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 1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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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처음 개미로 혜성처럼 등장했을 때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는데 나 역시 베르베르의 개미를 처음 읽고 바로 빠져들었다. 사람의 시선이 아닌 개미의 시선으로 씌여진 이야기는 신선했고, 독창적이고, 기발했다. 기존의 정형화된 형식과는 스타일이 달랐고, 인간의 시점과 개미의 시점을 오가는 스토리 진행방식은 이후 크게 인기를 끌었던 영화 펄프픽션처럼 참신했다. 뒤이어 나온 영계 여행을 다룬 타나토노트는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베르베르의 소설 중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기도 한데, 영계를 여행한다고 하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상상력은 정말 놀라웠다. 개미가 현미경으로 개미의 생태를 관찰하는듯한 섬세한 묘사를 했었다면 타나토노트는 삶과 죽음, 환생이라는 심오한 주제가 우주를 무대로 광활하게 펼쳐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 때부터 베르베르의 영원한 화두인 죽음 너머의 삶과 신비, 영혼과 환생이라는 주제가 나오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 작품인 타나토노트와 천사들의 제국, 신으로 이어지는 3부작을 가장 좋아하는데 이 3부작에서 베르베르는 사후 세계와 환생, 신에 대한 이야기를 동양적인 관점과 서양의 시각을 믹스해서 탈종교적인 세계관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갔다. 환생과 영계라는 것은 분명 동양적인 사상에 기인하는 것들로 베르베르가 동양의 세계관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베르베르는 일반적이지 않은 이야기를 다룬다. 과감하게 곤충을 주인공으로 삼은 개미는 그나마 양호한 편이다. 저승 이야기를 다룬 타나토노트, 인류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인 아버지들의 아버지, 세계 각국의 신화 속의 여러 신들의 이야기를 다룬 신, 수호천사의 이야기 천사들의 제국 등 일반적이지 않은 주제의 글을 많이 쓴다. 기독교 세계관의 단일신이 아닌 신화 속의 신들을 주제로 삼거나 불교적 세계관인 환생을 주제로 삼는 등 동서양의 신화를 차용한 신비주의적인 주제를 주로 많이 다루는데 기본적으로 기독교적인 세계와는 거리가 있다.


이렇게 베르베르 소설은 전통적인 기독교 사상에, 동양적인 철학과 고대의 종교와 신화 등도 차용하여 독특한 자신만의 세계관을 만들어 내었다. 이 점이 베르베르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이 아닐까 한다. 말하자면 어느 특정 종교의 우월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모든 종교의 뿌리는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전제가 된 것 같다. 어쩌면 한가지의 사상에 전도되지 않기 때문에 기발한 상상력으로 새로운 주제를 만들어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베르베르는 기발한 상상력과 기존의 사고를 뒤집는 시선으로 이야기를 색다르게 이끌어가고, 흥미롭고 색다른 주제로 호기심을 자극하여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며, 뛰어난 이야기꾼이라 흡입력있게 글을 쓴다. 그래서 순수하게 재미라는 측면에서 보면 베르베르의 소설은 나무랄 때가 없다. 베르베르의 소설은 과학적인 내용과 짜임새있는 구성으로 스토리가 탄탄하고, 마치 영화를 보는듯한 묘사와 상황설명에 글을 읽는 재미가 있었다. 그래서 베르베르의 소설은 한번 손에 잡으면 끝까지 완독하게 된다. 


이번 작품 [문명]은 몇 년 전에 나온 고양이와 연계되는 이야기라고 하는데 전작을 읽지 못해서 좀 걱정했지만 전작과 이어서 보면 더 좋겠지만 전작의 내용을 모른 채 바로 이 책만 봐도 전혀 상관없다. 나같은 독자를 위해 소설의 도입부를 이야기의 주묘공인 바스테트의 소개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문명]에서는 다시 개미 때처럼 냥이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형식으로 회귀했다. 초심으로 돌아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시종일관 암고양이 바스테트의 시점으로만 진행되므로 과거처럼 다중화자의 구조는 아니라서 이전 작품보다는 조금 단조롭게 느껴진다. 대신 해설처럼 챕터 사이사이에 베르베르의 인장과도 같은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이 삽입되어 있어서 반갑게 느껴진다.


