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사가 낳은 천재들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29
이나미 리쓰코 지음, 이동철.박은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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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이 세상의 주인이고 나는 천재이므로 세상에 못할 것이 없다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아마도 경험이 적은 젊은 시절까지 였을 것이다. 사회 생활을 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스스로의 한계에 대해 알게 되면서 점차 철이 들어가고 그렇면서 천재는 아무나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누구 말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는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학창시절 글씨를 쓰면 악필이라 다른 사람이 잘 알아보기 힘들었는데 흔히들 '천재는 악필이다'라는 말로 위로를 해주곤 했다. 하지만 악필이 천재는 아닌법. 돌이켜 생각해보면 천재들이 대체로 괴짜들이 많아서 그런 말이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책에서 소개된 수많은 인물들을 보면 내가 한번 이상씩 이름을 들어본 인물들이 많다. 특히 공자의 경우 너무도 유명하며 그가 남긴 사상이 지금도 우리들 생활에 넓게 자리잡고 있다. 혹자는 우리나라의 치안이 좋은 이유 중 하나가 유교의 영향을 받아 어른을 공경하는 정신 때문이라고도 한다. 물론 서양문물의 급속한 유입과 시대의 변화에 따라 많이 퇴색해지긴 했지만 말이다. 여태껏 공자를 사상가라 생각했지 천재라고 생각해본적은 없었는데 서양에서 임의로 정한 세계의 3대 천재들의 업적을 합한 것보다 더 많은 공을 세운 것이 아닌가 싶다.

  천재들을 흔히 머리가 비상한 사람들에 한정을 하는데 책에서 소개된 천재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단순히 머리가 좋아서 천재으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권력자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히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거나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질줄 아는 베짱도 지닌 것이다. 중국 최초이자 유일한 여자 황제였던 측천무후의 경우도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자신이 낳은 자식도 죽이는 파렴치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그 시절에는 지금처럼 인권에 대한 의식이 희박했고 자식들은 당연히 부모를 희생해야 하고 때로는 희생을 강요당하던 시절이었다. 당시의 시대상을 봤을때 자식을 위한 본능보다 권력에 대한 이상이 더 앞섰기 때문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권력 욕심으로 황후 자리에서 황제까지 올랐던 배경에는 비상한 두뇌도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천재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 보통 위인전이라 불린다 - 읽다보면 상당히 미화되기도 하고 몇번이고 어려운 고비를 넘기기도 한다. 물론 그런 어려운 역경을 견디고 극복하였기에 위인전에 실릴만큼 훌륭한 인물이 되었을 것이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서 남들과 다를바 없는 삶을 살았다면 천재 소리도 듣지 못했을 것이다. 어릴적에는 위인전을 보면서 나도 저런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였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와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위인전에 실리는 인물들이 역사의 모든 페이지를 장식할 수는 없다. 보이지 않는 조연들의 역할들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주연들의 이야기를 담은 역사를 보면서 내가 그 시절에 태어났더라면 어떤 역할을 하였을까하는 생각을 많이 해보았다. 그 시절에 살아보지 않아서 정확한 판단은 할 수 없지만 지금 우리가 상상하는 것과는 상당히 다를 것이다. 지금은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인권에 대해서도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고 사상에 대해서도 어떤 것이 옿다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인류의 문명은 전쟁을 통해서 발전하였고 난세에 영웅들도 많이 탄생하였다. 그래서 인류의 역사를 전쟁의 역사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역사는 천재들의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천재들이 없었더라면 대규모의 정복 전쟁도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 또 전쟁을 종식시키지 못했을 수도 있다. 사기와 같은 훌륭한 역사서를 남긴이도 있고 유교라는 사상을 정립시키기도 하였다. 천재적인 전략을 가지고 영토를 넓히기 위해 정복 전쟁을 하고 위대한 작품을 남겨서 후세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도 하였다. 하지만 살아 생전에 그러한 업적에 대해 칭송을 받은 인물은 많지 않을 것이다. 후대에 재 평가가 이루어지면서 위인으로 추앙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이러한 업적들도 후대에 평가를 하는 인물들에 의해 영향을 받겠지만 말이다. 중국사에 발자취를 남긴 인물 56인을 선별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간 것인데 장대한 역사에 비추어보면 56인은 양적으로보면 상당히 적은 숫자이다. 하지만 동시대를 살았던 인물을 모두 소개하려면 지면이 부족할 수 밖에 없어 시대별로 추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대신 56인이 역사에 어떤 발자취를 남겼으며 이들로 인해 어떻게 역사가 바뀌었는지는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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