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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산책 - 이탈리아 문학가와 함께 걷는 ㅣ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가와시마 히데아키 지음, 김효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12월
평점 :
유럽 여행을 가면서 가장 마지막에 가야 하는 곳은 파리와 로마라는 말이 있다. 만약 처음부터 그곳을 가게 된다면 눈높이가 높아져서 다른 어디를 가더라도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로마를 제대로 다녀온 사람들은 혼자서 가지 말고 가이드와 함께 가라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로마에서 폐허만 보고 돌아온다는 것이다. 그만큼 화려했던 역사를 간직한 로마인데 현재의 모습만 보면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친다는 것이다. 물론 로마보다 오랜 역사를 간직한 수도는 많다. 그리고, 상당히 많이 파괴된 로마보다 옛 모습을 간직한 도시들도 많은데 우리는 유독 로마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로마의 휴일과 같은 히트를 한 영화 때문일 수도 있고 로마를 배경으로 유명한 책들과 또 이름을 딴 속담들도 많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로마 산책]이라는 책 제목만 들어도 나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책을 펼치면서 그동안 로마의 역사에 대한 책을 많이 읽었다는 것이 다행으로 여겨졌다.
책의 내용은 여타의 여행 에세이나 다른 여행 서적처럼 로마의 맛 집이라거나 여행하면서 느낀 이야기라기 보다 객관적인 역사적 사실에 대해 바탕을 둔 내용들이 주를 이루었다. 로마의 역사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다면 가이드 없이 로마 여행을 하는 것처럼 글자만 읽고 책을 덮고 말 것이다. 화려한 사진이나 영상 대신 현재까지 어떻게 잘 보존되었을지 의문이 드는 사진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사진도 관광객과 차들로 북적이는 로마가 아닌 오랜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건물이나 거의 텅 비었다는 느낌이 들 정도의 거리를 흑백으로 찍은 것이 대부분이었다. 아쉽게도 책에서는 역사 이야기를 풀어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이 건물은 어떤 역사를 간직하고 있으며 과거에 로마의 수로는 어떻게 건설되었고 유지되었는지 등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책에서 소개된 거리의 모습이나 다리를 보면서 당시에 이렇게 훌륭한 도시 계획을 세웠다는 것이 놀랍기는 하다. 당시에 만든 가도를 따라서 지금은 자동차 도로가 만들어졌을 것이다. 도시 공학을 전공하여 사진이나 그림만 봐도 당시의 도시 설계 계획을 한눈에 파악하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오히려 말과 글로서 풀어서 설명하는 것이 좋은 독자들을 위해 풀어서 설명하였다.
로마를 건국한 것으로 알려진 로물루스와 레무스왕에 대해 모르는 독자들을 위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고 궁금증을 유발하기 위한 것인지 조금씩 조금씩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물론 인터넷 검색 찬스를 사용한다면 어렵지 않게 관련된 내용을 찾아 볼 수 있지만 어떤 장소인 팔라티노 언덕에 대해 로마에 가보지 않는 내가 알 턱이 없다. 책을 읽으면서 이런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보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쳐야 하지만 독자들마다 책을 읽는 방식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로마의 휴일로 유명해진 트레비 분수에 대해 영화 속 장면은 생략하고 최초의 모습과 용도에 대해 그리고 오늘날 변화한 모습까지 잘 설명해주었다. 대부분의 책의 내용이 이토록 전문적인 내용이라 어렵다고 느끼는 독자들도 많았을 것 같다. 산책을 하기 위해 먼저 역사를 알고 산책을 떠나면 그 느낌이 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