베르베르의 팬이라면 이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이 매우 반갑게 느껴질텐데 이 백과사전은 개미 때 처음 등장했던 가상의 백과사전으로 약간 베르베르의 시그니처 같은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작중에 나오는 설정의 기반이 되는 과학적 사실이나 역사적 내용을 추가적으로 설명하는 장치로 아마도 작가가 소설을 쓰기전 사전 조사한 내용을 그런 형식을 빌어 각주처럼 제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문명]에서는 개미에서 그 백과사전을 만든 에드몽 웰즈의 후손인 로망 웰즈가 등장해서 인류와 문명이 사라져가는 세상에서 인류의 지식을 보존하기 위해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을 편집한다는 설정이다. 선조가 만든 백과사전을 더욱 보완하여 확장시킨 백과사전을 USB에 담아 고양이 바스테트의 목에 걸어주는데 이로서 문명이 인류에게서 고양이로 넘어간다는 상징을 가진다.


마치 지금의 코로나 시국처럼 신종 페스트가 창궐하며 세상이 어지러운데 인류는 테러, 내전까지 벌이다가 그야말로 문명이 멸망할 위기에 처했고, 이때 갑자기 늘어난 쥐 떼가 지구의 새로운 주인이 되려고 하는 시대가 배경이다. 지금까지 오랜시간 지구의 주인처럼 행세해오던 인류가 사라지게 되자 누가 지구의 새로운 주인이 될지 동물들이 패권을 다투는데 고양이 바스테트는 쥐 떼의 공격에 대항하며 인간의 문명을 대신할 냥이 문명을 건설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물론 당장은 급격히 늘어난 쥐 떼의 공격과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남는 것이 1차적인 목표지만 최종목표는 인류 문명을 대신할 새로운 문명을 건설하는 것이고, 바스테트는 스스로를 곧 세상을 지배하게 될, 지금의 세상을 더 나은 세상으로 진화시킬 존재라고 생각한다.


바스테트는 냥이의 문명을 만들기 위해 돼지, 소, 개, 비둘기 등의 다양한 동물들과 연합하기도 하고 반목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주제가 바로 공존이다. 고양이 바스테트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이 서로 소통할 수 있게 만드는 원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베르테트가 만들고자 하는 냥이 문명은 인간의 문명과는 분명 다르다. 동물들의 관점에서는 인간은 식용을 위한 도축, 투우, 동물 실험 등 동물에게 온갖 악행을 저질렀다. 그래서 동물들은 모든 인간은 그들이 저지른 악행에 대한 벌로 지상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세상에 반드시 있어야 할 존재가 아니며 인간 이전에서 세상은 존재했듯, 인간 이후에도 세상은 존재할 것임을 말한다. 지구의 주인이라 생각하는 우리 인간에게 인간의 위치와 존재를 각인시키는 부분이다. 돼지 앞에 끌려와서 재판을 받는 인간의 모습을 보면 그동안 지구의 주인 행세를 했던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인류의 멸망은 꼭 페스트의 창궐이나 전쟁 때문이 아니라 공존하고 협력하지 못하는 인간의 야만성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다. 공존이란 인간과 동물의 공존일 수도 있고 인간 끼리의 공존일 수도 있다. 인간은 인간끼리 공존하고 화합하지 못하고 서로 싸우며 문명을 파괴시켰고, 미식과 여흥, 실험 등의 이유로 동물들도 거침없이 살육하는 야만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쥐들의 왕은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살아남은 생존쥐로 그 때의 경험 때문에 인간에 대한 무한 적개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잔인함이란 인간적인 것이라는 말을 한다. 쥐들이 페스트로 인간을 죽이고 패권을 얻은 것도 따지고 보면 인간의 잔인한 실험에서 시작된 나비효과이다. 반면 동물들은 종을 따지지 않고 서로 소통하고 연대하며 세상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심지어 고양이는 인간이 문화까지 끌어안는다. 고양이들이 만들고자 하는 문명은 인간 문명을 전부 없애고 無에서 새롭게 쌓아올리는 문명이 아니라 기존의 인간의 문명을 이어받은 인간과 동물의 협동 문명이다. 그 상징으로 사용되는 것이 기억의 수호자란 이름으로 불리는 로망 웰즈 교수가 만든 인류의 모든 지식을 모아놓은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USB이다.


