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의 헌법 이야기 - 인간의 권리를 위한 투쟁의 역사 비행청소년 20
김영란 지음, 신병근 그림 / 풀빛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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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영화 변호인에서 인용되며 유명해진 헌법 제1조의 내용이다. 지난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헌법 제1조 1항과 2항을 태어나서 가장 많이 들었는데 당시에는 우리 국민들이 헌법을 수호하자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헌법 이야기를 들으면 뿌듯하고 벅차오르는 무언가가 있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가 살면서 일상에서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법은 헌법이 아닌 교통법이나 부동산법 같은 그 하위법령들이다. 헌법은 사실 너무 상징적이고 일반 국민은 개인차원에서 체감하기 어려운 큰 틀에서의 거시적인 법률처럼 느껴지다보니 그다지 주목하지 않게 되기도 한다. 때론 법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며 재판부가 헌법을 뒤집는 재판 결과를 내기도 하므로 사문화된 느낌조차 가지게 된다.


대한민국의 헌법은 그동안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이라는 독재자들이 권력연장의 꿈을 이루기 위해 입맛대로 막 바꾸어서 누더기 헌법이란 말까지 듣게 되었다. 헌법이 공표된 이례로 총 9차례나 헌법이 바뀌었는데 우리는 미국처럼 조문을 추가하는 수정헌법의 형태가 아니라 수정, 삭제, 삽입하는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은 권리장전을 빨리 재정하기 위해 그 부분만 따로 수정조항으로 만들어서 의회에서 바로 통과시키다보니 조문을 추가하는 방식을 채택했고, 지금까지도 그런 방식이 유지되는 것이라고 한다. 반면 한국에서는 앞서 말한대로 독재자들 마음대로 전부 싹 뜯어고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유신헌법이라 하겠다. 이렇게 헌법은 깊은 고민 없이 필요에 따라 급하게 만들어져 사용되어왔는데 특히 노태우가 직선제 개헌요구를 받아들인 6.29 선언 이후 4개월도 안되는 짧은 기간 동안 개헌안 작성, 국회 본회의 통과, 공포까지 진행되어 만들어진 현행 헌법은 부실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각지에서 헌법 개정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가 높은 것이다.


헌법을 개정하는데는 국민투표까지 해야하는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다. 그러기위해서는 먼저 국민들의 헌법에 대한 인식과 지식이 충분히 갖춰져 있어야 그것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이 헌법에 대한 지식에 능통하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장벽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영국, 프랑스, 미국, 독일의 헌법이 처음 만들어진 시기로 가서 헌법 탄생의 과정을 따라가며 알아보고, 그 당시 국민들에 감정이입하여 그 열망을 느껴보고 헌법에 대한 지식을 채우고, 인식을 새롭게 하고자 한다. 영국, 프랑스, 미국, 독일의 헌법을 소개하는 이유는 이 네 나라의 헌법이 우리나라의 헌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국, 프랑스, 미국, 독일은 물론 한국 까지 헌법의 탄생 배경에는 국민들의 투쟁의 역사가 있다. 영국의 대헌장을 승인한 존 왕의 시대에 권력자들은 평민들의 삶에는 관심이 없었고 오직 권력 쟁탈전에만 열을 올렸다. 백성들의 삶은 피폐해져갔고 로빈후드가 나타난 이유이기도 하다. 존 왕은 영주들의 신임을 잃었고, 단독으로 프랑스와 전쟁을 치르다가 패하자 그 분풀이를 영주들에게 한다. 결국 영주들은 반란을 일으키고 왕이 아닌 법의 지배를 요구하며 존 왕에게 대헌장에 서명하도록 했다. 프랑스의 경우도 비슷한데 루이 16세 때 여러 국제정세가 뒤엉켜 프랑스의 재정이 파탄난다. 정확히 시기가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무렵의 프랑스의 모습을 다루고 있는 것이 레미제라블의 장발장이다. 그만큼 서민들의 생활은 힘들고 어려웠던 것이다. 그런 시점에 루이 16세는 특권층만을 위한 정책을 펼쳤고, 분노한 시민들은 혁명을 일으키게 된다. 이게 그 유명한 프랑스 혁명이고 그로부터 한참뒤 프랑스에도 헌법이 만들어진다.


미국의 경우는 좀 더 심플한데 영국 의회가 계속 식민지 미국에 불리한 법을 만들어서 식민지를 억압하자 분노한 식민지인들이 들고 일어나서 독립을 외치며 헌법을 만들었던 것이다. 영국의 권리장전, 프랑스의 인권선언, 미국의 독립선언서은 인간의 권리를 선언한 문서라고 평가받고 있다. 독일의 바이마르 헌법은 우리가 헌법을 만들 때 많이 참고했을 정도로 시대를 앞서간 헌법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앞서 말했듯이 독일의 바이마르 헌법이 만들어질 때의 독일의 상황은 한국과 비슷한 사회적 분위기였는데 독일 역시 황제에 맞선 11월 혁명 이후 헌법이 만들어졌다.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민들은 독재자에 맞섰고 그 때마다 새롭게 헌법이 만들어졌다. 혹은 독재자에 의해 헌법이 만들어지자 국민들은 저항하고 투쟁했다. 헌법은 국민의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담긴 결과물이며 지금 우리가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조항을 말할 수 있는 것은 고대로부터 이어져온 인간의 열망의 발로라고 할 수 있겠다. 책이 부제가 인간의 권리를 위한 투쟁의 역사인 것도 이 때문이다.


