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내가 달리기를 하며 배운 것들 - 인내하며 한 발 한 발 내딛는 삶에 대하여
안철수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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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라톤을 시작한 지 3년 차인데 처음에는 별다른 생각 없이 공원에 나가서 달리기를 하다가 마라톤에도 참가하고 싶어 5Km부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가 점차 빠져들게 되었는데 주위에 동호회 사람들을 만나보면 다들 그렇게 시작이 된 듯하다. 전공과 전혀 관계없는 IT 업종에 몸을 담고 있다가 건강을 위해 달리기를 시작하고 풀코스까지 도전하였는데 최근에 의대 출신의 CEO로 유명한 안철수 선생님께서 책을 썼다고 해서 많은 러너들이 관심을 많이 가졌다. 동질감을 느꼈다기 보다 전혀 새로운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어 부럽다기 보다 존경스러웠다. 나도 40대에 시작하였는데 50대에 시작하여 1년도 안되어 풀코스까지 완주한 모습은 모두 본받을 만하다. 물론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다. 정치판에 입문하기 전까지만 해도. 다행히 책에는 정치 이야기가 일절 언급되지 않았다고 해서 서슴없이 책을 집어 들었다.


  내가 원했던 책은 누구나 달리면서 배운 것들 혹은 어떻게 극복했는지 왜 달리기를 시작했는지 이런 것이 아니었다. 나의 기억 속에는 정치인 안철수가 아닌 의사와 교수로서의 기억이 강렬했고 또 그것을 간절히 원했다. 마라톤을 하다 보면 부상도 많이 입을 수 있고 풀코스를 뛰는 게 관절에 무리가 가서 나이가 들었을 때 제대로 걷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이런 걱정으로 도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의대를 졸업하였으니 의학적인 접근이랄까 이런 것을 기대하였는데 평범한 자서전에 그쳤다.


  아름다운 경치를 보며 달릴 수 있고 평소에는 꽉 막힌 도로에서 빨리 목적지로 가기 바빴지만 대회가 열리는 날 만큼은 시민들은 엄청난 불편을 감내해야 하지만 통제된 도로를 따라 도심을 가로지른다는 것은 마라톤이 주는 커다란 매력의 하나이다. 국내가 아닌 독일에 머무르면서 달리기를 하였고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였기에 우리와는 사정도 다르고 생소한 외국의 마라톤 문화에 대해 소개하지 않았냐고 평가할 수도 있지만 해외 마라톤 경험은 많은 마라토너들이 블로그와 같은 SNS를 통해 공유하기 때문에 신선하지 만은 않다.


  SNS나 유튜브 같은 같은 일인 미디어가 유행하기 전에는 지금처럼 책을 출판하기가 더 쉬웠는지 모르겠다. 내가 쓰는 SNS만 하더라도 정말 달리고 싶은 도로에서 달린 모습이나 대회에 참가한 마라토너들의 사진은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굳이 컬러프린트로 출력된 책을 보지 않아도 손가락 몇번 까딱하면 쉽게 접할 수 있다. 정치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내가 느끼기에는 완전히 배제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국내 대회에 참가한 적이 없고 해외 마라톤만 참가하여 국내 마라톤이나 생활 스포츠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나 문제점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어 와닿지 않았다. 국내 대회에 참가해서 시민들과 함께 달리고 싶다고 하면 자칫 정치적인 발언으로 비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완전히 내려놓은 것이 아니라면 처음 정치에 입문할 때처럼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고 싶다면 우리가 선진국이라 부르는 나라의 생활 스포츠인 마라톤의 문화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들려주었으면 어떨까 싶다.


  공인이란 말을 많이 쓴다. 남들의 행동과 생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라 나는 생각한다. 그런 파급력을 가진 분이기에 그런 기대를 하는 것이다. 도심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면 환호와 응원도 받지만 마라톤 참가자 때문에 교통은 통제되고 신호도 오래동안 대기해야 하기에 경찰과 언성을 높이기도 하며 오지도 않는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의 불편한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그럼에도 많은 정치인들은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에 참관하여 출발대에서 인사를 하고 곧이어 사라진다. 우린 그런 모습을 원하지 않기에 참가비가 오르더라도 시민들에게 조금이나마 혜택이 돌아가길 원한다. 이런 역할을 대신 맡아 주길 기대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물론 부담을 줄 수도 있지만 달리기하며 배운 것을 잘 활용하는 교수나 정치인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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