소설 속에서 이 세상은 인간만의 것이 아니라는 메시지가 계속 등장한다. 단순히 동물을 도축하지 않기 위해 비건을 해야 하고, 동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식의 논리가 아니라 공감과 연대로 동물들과 공생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말하자면 보호해야 한다는 그 자체도 인간중심적인 시각이 담겨있는 생각이라서 베르베르는 애초에 인간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자는 논리이다. 어쩌면 그런 이유로 이번 작품에서는 인간 시점의 내용은 빠지고 고양이의 시점으로만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전 소설들과는 약간 형식은 바뀌었지만 베르베르의 소설은 여전히 흥미롭고 매력적이다. 재미있게 옮겨낸 번역도 글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이 작품은 문명 3부작 중 두번째 작품이라고 하니 가능하면 이전 작품도 읽고 전작의 연계성을 찾아가며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 약속의 땅인 뉴욕에 도착한 냥이들에게 어떤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지, 냥이들의 새로운 문명을 만들 수 있을 것인지 최종권도 기대된다.


문명은 1, 2권으로 출시되었는데 문명 1권은 지상낙원과 제3의 눈의 전반부, 문명 2권은 제3의 눈 후반부과 유머, 예술, 사랑 편으로 구성되어졌다. 1권에서는 앞서 말한대로 우선 소설의 주묘공인 고양이 바스테트의 소개와 인류가 망하고 바스테트가 고양이의 문명을 건설하게 되는 배경이 보여진다. 페스트의 창궐과 테러와 전쟁으로 인해 도시는 폐허가 되고, 인간 문명은 파괴되어 세상의 종말, 아니 인류의 종말이 찾아오게 된다. 말그대로 인류의 디스토피아와 고양이의 지상낙원이 함께 도래한 것이다. 인간이 사라진 땅에 새로운 주인이 되기 위한 동물들의 패권싸움이 시작되는데 이 전쟁에서 가장 우위에 선 건 쥐 떼들이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쥐 떼들의 힘은 강력했고, 공격적이고, 파괴적이었다. 쥐떼들은 다른 종을 몰살시키며 쥐의 왕국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이 쥐 떼를 이끄는 것은 티무르 대장이다. 티무르 대장은 오르세 대학 실험실에서 머리에 제3의 눈을 설치하는 수술을 받았는데 제3의 눈은 머리에 USB단자를 꽂을 수 있는 구멍으로 제3의 눈이라 불리는 구멍에 USB를 꽂으면 컴퓨터에 접속해서 인간들이 축적해 온 지식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된다. 쥐 떼의 대장 티무르 이외에도 샴고양이 피타고라스, 돼지 왕 아르튀르도 이 제3의 눈을 가지게 된다. 티무르는 인터넷과 연결되는 제3의 눈을 통해 인간의 군사적 전술, 정치적 목표 등을 학습하게 되었고 그런 인간의 지식이 쥐 떼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강력한 군대로 만든 것이다. 티무르가 이끄는 쥐들은 본능에 의해 움직이는 평범한 쥐가 아니라 훨씬 진화한, 그리고 더 위험한 녀석들이다.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에서 티무르에 대해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티무르는 중세 정복자 중 유난히 잔인했던 인물로 칭기스 칸의 몽골 제국을 복원하겠다는 야망을 품었던 정복자였다. 광대한 이슬람 제국을 건설하고자 했고, 지금의 이란, 이라크, 조지아 등에 해당하는 광활한 지역을 정복했는데 티무르가 정복한 곳의 패배자들은 잔인한 방식으로 처형되었다고 한다. 쥐의 우두머리가 이 잔인한 정복자 티무르의 이름을 가진 것에서 이미 쥐 대장의 성격을 말해주고 있다고 하겠다. 수십만의 쥐들을 지휘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하얀 쥐 티무르. 티무르는 왜 이렇게 인간에 대해 적개심을 가지는 것일까? 그 해답은 2권에서 보여진다.