책은 각 나라들에서 헌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투쟁을 중심으로 쓰고 있다. 삽화와 사진이 많이 실려 있어서 당시의 현장 분위기를 잘 느낄 수 있고, 헌법이 만들어지는 탄생의 장면을 영화를 보듯 접할 수 있다. 수많은 나라에서 수많은 국민들이 어떻게 투쟁을 하며 헌법이라는 인간의 권리를 쟁취했는지 알아보며 헌법정신과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을 것 같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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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인 밤에 당신과 나누고 싶은 10가지 이야기 - 당신의 밤을 따뜻이 감싸줄 위로의 이야기
카시와이 지음, 이수은 옮김 /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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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잠못드는 새벽은 찾아오게 마련이다. 이유없이 외롭고, 누군가가 그리워지는 밤. 혼자인게 외롭지만 혼자이고 싶은 밤. 그런 날은 괜히 센티함에 빠져보거나 오래된 노래를 틀어놓고 쓴 커피를 마시며 인생이 쓰기 때문에 커피가 달다며 중2병스러운 맨트도 내뱉어 본다. 가슴이 헛헛하고 쓸쓸하고 외롭고 속이 비다못해 공허함을 느끼면 텅 비어버린 속을 채우기 위해 밥을 우겨넣는다. 밥에 남은 반찬을 넣고는 성의없고 의미없이 대충 한숟갈 한숟갈 입속을, 뱃속을, 텅빈 가슴속을 채워나간다. 하지만 그런 텅빈 공허함은 밥을 먹는다고 채워질만한 성질의 것은 아니다. 그걸 알면서도 그 허무의 공간을 매우기위해 꾸역꾸역 밥을 억지로 밀어넣어본다. 그리고나서 모자란 부분은 뜨겁고 쓴 커피로 마저 채운다. 한잔, 또 한잔.. 하지만 역시나 상실감은 채워지지 않고, 여전히 허무하고 변함없이 고독하다. 새벽의 감수성은 분노의 비빔밥으로도, 인생보다 더 쓴 블랙커피로도 채워지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럴 땐 비빔밥이나 커피가 아닌 따스한 공감과 작은 위로가 필요하다. [혼자인 밤에 당신과 나누고 싶은 10가지 이야기]는 억지로 웃으라고 강요하지도 않고, 삼류영화같은 억지 감동을 보이지도 않으며 힘내라거나 다 잘될거라는 지하철 안내방송만큼 감흥없는 인스타 감성문구를 나열하지도 않는다. 너무 과하지도 않고, 너무 소란스럽지도 않게 조용히 어깨에 손을 올리고 따스함을 전해주듯 위로의 이야기를 전한다. ​책은 위로의 이야기를 표방하고 있는데 감수성이 터지는 새벽에 읽기에는 어딘지 슬픈 구석도 있다. 생각이 많아지는 곳도 있고, 공감이 가거나 적어두고 싶은 구절도 보인다. 그림 장면들은 굉장히 수수한 일상의 묘사이고, 움직임이 느껴지기보단 굉장히 정적이고, 포근한 모습들이라서 그림을 보고 있으면 덩달아 일상의 고요함과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또 굉장히 단순하고, 짧은 단편적인 장면이지만 그 모습과 상황이 계속해서 머리 속에 떠오르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골치아픈 철학적 고찰이 아니라 그 상황을 떠올리고, 분위기를 머리속으로 느껴보며 아스라한 파란색에 빠져들면 조금씩 마음이 풀리고 느긋해지는 것 같다. 적막한 밤과 조용한 새벽에 마음을 차분하게 어루만져주는 위로가 될 것 같다.


책은 흑백에 파란색으로만 채색이 되어 있다. 저자는 밤에 잠기기 바로 전의 거리가 파랗게 물들어가는 찰나의 순간을 좋아한다고 한다. 세상이 차분하게 가라앉아 그 순간이 아름다워 보이기 때문이라는데 하늘의 별이 떠오르고 이제 하루를 마감하는 그 시간을 함께 하며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기 위해 책을 썼고, 기분이 좋아지는 순간의 색채를 책에 담아낸 것 같다. 새벽 어스름 속에서 하늘이 밝아올 때에도 세상은 파란빛으로 물든다. 흔히 해가 뜨고 질 때 세상이 붉게 물드는 풍경을 떠올리지만 해가 지평선 너머로 내려앉고 난 이후 어둠의 장막이 감싸기 전이나 해가 떠오르기 직전엔 오히려 어스름한 옅은 쪽빛이 공기를 감싼다. 하루가 끝나는 시간도, 하루가 새로 시작되는 시간도 똑같이 어스름한 쪽빛의 찰라의 순간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책의 파란색은 어둠으로 내려앉는 외로움의 색이기도 하지만 밝아오는 새벽의 색이기도 하다. 외롭던 밤을 보내고 어제와는 다른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며 멋진 하루를 기원하는 마음이기도 하다. 밤의 시작부터 새벽이 오기까지 외로운 밤을 계속 함께 있어주며 조용히 지켜봐주는 친구같은 느낌이 드는 책이다



