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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알면 보이는 것들 : 서울편
박혜진 지음 / 프로방스 / 2019년 2월
평점 :
학창시절에는 그토록 싫어했던 과목 중 하나가 역사였다. 세계사는 말할 것도 없고 한국사에 대해서도 칠판에 판서나 잔뜩 하는 그런 따분한 과목이었다. 고조선 -> 부여, 옥저, 동예, 고구려, 삼한을 거쳐 삼국 시대 -> 고려 시대 -> 조선 시대 이런 식으로 이어지는 역사는 수없이 들었고 암기하기에 바빴다. 왜 역사를 공부하는지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고 그저 입시를 위해 외워야 했고 수학여행을 가서 경주 불국사, 석굴암을 가더라도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이 나오는지에 대한 관심도 없었다. 그런 식으로 역사를 가르치다 보니 당연히 관심이 있을 리 없었고 암기과목에 불과했다. 그런 학생들이 자라서 이제 성인이 되었고 중학생이나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고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차 역사에 관심이 많아지고 또한 사극이나 영화에서 역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다루다 보니 자연스레 흥미를 많이 갖게 되었다. 아이들과 경복궁을 구경하기도 하고 박물관을 둘러보기도 한다. 아무래도 아빠가 많이 알고 있어야 하니 문화유산이나 역사에 관심이 많이 생겼다. 그래서 나도 [문화유산, 알면 보이는 것들]이란 책을 집어 들어 읽기 시작했다. 백제가 수도를 두 번 옮겼는데 위례성 > 웅진성 > 사비성으로 배웠다. 웅진성이 지금의 공주, 사비성이 부여라는 사실은 알았지만 위례성이 한강 유역인 것만 알았지 어디인지는 몰랐다. 위례 신도시를 건설한다는 말에 백제의 수도가 지금의 강동구, 강남구 쪽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구리에 있는 고구려 대장간 마을에 대해 들으면서 고구려의 영향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한 권의 책에 많은 내용을 담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고 불필요한 내용은 과감히 삭제해야 하는데 지나치게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담기에는 지면이 부족한 것은 아닌가 싶다. 물론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내용을 전개할 것이었으면 그렇게 끝까지 밀고 나갔어야 하는데 이도 저도 아닌 흐름이 되어 버렸다.
글을 쓰다 보면 오타가 한두 번 나오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우리말의 경우 조사의 생략이나 선택이 잘못될 수 있는 소지가 상당히 많지만 문맥을 이해하는데 방해가 되지만 오해할 소지는 별로 없다. 그리고 속독으로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무심코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272 페이지 정도에서 임신중을 인심 중으로 오타를 발견하였어도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역사와 아무런 관계가 없고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이니까... 하지만 조선시대 세종대왕을 이야기하면서 광화문에 있는 세종대왕의 동상이 "세동대왕이" 되어 버렸다. 위대한 성군이라고 극찬을 하면서 이런 오타가 있다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계속되었다. 개국의 핵심 브레인인 정도전을 소개하는데 내가 알기로는 정몽주가 선배인데 친구라고 하였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기록을 바탕으로 한 것이고 친구의 범위가 상당히 다를 수 있으니 그렇다 쳐도 "포은 정도전"은 명백한 오류이다. 포은은 정몽주의 호이고 "삼봉 정도전"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뒤이어 나오는 "정도전"의 초상화는 아무리 봐도 이상하다. 내가 알기로는 정몽주의 초상화이다. 물론 정도전의 경우 보존되어 있지 않아 역사적 기록을 보고 그렸다고는 하지만 우리가 흔히 보는 자료에서는 정도전, 정몽주의 초상화가 엄연히 다르다. 저자도 이런 참고 자료를 인용하였을 터인데 어떻게 이런 오류가 발생하였는지 모르겠다. 이런 오류들이 발견되다 보니 책을 읽는 내내 기분이 찜찜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잘못된 점은 찾지 못하였지만 맞춤법이 틀린 경우는 여전하였다. 최소한 맞춤법 검사를 하고 천천히 퇴고를 하였으면 아쉬움이 남는다.
책의 제목이 문화유산,알면 보이는 것들 (서울편)인데 서울에 국한하지 않고 경주 이야기로 넘어 간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까? 경주에 있는 문무대왕릉과 불국사, 석굴암 이야기를 한 것은 논점에서 조금 벗어난 듯하다. 하면 안 된다는 것보다 서울편이라고 했으면 서울에 집중하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내가 몰랐던 서울의 문화유산에 대해 알고 싶었던 것이고 또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떠나서 당시의 병사나 장군의 모습을 상상해보고 싶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역사 전개로 내용이 바뀌어 버린 느낌이다. 가볍게 읽으면서 모르고 있던 서울의 문화유산에 대해 알게 되고 다음번에 그곳을 찾았을 때 아이들이나 지인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최초의 전개 방향과 다르게 흘러갔다. 책을 쓰다 보니 더 많은 내용을 담고 싶어서였을까 아니면 역사를 시대순으로 읊어주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근현대로 넘어올 수밖에 없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자가 머리말과 책의 표지에 쓴 내용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어 있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