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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브르가 사랑한 곤충 - 그림과 함께 간추려 읽어 보는 파브르 곤충기
장 앙리 파브르 지음, 실비 베사 그림, 구영옥 옮김 / 그린북 / 2018년 11월
평점 :
시이튼 동물기와 더불어 동물의 세계를 가장 인간적으로 그린 책이 파브르
곤충기라 생각한다. 초등학교 시절 담임 선생님의 추천에 힘입어
처음 파브르 곤충기를 접했다. 아무래도 곤충보다는 동물 세계가 우리와 가까워 시이튼 동물기만큼 재미있게 읽히지는 않았었다. 곤충의 입장에서 인간을 바라보는 그런 내용이
아니라 곤충 관찰 일기에 가까운 그런 내용이었기에 정말 곤충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재미있게 읽기는 힘든 내용이었다. 반려 동물로 고양이나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은
많아도 귀뚜라미나 애벌레를 키우는 사람은 드문 이유도 마찬가지로 인간과 같은 고등 동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어떻게 곤충의 이야기를 사람의 이야기처럼
꾸미겠는가? 하지만 지금처럼
내시경을 이용해 개미굴을 관찰하기도 힘들었고 관찰 카메라가 24시간 돌면서 대신 관찰해주지도 못했을 때인데 이토록 상세하게 곤충을 관찰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이
정도 관찰을 하려면 정말 하루 종일 곤충에 미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 될 것이다. 나도 곤충을 좋아하기에 매미가 변태하는 모습을 지켜보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굼벵이 허물(선퇴)을 아이들과
자주 찾았는데 변태하는 모습은 한번도 보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주로 굼벵이가 매미로 변태하는 시간은 새벽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밤새 지켜보기를 수없이 반복해야 한다는
것인 것 관찰에 성공하는 날보다 허탕치는 날이 훨씬 많을 것이다.
철없던 시절 동물을 관찰하는 다큐멘터리 작가들을 보면서 정말 부럽다거나 나도
저런 직업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였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런 생태학자들이 극한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동물을 관찰한다는 것이 어지간한 정신력으로는 힘들다는 것을
느꼈다. 고등 동물보다
관찰하기 더 힘든 것이 바로 곤충일 것이다.
크기도 작고 육안으로 잘 구분도 되지 않기 때문에 하루 종일 같은 자리에 앉아서 관찰하지
않고서는 힘이 든다. 게다가
사람들은 대부분 곤충이나 벌레에 혐오감을 느끼기 때문에 쉽사리 다가가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일까?
사육사가 되고 싶다며 동물들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 아이들도 파브르 곤충기에 대해서는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이번에 그림과 이야기가 겹쳐진 책이기에 아이들이 흥미를 가질 줄 알았는데 역시나 큰 인기가 없었다. 만화 같지 않는 그림과 기다란 장문이 만화나
웹툰에 익숙한 아이들에게는 흥미롭지 않은가 보다.
하지만 이미 어린 시절 다소 지겨운 파브르 곤충기를 읽었던 나에게 삽화는 아니지만 그림이
곁들어진 책은 흥미로웠다. 인간 세계와 동물 세계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이해한다는 것이 어렵기도 하거니와 동물의 입장에서 인간 세계를 바라보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와 같은
책도 아니라 정말 말 그대로 동물을 관찰한 책이기에 마니아가 아니고는 쉽게 관심이 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파브르 곤충기를 읽으려거나 혹은 자녀들에게
권하려는 부모들에게 나는 감히 말하고 싶다.
자녀들이 흥미를 가지지 않는다고 결코 노여워하거나 역정 내지 말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