그렇게 슬픔이 쌓이는 밤에는

정처없이 훌쩍 산책을 나서본다

늘 익숙했던 풍경이지만

모르는 척, 처음 보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한밤의 강이 좋다

잠들지 않는 반짝임이 강물 위로 흔들린다

방으로 돌아가면 슬픔은

여전히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슬픈 밤에는]


꼭 10년전 양화대교 끝자락에 있는 집에서 혼자 살았었다. 당시엔 이유없이 잠못드는 날이 많았다. 세상의 모든 고민을 껴안은 듯 마음이 무겁고, 뻥 뚫린 가슴에 차가운 봄바람이 불어와 몹시도 시리고 아파했었다. 그럴 때면 차가운 강바람을 맞으며 양화대교를 건너며 어둠이 녹아든 강물을 한참을 바라보다 돌아오곤 했다. 또 강변을 따라 새벽 안개가 자욱한 산책로를 걷기도 하고, 하릴없이 동네를 헤매이며 걷기도 했다. 확실히 낮과 똑같은 거리, 똑같은 건물, 똑같은 표지판이지만 밤이라는 색채가 가해지면 색다른 풍경처럼 보였다. 단순히 그 풍경 속에 수없이 오가던 사람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그 거리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게 된다. 그 순간만은 내가 그 거리의 주인이 된다.


도시는 항상 바쁘고 삭막하게만 느껴지지만 의외로 모두가 잠든 시간, 사람들이 숨어버린 도시는 그 자체로 편안함을 전해주었다. 마치 여유로운 시골길을 걸을 때와 같은 편안함이다. 아마도 사람이 없는 곳을 거닌다는 것이 세상과의 단절감을 가져와서 비박을 할 때의 대자연에 홀로 내던져진 자유로움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되었던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런 여유가 좋고, 도시의 적막함이 좋았다. 혼자라서 외로웠지만 혼자이고 싶어서 그런 고독감과 단절감을 느끼기 위해 슬픈 밤에는 밤의 산책을 참 많이도 했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면 불 꺼진 적막한 방은 여전히 무겁고, 그 곳엔 슬픔이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기다리고 있었다.



그 책은 열차를 타고 대륙을 여행하는 이야기이다

아직 좁은 골목만이 나의 일상이던 그때에

학교가 끝나면 교복도 갈아입지 않고

주인공과 이곳저곳 여행을 떠났던 추억이 샘솟는다


책을 읽는 것은

미지의 세계와의 만남이다

[파랑 스카프]


책을 읽는다는 것은 미지의 세계와의 만남이다. 꼭 여행에 관련된 책이 아니더라도 책을 읽는다는 건 마치 여행을 떠나듯 책 속으로 들어가 친구를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나오코의 손을 잡고 오차노미즈 언덕을 거닐기도 하고, 요즘 같은 봄날엔 앤과 함께 마차를 타고 기쁨의 하얀길을 달리기도 하고, 베이커 거리 221B에 가볼 수 있다. 저자의 손에 이끌려 페이지를 넘실넘실 넘어가며 경험하게 되는 책속으로의 여행. 그렇다면 같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과 같은 것일테다. 각기 다른 시간, 다른 장소, 다른 환경에서 책을 읽더라도 그들이 도착하는 곳은 똑같은 책 속의 세계다. 두 사람은 같은 열차를 타고 달리듯 같은 것을 공유하며 같은 여행을 떠나는 동무가 된다.



이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

그 일상의 내음


나는 이곳에서 살아가는 삶을 알지 못하고

이곳에는 나를 아는 사람이 없다

그 삶의 한 자락을 잠시 스치듯 지나간다

[멀리서 들려오는 방울 소리]


부산의 대표적인 관광지 중 하나인 감천문화마을과 흰여울문화마을은 사진 찍기 좋은 스팟으로 알려지며 사진을 찍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항상 붐빈다. 색색의 알록달록한 집들이 석양의 빛과 더해지면 꽤나 멋진 피사체가 되고, 골목골목 숨어있는 벽화들도 사진 찍기 좋은 포토스팟이 된다. 분명 그곳은 누군가의 일상의 영역이고 내가 사는 곳과 별 다를바 없는 모습일텐데 내가 사는 일상을 한발짝 벗어난 것만으로도 그 곳은 새롭고 흥미로운 세계로 변한다. 전혀 색다른 풍경이 아니지만 일상성 속에서 얻게 되는 새로움과 신선함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게 만들어주는 마법을 가져온다. 어쩌면 이것은 사람이 사라진 밤의 거리에서 느끼게 되는 색다른 느낌과 비슷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것이 도심 여행이 주는 즐거움일 것이다.


