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잘 지내고 있어요 - 밤삼킨별의 at corner
밤삼킨별 지음 / MY(흐름출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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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 많고 고민도 많았던 학창시절 나에게 혹은 다른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곤했다. 지금 다시 읽어보면 유치하다는 생각보다 그시절에 나는 이런 생각을 했었구나 라며 오늘을 반성하기도 한다. 일기라고 적었던 나의 이야기가 때로는 남들에게 에세이라는 이름으로 읽혀지곤 하는데 나 역시도 이런 에세이를 쓰고 싶어 열심히 일기도 아닌 수필도 아닌 글을 많이 썻다. 자기 계발을 하라고 독려하는 내용일 수도 있고 힘들었던 하루에 대한 고뇌나 토로이기도 했다. 남에게 읽히기 위해 쓴 글이 아니기에 남들이 이해하거나 공감할 만한 내용도 아니었다. 그저 오늘의 나는 이런 느낌이었고 어떤 생각을 갖고 하루를 살았는지에 대한 일상을 담은 것이었다.

  원래 에세이가 다 그런 것일까? 잔잔하게 읽히기 위한 그리고 맘 편하게 읽으며 생각할 수 있는 그런 내용들. 공감은 가지만 절대 따라할 수 없는,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마음으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마흔이 넘어가면 재미있는 책만 읽으라고 했던 누군가의 충고가 생각이 난다. 삶에 찌들였고 직장 생활을 오래하다보니 눈치만 늘고 노력한 후 얻는 뻔한 결과에 자조하다보니 포기할 것은 빨리 포기하고 살다보니 사소한 것에 만족을 느끼며 지낸다. 그런 40대의 평범한 가장에게 독백과도 같은 에세이는 우울하게 들린다. 유쾌하게 웃으며 살아도 모자란데 20, 30대 시절처럼 생각을 많이 하며 살 여유가 없는 것일까?

  책을 읽을때 당연히 책갈피를 끼우는데 언제부터인가 포스트잇을 책갈피 대신 사용하고 있다. 책을 3분의 1정도 읽다가 다시 책을 펼쳤을때 내가 포스트잇을 반대로 붙인것 같다는 착각을 하였다. 책의 양쪽이 모두 책의 표지이자 앞장이고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 중간에서 만난다는 사실은 금세 깨닫았다. 책의 제목이 말해주듯이 힘든 시기를 겪었던 시기에 쓴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지금이나 10년전 혹은 20년 전이나 삶이 크게 바뀐것 같지는 않은데 현재는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여지껏 살아왔던 인생을 돌이켜보면 굳이 편한 나날도 없었을 것인데 이제는 알것 다 알고 안되는 것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고민과 걱정을 덜하기 때문인 것 같다. 나이가 들어가면 지혜가 쌓인다고 했는데 내려놓을 것은 내려 놓을 줄 알고 적당히 거짓말 할줄 아는 지혜가 가장 많이 쌓이는 것 같다. 그래서 스트레스는 늘어가더라도 굳이 힘들다라는 소리를 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상당히 많이 줄었을 것이고 학창 시절 앞만 보면서 공부만 하고 달려오던 시기도 지났다. 그동안 쌓인 노하우로 시간 관리도 할 줄 알고 내 능력으로 안되는 것은 다른 사람의 능력을 적당히 이용할줄도 알기에 혼자서 끙끙거리며 고민하지도 않는다. 인생을 그냥 시간이 지나면 나이가 들어가는 것처럼 숫자만 더해 진것이 아니라면 경험이라는 무시하지 못하는 자산이 있어서 도전과 실패에 대해서도 담담하다. 걱정을 하면서 어떻게 될까 밤새 끙끙 앓았지만 막상 닥치고보면 아무것도 아니었던 일들. 그 시절에는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모르겠다. 나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능력이 없었기에 부모나 다른 어른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던 시기였다. 때로는 눈치도 봐야했고 잘못된 판단에 대해 질책도 감내해야했다.


  나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내가 어린 시절 이해하지 못했던 어른들의 모습을 많이 떠올렸다. 그시절 우리네 할머니들은 왜 그렇게 엄격했을까? 당신의 손자들에게는 왜 그렇게 사소한 실수도 그냥 넘어가지 않고 두고두고 야단을 쳤어야만 했는지.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 간섭했어야만 했는지. 금기시 하는 것은 왜 그렇게 많았는지. 그런 행동들이 손자, 손녀들을 힘들게 만들었다는 것을 모르셨을까? 이제는 고인이 되셔서 물어 볼 수는 없지만 그냥 저냥 이해하려고 한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내 자식과 손자, 손녀들을 닥달하지 않으려고 한다. 최소한 나처럼 힘든 시기를 보내지 않고 "난 잘 지내고 있어요"라는 말을 당당히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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