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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를 알면 중국사가 보인다 ㅣ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25
이나미 리쓰코 지음, 이동철 외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학창시절 가장 꺼려했던 과목을 꼽으라면 한자와 세계사가 아닐까 싶다. 학력고사라 부르던 당시 입학시험에 해당되지 않은 과목이므로 가르치는 선생님이나 배우는 학생이나 그닥 관심을 갖지 않았다. 다만 수업시간에라도 열심히 배우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상당히 재미있는 과목이 될 수도 있었는데 억지로 암기해야 하는 과목이었기에 재미는 커녕 공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시간 낭비인 과목이었다. 춘추전국시대 - 전한 - 후한 - 동진 - 서진 - 위진남북조 시대의 혼란기를 거쳐 수-당-송-원-명-청으로 이어지는 중국사에 대해 암기하면 되는 과목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삼국지를 최소 세번 이상 읽어보라는 국어 선생님의 권유를 받아들여 방대한 삼국지를 꺼내들었는데 처음에는 처음보는 인물들 이름이 너무 헷갈려서 적어가면서 읽었는데 읽다보면서 한문시간에 배웠던 사자성어들이 간혹 등장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삼국지를 다 읽고 수호지, 초한지, 손자병법 등의 고전을 접하면서 잠차 중국사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갖게 되었다. 우리가 출처도 모른채 사용하고 있는 사자 성어들 중 상당 부분이 춘추전국시대에 등장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어떻게 이렇게 오랜 수천년 전의 고사성어들이 지금까지 전해질 수 있었을까 놀랍기만 하다. 그 시절에 남겼던 문장들이 지금도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면 시대상에 맞게 적절히 활용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오늘날에는 고사성어보다 Made in China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동양에서는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것이 중국이었고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독자적인 문화를 고수하였기에 이토록 오래도록 독자적인 문화를 지닐 수 있었던 것은 아닌가 싶다. 책의 내용을 보면 중국사에 대해 전체적인 흐름을 짚어가면서 중요한 사건과 인물에 대해 중점을 맞추면서 그 부분에 집중하여 설명이라기보다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춘추전국시대에 대해서만 논하더라도 책 몇권으로 부족하기에 한권으로 압축해서 설명하려면 중요한 사건이나 인물에 집중을 해야 한다. 그리고 독자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관심을 끌어야 한다. 방대한 중국사를 한권으로 끝내려는 욕심을 애당초 버린 듯하다. 흔히 이런 것을 일컬어 신의 한 수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고사성어에 대해 관심을 갖고 중국사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독자라면 최소한 중국사에 대한 어느 정도의 기본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은 독자라면 책을 펼치자마자 '무슨 이런 책이 다 있어' 라고 말을 하고 책을 덮어 버릴지도 모른다.
나도 학창시절 위-진 남북조 시대, 5호 16국이니 5대 10국 등 용어만 알고 있고 정확히 어떤 역사이며 어떤 나라들이 어떻게 흥망성쇄를 다했는지 정리할 수 없었다.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출처에 대해 알지도 모르고 무심코 사용해왔던 고사성어들에 대해 흔히 말하는 영혼을 불어넣을 수 있게 되었다. 토사구팽이니 다다익선이니 하는 말들을 보면서 실제로 당시의 영웅들이 그런말을 주고 받았는지는 알 수 없다. 기록문화가 상당히 발달한 오늘날에도 누구의 명언인지에 대해 논란이 많은데 종이도 발명되지 않았던 시절에 했던 말에 대해 어떻게 증명할 수 있겠는가? 또한 정확하게 어떤 의도를 가지고 그런 말을 한 것인지 조차 알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꿈보다 해몽이라고 생각한다. 역사는 승리한 자의 것이며 영웅은 태어나기도 하지만 후세 사람에 대해 재평가되어 탄생한다고 생각한다. 춘추전국시대의 역사에 대해서는 한나라에 사마천에 의해 삼국지는 진수와 나관중에 의해 재탄생되었다고 생각한다. 진수의 삼국지는 상당 부분 사실에 근거하였다고 하지만 나관중의 삼국지는 독자의 상상력에 의해 많이 각색되고 재해석되었지만 책을 읽는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그닥 중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현대의 역사에 대해서도 해석이 이렇게 엇갈리는데 수천년 전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얼마나 의견이 분분하겠는가? 중국 고사성어가 사실이든 아니듯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 다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아주 오래전 과거의 사건들도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훌륭한 교훈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역사책을 읽다보면 항상 드는 생각은 어떻게 역사는 이렇게 놀랍도록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것일까? 수천 수만년이 지나도 더 가지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심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