감천문화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이 많아지자 그곳의 카페와 식당 등의 현지 상권의 임대료가 인상되고, 덩달아 주택의 월세까지 오르고 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그곳 주민의 대다수는 월세방에 살고 있는데 월세가 올라서 많은 주민들이 내몰리는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그것 뿐만이 아니라 관광객들은 멋대로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기도 하고, 너무나 당연하다는듯이 주민들의 일상과 얼굴 사진을 마구 찍는다고 했다. 그로 인해 주민들은 개인의 일상이 사라져버리고 늘 감시받는 듯한 삶을 살게 되었다고 한다. 나의 인스타를 채우기 위한 감성사진을 찍기 위해 누군가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는 않는지, 자신의 힐링을 위해 누군가를 킬링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겠다. 나의 일상에서 잠시 벗어난 그 곳은 다른 누군가의 소중한 일상이라는 것을 잊지는 말자.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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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유튜버 라이너의 철학 시사회 - 아이언맨과 아리스토텔레스를 함께 만나는 필름 속 인문학
라이너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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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철학적 함의를 가지고 읽어내는 일이 종종 있다. 혹은 영화 속에서 철학적인 의미를 찾아내려고 할 때도 있다. 감독이 의도하고 철학적 함미를 채워넣은 경우도 있을 것이고, 영화를 만들 땐 의도하진 않았지만 만들어진 결과물에서 철학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장면도 있을 것이다. 어떤 경우는 그것이 눈에 너무 빤히 보여서 감독이 너무 쉽게 의미부여를 한다고 평가절하 당하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너무 심오하게 그 의미가 꼭꼭 숨어 있어서 대다수의 관객은 그것을 놓치고 말지만 몇몇 사람들에 의해 발견당하고는 뒤늦게 화제가 되는 일도 있다. 반대로 어려운 철학적 개념을 영화를 차용하여 어려운 철학을 대중적인 영화로 설명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건 영화를 철학적으로 해석하고, 의미를 찾아보는 것은 영화를 재미있게 보는 한 방법이자 철학적 사유를 성찰하는 시간이 된다.


영화 유튜버 라이너의 철학 시사회는 철학자들의 철학 사상을 영화라는 돋보기로 보는 책이라고 말한다. 철학은 어렵고 고리타분하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철학에 영화라는 필터를 덧대서 걸러내면 대중성 있는 영화로 철학을 조금 더 쉽게 접하고 공부할 수 있게 될 것이란 기대를 가지고 책을 쓴 듯하다. 책에는 총 11편의 영화가 각각 영화를 읽어내기 위한 도구로서의 철학자와 짝을 이뤄서 소개되고 있는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영화는 매트릭스와 조커, 블레이드러너였다. 그 외에도 선정된 영화와 그와 짝패를 이루는 철학자들의 명단만 봐도 흥미롭고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블레이드 러너를 플라톤과 연결하고, 기생충을 헤겔의 정반합으로 풀이한다니 영화를 보는 것보다 오히려 더 큰 영화적 재미와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


매트릭스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실제로 매트릭스가 처음 개봉했을 당시 온라인 상에서 매트릭스를 철학적으로 분석하고 해체하는 시도가 많았었기 때문에 그 때 당시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매트릭스는 20년도 더 지난 그 옛날,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소통의 매체가 막 활발하게 꽃을 피고, 각자의 의견을 올리고 함께 토론하던 게시판 문화가 빅뱅처럼 터지며 여러 담론들이 쏟아져 나왔을 때와 맞물려 우리에게 도착했다. 물론 그보다 훨씬 이전인 하이텔 시절부터 영화에 대한 교류는 이미 있어왔고, 게시판을 통해 영화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는 것이 매트릭스가 처음은 아니겠지만 매트릭스는 영화에 숨어있는 철학적 함의가 유독 많았고, 그런 이유로 영화를 보고 철학적 의미를 찾아내어 게시판에서 토론하는 양과 질이 다른 영화에 비해 월등히 많았던 것 같다. 그러니까 영화에 대한 토론이 아니라 영화 속 철학에 대한 토론을 말하는 것이다. 마치 이 책에서 라이너가 영화로 철학을 톺아보는 것 같은 시도가 매트릭스 때 폭발적으로 많이 있었고, 열혈 영화광을 자처하던 그 철없던 시절이 떠올라서 매트릭스가 눈에 확 꽂혔던 것이다. 말하자면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라 하겠다.


어쨌건 당시 매트릭스를 두고 많은 담론들이 오갔지만 매트릭스는 가상(가짜) 현실과 실제(진짜) 현실간의 불확실성 때문에 장자의 나비, 호접지몽이 가장 많이 인용되었다. 영화 속에서 영화 밖 세상의 현재 시점과 똑같은 모습을 한 세계는 뇌에 시뮬레이션 된 가짜 세계, 매트릭스이다. 진짜 현실의 세계에서 인간들은 기계장치 속에서 영양분을 공급받으며 기계들의 생체전지 역할을 하고 있다. 네오가 살고 있는 그 세계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일종의 꿈의 세상이다. 너무나 정교하게 가공된 매트릭스라는 꿈의 세계에서 깨면 현실로 돌아오게 되지만 꿈에서 깨기 전까진 꿈이 현실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점 때문에 너무 뻔한 서사처럼 호접지몽이 인용되었다.