쥐를 잡는 고양이들이 쥐 떼에 몰려 도망친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며 고양이들은 자신들만으로는 쥐들에게 대항하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지원군을 포섭하기 위해 원정대를 꾸린다. 그 모험길에서 같은 고양이 무리에게 배신을 당하게 되는데 티무르의 군대에 쫓겨 도망치던 바스테트 원정대는 급수탑에서 살아남은 고양이들을 만나게 되고, 바스테트는 그 고양이들을 설득해서 자신의 편으로 포섭하려고 하지만 급수탑의 고양이들은 바스테트에 협력하는 대신 성난 티무르에게 바스테트 일행을 넘겨주고 급수탑 공동체를 지키기로 결정한 것이다. 포로로 잡힌 바스테트 일행은 물로 뛰어들어 도망친다.


우여곡절 끝에 원정대는 제3의 눈 실험이 행해졌던 오르세 대학에 도착하고, 여기서 바스테트는 중대 결심을 하게 된다. 인간의 지식에 접근하기 위해 자신의 머리에 제3의 눈을 설치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이 부분에서 바스테트가 조금 더 갈등하거나 겁을 내면서도 자신이 꿈꾸던 것을 이루기 위해 큰 결심을 한다는 식으로 심적인 묘사가 좀 더 보여졌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너무 갑작스럽게 수술을 결심하고 바로 수술대에 오르는 듯해서 핍진성이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어쨌건 바스테트가 제3의 눈 수술을 하는 것으로 1권은 마무리가 된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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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사랑이 뭔가요? - 사랑에 대한 철학자 8인의 까칠 발랄한 수다
노라 크레프트 지음, 배명자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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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번쯤은 사랑에 울고 누구나 한번쯤은 사랑에 웃고 그것이 바로 사랑 사랑이다. 사랑이란 굉장히 광범위한 가치로 사랑이란 게 꼭 남녀간의 사랑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사랑, 친구간의 우애도 모두 사랑이다.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한번쯤 사랑받은 기억이 있을 것이고, 한번쯤 사랑을 했던 기억도 있을 것이다. 혹은 아직 사랑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사랑을 하고 싶다고 생각을 하며 사랑을 갈구할 것이다. 사랑은 인간에게 있어 영원한 화두로 수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노래하고, 영화, 문학, 회화 등 수많은 컨텐츠에서도 사랑을 다룬다. 그런데 도대체 사랑이 무엇이길래 우리는 이렇게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우리는 항상 사랑을 말하고 사랑이 뭔지 알고자 하지만 아무리 사랑을 많이 해본 사람도 정작 사랑이 무엇인지 말하기가 참 어렵다.


[소크라테스, 사랑이 뭔가요?]는 8명의 철학자가 여러가지 사랑에 대한 철학적 대담을 나누며 사랑을 철학적으로 고찰해보는 책이다. 소크라테스, 칸트, 아우구스티누스, 프로이트, 키르케고르, 보부아르, 셸러, 머독 등 시대를 뛰어넘은 8명의 철학자들의 관점으로 사랑의 의미와 이유는 무엇인지, 왜 사랑하고 어떻게 사랑하는지, 사랑과 호르몬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사랑은 왜 우리를 행복하게 혹은 불행하게 만드는지, 사랑에도 권리라는 것이 있는지 같은 사랑과 관련된 10가지 주제로 철학 대담을 펼친다. 섹스로봇과 데이팅 앱과 같은 현대 사회의 문화를 반영한 주제도 있어서 시대를 타지 않는 사랑에 대한 고전적인 주제와 지금 시대의 최신 주제들을 모두 다루고 있어서 철학적으로 생각할거리도 다양하다.


