이 다르지 전혀 다르지는 않다. 또한 괌이나 뉴질랜드와 같은 외딴섬에도 인류가 살고 있었는데 그 먼 곳까지 어떻게 이주하였는지는 수수께끼이다. 책의 마지막에 "일본인은 어디서 왔는가"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가 아랍 세계와 이스라엘이 대립하는 것을 바라보는 것과 비슷한 시각일지도 모르겠다. 일본과는 결코 친해질 수 없다고 이용하는 정치인들이 있기에 더욱 그럴 수도 있지만 어쩌면 우리는 경쟁을 하면서 서로 발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오랜 분열로 서로 대립하던 유럽이 통일된 중국을 누르고 세계를 제패했던 것처럼 말이다. 통일된 제국과 분열된 국가들. 어떤 것이 정답인지는 모르겠으나 인류는 특이한 문화와 조직을 이루고 살기에 어느 누구도 쉽게 답을 할 수 없는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