그리고 호접지몽과 함께 데카르트도 많이 인용되었는데 책에서도 데카르트의 인식론으로 매트릭스를 설명하고 있다. 데카르트 철학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것이 '데카르트의 회의'라고 하는 의심의 방법이라고 한다. 이 의심의 방법을 이해하는 것이 데카르트를 이해하는 첫걸음이라고 하는데 이는 데카르트 철학의 확고한 기초이고 그 기본 개념은 의심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의심한다는 방침이라고 한다. 데카르트가 가장 먼저 의심한 것은 감각이다. 보고, 듣고, 만지고, 맛보는 등의 모든 감각들의 결과를 의심하는 것은 감각의 대상이 실재가 아니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단순히 주위 환경에 의한 변화나 착시, 신경의 교란 등으로 감각이 실제와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것을 넘어서서 장자의 경우나 네오의 경우처럼 꿈 또는 매트릭스에서 진짜라고 믿어지는 현실적 감각을 경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신경의 교란이나 아무리 환각, 꿈 속이라도 바뀔 수 없는 수학과 기하학 같은 것은 무려 악마를 소환하여 이 악마놈이 우리를 속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이쯤되면 너무 간 것 같지만 이건 '데카르트의 악마'라고 해서 과학사에서는 꽤 알아주는 주장이다. 수학과 기하학처럼 똑 떨어지는 것도 악마의 농간으로 내가 잘못된 것을 보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는 주장. 이렇게 데카르트는 세상 모든 것을 의심하는 의심병환자 철학자였다. 지금 의자에 앉아 있는 자신의 현재 상태를 의심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데카르트는 침대에 누워 자면서 의자에 앉아 있는 꿈꾼 적이 있기 때문에 현재 상태를 의심할 수 있다고 답한다. 만약 장자가 나비가 되는 꿈을 자주 꾸었고, 데카르트처럼 의심병환자거나 음모론자였다면 모든 것을 의심하는 철학적 사상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비가 되어 날아다니다가도 문득 이것이 꿈이라고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어쨌건 여기서 데카르트는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란 데카르트의 사상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명제이다. 나는 세상 모든 것을 의심하고 있다. 세상에 의심할 여지가 없는 대상이 있을까? 악마놈이 아무리 교활해도 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나를 기만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내가 이렇게 미친듯이 의심병을 늘어놓는다는 것은, 적어도 의심하는 그 순간에는 의심을 하고 있는 내가 존재한다는 것은 의심이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내가 없다면 내가 의심을 할 수도 없을테니까. 그러니까 의심하고 생각하기 위해서는 나는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혹은 의심하고 생각하는 동안에는 나는 분명 존재하는 존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반박불가 무적의 논리이고 나는 이것을 내가 찾던 철학의 제일 원리로 수용하겠노라 땅땅땅. 그래서 나온게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이다. 이 말은 단순히 생각 좀 하면서 살아라 인간아, 이런 의미가 아니라 의심하고 있는 나는 의심할 수 없는 대상이라는 것이고, 나를 의심하는 순간 동시에 나는 의심하고 있다. 사유하는 자신은 의심할 수 없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진짜와 가짜에 관한 또 하나의 걸작으로 블레이드 러너가 있다. 당대 최고의 비쥬얼리스트인 리들리 스콧이 만든 저주받은 걸작으로 개봉 당시에는 흥행에서 참패했으나 이후 영화가 재평가 받으며 포스트포던 논쟁까지 불러일으키기도 했던 영화역사상 가장 주목해야 하는 SF영화 중 한편이다. 작중 복제 인간을 칭하는 리플리컨트는 인간의 겉모습을 흉내 내어 만든 복제품 시뮬라크르이다. 인간이 되고 싶은 여섯 명의 리플리컨드가 자신을 만든 창조주인 타이렐을 찾아 지구로 오게 되고, 리플리컨트를 전문적으로 수사하는 데커드는 이들을 뒤쫓는다. 이 과정에서 데커드는 타이렐의 조카의 기억을 이식한 신형 리플리컨트인 레이첼과 사랑에 빠지고 마지막에 함께 떠나는데 영화는 진짜 인간과 복제 인간을 통해 인간이란 무엇인지,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지를 끊임없이 질문한다. 데커드도 리플리컨트였다는 암시가 굉장히 많이 나오는데 리플리컨트를 잡는 리플리컨트였던 것이다. 하지만 데커드 본인은 물론 관객들도 그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넘어간다.


인간이란 무엇이고, 무엇이 인간을 정의하는가 하는 주제는 블레이드 러너 외에도 공각기동대, 로보캅, 아이로봇 등의 수많은 영화에서 차용되었다. 보통 이들 영화에선 인간을 영혼을 가지는 무언가가라는 식으로 정의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면 로봇에게도 영혼이 들어가면 그것을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같은 심오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플라톤에 의하면 인간의 영혼은 인간이 형태를 지니기 전부터 어디에선가 왔으며, 불멸의 것이고, 인간은 영혼과 육체가 분리된 존재라는 인간의 이원성을 주장했다. 또 플라톤은 인간은 지혜, 용기, 절제의 세 가지 덕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했는데 지혜는 머리, 용기는 가슴, 절제는 배에서 나오고 이런 육체에 어디에선가 영혼이 와서 깃든다고 했다. 불멸의 영혼이 인간의 육체로 접신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은 이미 완성형의 영혼을 가진, 답을 내재한 존재라고 믿었다.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으로 지니고 있는 관념인데 데카르트는 이것을 본유관념이라 불렀다.