칸트가 7명의 친구를 저녁 식사에 초대해서 사랑을 주제로 100분 토론을 펼친다는 형식인데 그래서 책은 대화 형식을 띄고 있다. 딱딱한 설명문으로 된 일방적인 지식전달과 이론적 개념의 나열이 아니라 8명의 철학자들이 서로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고, 반박하고, 때론 상대의 주장에 설득되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랑을 둘러싼 여러 철학적 개념을 소개하고 있어서 보다 쉽고 재미있게 철학적 개념을 접할 수 있다. 각기 다른 철학사상을 가진 철학자들이 각자의 철학적 개념을 바탕으로 하여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어서 여러가지 주장과 각기 다른 철학적 관점으로 사랑을 바라보고 분석할 수 있어서 평소 생각해보지 않았던 관점으로까지 폭넓은 시각으로 사랑을 고찰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특히 섹스로봇이나 데이팅 앱 같은 최신의 주제를 고전적인 철학 사상으로 풀어간 것이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사랑과 쾌락, 사랑할 의무와 사랑받을 권리 같은 고전적인 주제는 어쩌면 이들 철학자들의 철학을 빌어 설명하는 것을 한번쯤 봤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고전적인 주제를 고전 철학자의 사상으로 설명하는 것은 좀 자연스럽게 느껴지는데 현대 사회의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고전적인 철학으로 돌아보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아서 좀 새롭고, 이런 문화가 없던 과거의 철학자들은 과연 지금 이런 문화를 어떻게 바라볼지 생각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한국에서도 데이팅 앱이 많이 출시되었는데 책 속의 철학자들은 이 데이팅 앱을 우려한다. 마트에서 상품을 고르듯이 사람(사랑)을 고르게 되는데 수많은 후보자들 중 내가 선택받기 위해서는 나의 있는 모습 그대로가 아니라 상대가 나를 어떻게 볼지를 이해하려고 하고, 상대의 마음이 아니라 상대의 눈에 매력적으로 보이려는 노력을 하게 될 것이이며 우려한다. 반면 데이팅 앱에는 수많은 선택지가 열려 있어서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도 있고, 개인에 따라서는 하룻밤의 쾌락의 대상을 찾아 해방감을 누릴 수 있으므로 여기엔 사회적 규범이나 관습을 벗어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볼 수도 있다는 소수의견도 나오지만 데이팅 앱에는 해방이 없다고 바로 반박 당한다.


여성은 현재까지도 여전히 섹스의 주체가 아닌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고, 남녀 모두 여성의 가치를 남성을 위한 매력으로 측정된다는 관념을 가지고 있는데 이때문에 데이팅 앱이 여성에게 해방구가 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앱 때문에 여성들은 자신의 이미지를 예민하게 걱정하고, 남자로부터 외면이라도 당하면 불안감을 느끼게 되므로 더욱 남성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이미지를 가꾸며 그런 가치에만 몰입하게 될 것이고, 반대로 남자들은 여성의 외모에만 관심을 두고 가능한 한 많은 여자를 낚으려 할 것이기 때문에 앱이 여성에게 해방구가 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여성을 수동적인 존재, 남성에게 어필하기 위해 여성성을 강조하려는 존재로 보는 것이고, 결국 여성이 피해자라는 식의 인식이 깔려 있는 의견이다. 물론 이 주장은 아이리스 머독과 아우구스티누스의 입을 통해 말을 하고 있지만 사실상 저자의 생각이라고 봐야한다.


