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한 달 살기 - 인생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싶을 때
조숙 지음 / 문예바다 / 2019년 11월
평점 :
품절


  언제부터인가 아이들과 한 달 살기라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 3주나 4주가 아닌 한 달이라고 하는 것에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보통 월세라는 개념이 있으니 한 달간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닐 수도 있지만 한 달 치 숙박료를 내고 내 집처럼 현지인처럼 지낸다는 의미를 담았을 수도 있다. 한 달 살기라는 것이 말처럼 쉽지 만은 않을 것이다. 직장 다니는 사람이라면 한 달 동안 휴직계를 내야 할 것이고 미취학 아동이라면 몰라도 이미 학교에 입학한 경우라면 방학 때가 아니면 힘들 수도 있다. 그것도 초등 저학년이면 무리가 없지만 초등 고학년만 되어도 힘들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한 달 살기가 아이들과 함께 가 아닌 혼자라면... 보통의 경우 남자라면 힘들 것이다. 직장 때문일 수도 있지만 남자는 정복 욕심이 강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발 도장을 찍어야 하는데 한 달 동안 그렇게 다닌다는 것은 체력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고 정확한 의미의 한 달 살기는 아닌 것이다.


  한 달 살기로 가장 많이 찾는 곳이 국내의 경우는 제주도, 해외는 태국, 말레이시아 같은 동남아 국가였다. 아이들 어학연수를 핑계로 한달 살기를 계획하는 엄마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한 번도 가본적 없는 라오스에서 여자 혼자서 한 달 살기를 한다는 것. 부럽기도 하고 그 용기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라오스가 여행 위험 국가는 아니기에 치안에 대해서는 걱정을 하지 않더라도 그 나라 언어에 익숙하지도 않고 자유여행을 다닐 때 힘이 되는 구글도 통신이 제대로 지원되지 않으면 위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나에게는 아주 낯선 땅에서의 한 달 살기를 하는 이야기는 흥미를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내가 해외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나라의 문화와 풍습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책에서 본 역사를 직접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라오스의 경우 우리가 제대로 알지 못하며 역사에 대해서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제국주의 열강들이 식민지를 마구 확장하던 시점에 영국과 프랑스가 태국을 중립지역으로 하였지만 조금이라도 더 식민지를 갖고 싶었던 프랑스가 강제로 태국의 지배를 받던 라오스를 분리 독립 시킨 것 외에는. 책에서도 한 달 살기에 중점을 맞추었지 라오스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목적이 아니었기에 역사 이야기는 거의 소개되지 않는다. 라오스에서 한 달을 산다는 것은 그만큼 여유를 느끼고 싶다는 것이다. 우리가 여행을 갈 때는 없는 시간과 돈을 쪼개고 쪼개서 가야 하기에 하루하루 흘려보내는 시간이 아깝다. 그래서 부지런히 돌아다녀야 한다. 하지만 한 달이라는 넉넉한 시간이 주어져있기에 평소 가보지 못한 곳을 갈 수도 있고 현지인처럼 살아볼 수도 있다.


  해외여행을 갈 때면 휴가를 내고 가야 하기에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면 적응이 안 되기도 한다. 다들 저렇게 바쁘게 움직이는데 나는 뭐지? /혼자서 이렇게 여유를 즐겨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휴양지에 가보면 다들 여유 있게 지내고 있어서 나도 그 무리에 섞여서 함께 여유를 만끽하기도 한다.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여유를 갖고 어딘가에 머무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상당히 힘들다. 직장에 얽매여서 살기에 더욱 그렇고 한 달이라는 시간이 주어지더라도 과연 제대로 여유를 만끽하고 올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어쩌면 저자는 여행 작가이기에 라오스에서 보낸 한 달의 이야기를 남에게 들려줄 수 있기에 가능한 것은 아닐까 싶다. 그렇지 않고 저자처럼 라오스라는 나라에서 혼자서 한 달 동안 산다는 것은 상당히 따분할 것이다. 책을 통해 라오스 간접 체험해보기에는 충분했다. 우주여행을 다녀온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은 과학에 대한 지식이라기 보다 가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문학 능력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라오스에서 한 달 살기는 누구나 가능하지만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은 아무나 잘 하지 못할 것이다. 이 점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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