플라톤은 아카데미아의 입구에 '변천해 가는 생성의 세계에서 영원한 참실재의 세계로 영혼을 눈뜨게 하는 곳'이라는 문구를 적었다고 하는데 영혼을 눈뜨게 한다는 것은 영혼의 불멸, 완전성을 의미하고, 영혼을 눈뜨게 하면 참실재를 알 수 있다고 했다. 여기서 참실재란 이데아를 뜻하는데 이데아란 바로 진리이다. 이는 물으면 알 수 있다는 뜻이다. 데커드는 인간과 리플리컨트를 구분하기 위해 질문을 한다. 리플리컨트에게는 가공된 기억, 감정, 경험이 입력되어 있고, 그것으로 리플리컨트를 구별해낸다. 하지만 리플리컨트는 그 기억과 감정이 실제라고 믿고 있는데 이는 매트릭스의 가짜 세계와도 이어진다. 가져본적이 없는 기억, 실제가 아닌 경험을 안고 사는 리플리컨트는 목에 전선을 꽂고 기계와 연결되어 실제가 아닌 매트릭스 속에서 살아가는 레오와 동일성을 가진다.


매트릭스에서 레오는 깨어있는지 잠들어 있는지 혼란스러워 하고 자신의 감각에 의문을 가진다. 그때 모피어스를 만나 매트릭스에 대해 듣게 되고 선택을 강요당한다. 파란약을 먹고 지금과 같이 믿고 싶은 것 믿으며 살지, 빨간약을 먹고 원더랜드로 가서 토끼굴이 얼마나 깊은지를 보러 갈지 선택하라고 한다. 레오는 평생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의문을 가지고 살아왔고, 그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빨간약을 선택한다. 의심하고 의혹을 가지는 레오는 이제 진실로 존재하는 존재가 된다. 데커드는 질문을 하는 것으로 진짜 인간과 가짜 인간을 구분해내고, 로이 베티는 자신을 만든 창조주를 만나 삶과 죽음에 대한 질문을 하기 위해 지구로 숨어든다. 이처럼 두 영화에는 각각 데카르트와 플라톤이 주장하는 철학적 가치가 영화에 깊게 삽입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 속에 이러저러한 철학적 함의가 있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만 했었는데 책을 읽고 다시 영화를 생각해보니 영화 곳곳에 철학자들이 말하고자 했던 의미가 영상으로 남아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려운 철학을 영화라는 대중문화로 희석시켜 배워보니 쉽게 이해가 되고, 반대로 영화를 철학이라는 돋보기로 들여다보니 이전에는 보지 못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고, 조금 더 깊이있고 새로운 영화읽기를 할 수 있게 된다. 재미있게 영화를 보고 즐거웠다면 그것만으로도 영화의 효용은 충분하지만 그 속에 철학의 돋보기를 드리우고 철학적으로 읽어내고 의미를 찾아보는 것도 영화읽기의 새로운 재미가 되지 않을까 한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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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무작정 따라하기 - 어렵고 복잡한 경제 뉴스를 술술 가장 쉬운 경제학 공부 무작정 따라하기 시리즈
테이번 페팅거 지음, 김정수 옮김 / 길벗 / 2021년 3월
평점 :
절판




최근 주식 열풍으로 너도 나도 주식에 관심을 가지고, 주린이를 위한 서적도 넘처나고 있지만 정작 주식이라는 것을 하려면 경제를 잘 알아야 하기 때문에 경제에 관심이 없고,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은 주식 같은 걸 할 생각도 못한다. 주식은 고사하고 TV의 경제 관련 뉴스를 봐도 무슨 말인지도 몰라서 경제 정책이 어떻게 바뀐다는 것인지, 앞으로의 경제 전망은 어떤지, 실제 나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정보조차 뉴스를 봐도 그 의미를 모른채 넘어가는 일도 있다. 모르면 관심도 멀어지므로 경제학을 모르니 경제뉴스에서 관심이 멀어지고, 관심이 멀어지니 더욱 경제에 대해 더욱 모르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실제로 TV의 경제 관련 뉴스 들은 그것을 보는 사람들이 어느정도 기초 지식이 있다는 전제하에서 보도되기 때문에 관련 지식이 없는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이해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하도 경제를 알아야 한다고 해서 가끔 관심을 가지고 경제뉴스를 찾아보거나 관련 서적을 읽기도 해보지만 생소한 경제용어와 어렵고 복잡한 개념들, 계속 갱신되는 새로운 이슈와 수많은 경제정책들까지 혼자 책을 본다고 쉽게 이해할 수도 없거니와 경제라는 분야는 너무 광범위해서 혼자 그 많은 범위를 한번에 알아간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어중간한 책으로는 이론적인 경제 개념과 실무적인 이슈들을 전부 커버하지도 못한다. 보통 경제학 책들은 너무 학문적인 경제 개념과 이론에 치우쳐 있어서 현실 경제에 적용하기 어렵다거나 경제에 대한 기본기가 부족한데 너무 실무적인 내용만 다루고 있어서 책을 읽어도 그 내용을 이해하기가 어려운 경우도 있어서 제대로 된 경제학책을 만나는 것도 쉽지가 않다.