문제는 과연 지금 사회의 남녀가 저자의 주장대로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여자는 섹스의 대상으로 여겨지고, 남자에게 잘보이기 위해 여성성을 강조하는데만 신경쓰고, 남성은 성욕을 채우기 위해 얼굴 품평을 하며 여성을 낚으려는 존재일까? 개인적으로는 저자의 남녀에 대한 관점이 너무 과거의 인식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물론 빠르고 광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한 데이트 앱 상에서는 상대에게 어필하기 위해 상대가 좋아할만한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여성들은 남성에게 어필할 수 있는 여성성을 더욱 부각하며 그런 것들을 개발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 반대의 경우 역시 똑같이 작용한다는 점은 간과하고 있다.


데이트 앱을 이용하는 여성들이 남성의 관심을 받기 위해 자신을 외적으로 가꾸고 여성성을 드러내기 위한 힘든 노력을 했는데 그렇게 힘들게 자기투자를 한 여성들이 아무 남자나 연락이 오면 다 만날까? 천만의 말씀이다. 저자는 데이팅 앱을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고르는 것과 같은 것으로 묘사했는데 그야말로 여성을 수동적이고 나약한 존재로만 생각하는 잘못된 피해의식에 기인한 것이다. 남자가 여성을 고른다면, 여성도 남자를 고른다. 데이팅 앱의 구조는 조선 시대 때 임금이 무수리를 찍어서 오늘 내 방으로 들라 해라~ 이런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성이 남자의 마음에 들기 위해 섹스어필을 뽐내며 프로필을 올려놓으면 수많은 발정난 남자들이 쪽지를 보낸다. 그럼 여성이 그 남자를 다 만나는 게 아니다. 그중 여성의 마음에 든 최종 1인에게만 여성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자연에서 최종 선택은 언제나 암컷의 몫이라는 것은 불변의 진리다.


자, 그렇다면 남성 역시 여자의 마음에 들기 위해 몸을 만들고, 그루밍을 하며 가꾸고 꾸민다. 그렇게 해야만 수많은 다른 수컷들 사이에서 간택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팅 앱이란 남자가 앱에 쭉 나열된 수많은 여성들 중 제일 예뻐 보이는 한명을 취사선택해서 취하는 대형마트 시스템이 아니라 상호 선택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일례로 몇해전 전세계적으로 인셀이란 말이 크게 유행한 적이 있었다. 연애를 하고 싶지만 여성에게 선택받지 못한 비자발적 독신남을 뜻하는 말로 이들은 일부의 알파 메일인 엄친아 채드가 여성을 독점하는 구조에 대해 분노하며 묻지마 범죄를 저질렀다. 저자의 주장처럼 여자들은 남성에게 어필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남자들은 그런 여자들을 쇼핑하듯 어플로 여자들을 낚아서 성욕을 채운다면 저런 분노하는 인셀이 왜 등장했겠는가? 즉, 저자는 진짜 현실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깊은 의문을 가지게 된다.