[경제학 무작정 따라하기]는 경제학의 기초부터 일자리, 물가, 정책과 글로벌 이슈까지 어려운 이론도 쉽게 풀어주는 경제학 입문서이다. 복잡한 공식이나 암기가 필요한 어려운 강의가 아니라 경제학의 가장 기본적인 개념들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게 아주 쉽게 풀이해 놓아서 경제학의 기초가 없는 왕초보들도 경제학의 여러 개념들을 이해하고, 맥락을 잡을 수 있게 되어 있다. 수험서나 교재처럼 이론적인 정보 전달에 그치지 않고 해당 이슈를 반영하고 있는 실제 사례나 예시를 통해 경제학 이론이 실제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보여줘서 이론적 개념과 실무적인 감각을 모두 배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자칫 이론에만 함몰되면 아무리 공부를 해도 현실 경제에 적용하여 실제 경제가 돌아가는 것을 읽어내기가 힘든데 현실감 있는 예시로 설명도 쉽고, 실무에 적용하기도 용이하다.


앞서 말한대로 경제학은 그 범위가 굉장히 넓어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난감해지는데 이 책에서는 경제학의 역사, 시장, 시장실패, 노동시장, 기업경제학, 경제학 개념, 거시경제학, 경제정책, 금융경제학, 국제 경제라는 총 9가지 분야로 현실 경제를 이해하는데 꼭 알아야 할 중요한 내용은 모두 담아 놓았다. 시장경제, 기업경제, 국가정책, 국제 경제 순으로 영역을 나누어 경제학 이론을 소개하고 있어서 이 책만 꼼꼼하게 읽는다면 가계, 기업, 사회경제의 주요 이슈들과 경제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특히나 이론과 논리, 연구 과정 같은 학문적인 접근이 아니라 현실 경제를 담고 있어서 책을 읽고 나면 바로 시장의 흐름이 보이고, 실생활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발로 써먹기에도 좋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내용들은 모두 한·두장으로 설명을 마무리한다. 핵심만을 잘 요약하여 설명하고 있어서 글이 장황하고 길지 않아 글을 읽고 내용을 이해하는데 부담이 없다. 아무리 설명이 자세하더라도 글이 길어지면 필연적으로 내용이 복잡해지고, 그러면 어려워서 중간에 포기하게 되는데 가볍게 읽으면서도 핵심적인 내용은 전부 취할 수 있기 때문에 중간에 책을 덮지 않고 끝까지 읽을 수 있다. 또 이론을 직관적인 그림과 표로 쉽게 설명해 놓아서 이해하기가 용이하다. 그리고 중간중간 나오는 어려운 용어들은 [알아두세요] 코너에서 그 의미를 알려주고, [잠깐만요] 코너에서는 해당 이슈와 관련된 트리비아를 소개하고 있어서 경제 상식을 높일 수 있다. 이론부터 현실 경제까지 한 권으로 쉽게 배우고 바로 적용해볼 수 있는 왕초보를 위한 좋은 경제 입문서를 찾는다면 추천할만 하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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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사가 알려주는 현장에서 바로 통하는 노무 처방전 : 자영업 사장님 편
박예희 지음 / 커리어북스 / 2021년 3월
평점 :
절판




가게를 운영하게 되면 신경써야 할 것이 참 많다. 사장들이 가장 신경쓰는 것은 아무래도 매출, 재료비, 임금, 세금 같은 돈과 관련된 요소들일 것이다. 그리고 직원관리 서비스관리 등도 신경을 쓰게 될텐데 그에 비해 법과 관련된 사안들은 가게 운영에 있어 눈에 보이는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고, 그런 것을 몰라도 당장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해서 챙겨야할 것을 챙기지 않는 경우가 많을 것 같다. 특히 종업원이 많지 않은 영세한 가게의 경우는 그런 경향이 더 많은데 가족적인 분위기, 정을 중요시 여기는 한국 특유의 정서 때문에 사장과 직원 간에 법을 따지는 것을 꺼리기도 하고, 또 가게를 예전부터 계속 운영해 온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해오던 관성으로 운영하려는 경향이 있어서 당연히 지켜야할 법적인 것들을 지키지 않고 그냥 대충 넘기는 일이 많은 것 같다. 


물론 법을 몰라서 못지키는 경우도 굉장히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말처럼 법을 전공을 하지 않은 일반 시민들이 법을 잘 알기란 사실 힘든 부분이 있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법을 어기고 있다가 나중에 어떤 계기로 그것이 큰 문제가 되는 일도 종종 있는 것 같다. 본인은 그런 게 있는 줄도 몰랐다고 굉장히 억울해하겠지만 어쨌건 법이란게 그런 것이라서 어떻게든 본인이 알고 챙길 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그것이 큰 골치거리로 작용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점점 노동자의 이익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고, 요즘 젊은 세대들은 과거처럼 법보다 정으로 으쌰으쌰하며 가족같은 분위기로 불이익을 감수해가며 일하는 시대도 아니기 때문에 딱 부러지게 지킬 것은 지키고, 자를 것은 자르고, 나중에 문제가 생기지 않게 미리미리 준비하고 대처를 해야만 한다.


이젠 관리의 차원에서 노동법을 적용하여 시스템적으로 가게 운영을 해야 한다. 가령 직원을 채용하게 되면 바로 근로계약서를 쓴다던지, 근태 관리, 급여관리, 직원관리 등도 노동법을 기초로 관리할 수 있게끔 미리 가게 시스템을 구성해둬야 한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가게에 적용되는 노동법은 어떤 것이 있는지 미리 파악하고 있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 계속 해오던대로 관성적으로 대처하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건건이 대응하다보면 불필요한 손해를 입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겠다. 그렇다고 노무사도 아닌데 본격적으로 어려운 법공무를 하고 법조항을 좔좔 외우는 것은 너무나 소모적이고 불필요한 행동이다. 알다시피 법에 나오는 용어 등은 어렵고, 생소해서 공부를 한다고 해도 제대로 알기도 어렵다. 비용을 들여서 노무사에게 관리를 받는 것은 솔직히 부담이 크다.


이 책은 실제 현장에서 많이 발생하는 노무 관련 문제들을 문답형식으로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맞춤형 노무 처방전이다. 직원 입사 전, 근무하는 도중, 직원이 퇴사할 때, 특별한 상황이라는 총 4가지 상황으로 구분하여 각각의 상황에 맞게 가게 업주들이 꼭 챙겨야 하는 노동법을 알기 쉽게 소개한다. 아마도 노무사인 저자가 그동안 일을 하면서 가장 많은 질문을 받은 내용들을 정리하여 소개하는 것 같은데 그래서 현장에서 실제 일을 하다보면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기본적인 상황들이 모두 담겨있다고 보면 되겠다. 물론 일을 하다보면 업종과 상황에 따라 무수한 경우의 수가 발생하겠지만 적어도 책에 나오는 내용 만이라도 잘 숙지하고 적용하면 상당수의 트러블은 해소될 것이라 생각된다.


노동법은 계속 갱신되므로 과거에 알던 법내용으로 계속 가게를 운영하다가는 낭패를 당할 수 있으므로 매년 바뀌는 법 내용을 확일할 필요가 있는데 그런 것 중 하나가 최저임금과 퇴직금 관련 법일 것이다. 과거에는 오래 일을 해도 수당도 없고, 퇴직금을 주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했었는데 이젠 아르바이트도 1주일에 소정근로시간 15시간 이상일 때 1년 이상 계속 근무하면 퇴직금을 받을 수 있고,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이 법은 적용되게 바뀌었다. 예전부터 이랬는지 이번 정권이 되면서 법조항이 바뀐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건 많이 홍보가 되어서 이젠 이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솔직히 노동법이 강력하게 적용되면 사장들 입장에선 그다지 좋지 못할 수도 있다. 예전처럼 부려먹기만 하고 수당은 떼먹을 수 없게 되었으니 말이다. 실제로 그 때문에 인건비가 인상되었다고 정권을 욕하는 사람도 많은 것으로 아는데 이번 정권 들어서 인건비가 상승해서 손해를 본 것이 아니라 그동안 제대로 지급해야 할 인건비를 주지 않고 떼먹어서 인건비를 세이브 시켰다고 말하는 것이 맞는 말일 것이다. 사장님드 같이 상생 좀 하십시다.


반대로 이 노동법을 교묘하게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알바 수습기간인데 편의점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채용하면 처음 3달은 수습기간이라며 임금의 80%만 주는 케이스가 정말 너무 많다. 정말 양아치 사장놈들이다. 우선 수습기간 동안 임금을 80%로 적게 지급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하지만 수습으로 채용하려면 1년 이상 근로계약을 채결한 경우에만 적용되는 법이며, 그나마도 편의점, 음식배달원, 청소원, 경비 등 단순노무업무는 1년 이상 근로계약을 체결한 수습기간의 직원이라 할지라도 최저임금의 90%로 감액할 수는 없다. 최저임금도 주기 싫어서 그것마저도 깎는 양아치짓 좀 하지 맙시다.


노동법을 제대로 적용하면 이래저래 업주들만 죽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한 노동의 댓가를 정당하게 지급하는 것은 당연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직원 채용시 정부지원금을 받을 수도 있고, 일자리안정자금, 두루누리 사회보험 등의 다양한 지원사업도 진행되고 있으므로 잘 알아보고 혜택을 받아가면 좋겠다. 중요한 것은 일을 하건, 휴무를 하건 사장과 직원이 소통하며 서로 합의 하에 진행하여야 하며, 좋은게 좋은거라고 가급적이면 관련 서류를 만들어서 보관하는 것이 서로 뒷말이 나오지 않을 것 같다. 책에는 근로계약서부터 근태기록대장, 휴가신청서, 연차·휴직 신청서 등 각종 노동법 필요서류가 첨부되어 있어서 잘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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