기본적으로 이 책은 철학자들의 철학 사상을 가져와서 저자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말하자면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을 철학자들의 사상이란 형식을 빌려와서 자신의 주장에 힘을 싣는 권위에 호소하는 논증으로 만들어진 책인 셈인데 저자의 기본 마인드 자체가 너무 일방적이고 어떤 피해의식 같은 것이 깔려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일부의 현상만을 주관적이고 협소한 시각으로 보고 있는 것 같은 생각도 든다. 하지만 여러가지 철학적 개념과 관점으로 사랑에 대한 여러가지 주제에 대해 생각을 해보면서 책을 읽는 사람도 사랑에 대해 다양한 관점으로 생각을 해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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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누키친 마법의 간식 레시피
테누키친 지음, 조수연 옮김 / 시그마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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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이란 말 그대로 가볍게 먹을 수 있는 먹거리여야 하므로 바로 먹을 수 있는 완제품이나 에어프라이어로 데우기만 하면 되는 간편식을 떠올리게 된다. 그래서 간식은 거의 사서 먹는게 대부분이다. 마트나 인터넷으로 이런저런 먹거리를 주문해서 쟁여놓고 하나씩 빼먹는 식인데 사서 먹는 간식은 일단 종류 자체가 단조롭다. 주로 과자류가 많고, 에어프라이어와 전자레인지로 조리(해동)해서 먹는 냉동식품들, 그 외에 소시지나 핫바, 초코파이류 같은 빼먹기 간편한 군것질거리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아무래도 사서 먹는 간식은 화학조미료가 가득 들어간 인스턴트 음식과 기름기가 잔득 들어가고 설탕범벅이 된 살찌는 식품이 많다. 그런 이유로 간식을 먹고 나면 괜한 배덕감을 느끼게 되는 일이 많다


가끔씩 인스턴트가 아닌 직접 만든 건강하고 맛있는 간식을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고, 매번 먹는 과자나 초코파이가 아니라 새롭고 다양한 종류의 간식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도 하지만 우선 아주 똥손이라 뭔가를 만들어서 먹는다는 것 자체를 상상하기가 힘들다. 그나마 밥과 찬 종류는 그럭저럭 만들수는 있지만 간식이라 부를만한 디저트류는 손도 많이 가고, 맛내기도 어려우므로 요리 똥손이 만들기란 거의 불가능하게 느껴진다. 결국 사서 먹을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고, 한번에 여러개를 사놓고 쟁여둘 수 있는 제품으로 메뉴가 한정되므로 다양한 디저트를 즐기기 어렵다는 뜻이 된다.


일단 디저트류는 손도 많이 가고 만드는 과정이 너무 복잡하다. 때로는 정교한 기술을 필요로 하는 것도 있다. 물론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것인만큼 가게에서 파는 것처럼 섬세하고 예쁘게 만들 것까진 없겠지만 디저트류는 일반 요리와는 느낌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체감상 더욱 어렵게 느껴진다. 그리고 막상 큰 맘 먹고 디저트류를 만들어 보려고 인터넷을 뒤져서 레시피를 보면 꼭 이상한 재료들이 끼어 있고, 이상한 도구들이 필요해서 한번 해먹고 말건데 그런 재료나 도구들을 사기도 애매해서 결국 또 다시 디저트 만들기는 포기하고 만다. 또 결정적으로 요리 똥손인 사람들은 힘들게 겨우 완성을 시켜도 맛을 보장하기가 어렵다. 이런저런 이유들로 집에서 수제디저트 만들기는 도전 자체를 꺼리게 된다. 


하지만 [테누키친 마법의 간식 레시피]가 있으면 이런 걱정 없이 평소 상상하기만 하던 디저트 간식을 뚝딱 만들수가 있다. [테누키친 마법의 간식 레시피]는 어렵게만 느껴지던 디저트를 집에 굴러다니는 흔한 재료로 너무나 간단하고 가벼운 레시피로 누구나 뚝딱 맛있게 만들 수 있게 알려주는 간식 레시피북이다. 디저트는 사먹는 것이지 만들어서 먹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나 같은 요리 똥손도 정말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마법 같은 레시피를 공개하고 있어서 부담없이 다양한 종류의 디저트를 만들어볼 수 있다. 여기 소개된 레시피에는 과정이 복잡하지 않을 것, 재료가 많지 않을 것, 누구나 따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세가지 조건이 붙는다. 과정을 최대한 생략하면서, 적은 재료로, 누구나 실패 없이 맛있게 만들 수 있는 레시피를 지양하고 있다.


우선 [테누키친 마법의 간식 레시피]에서 소개하는 간식들은 집에서 늘 사용하는 도구로 만들 수 있다. 가끔 특별한 도구가 필요하지만 이런 것도 대형마트나 다있는 그곳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리고 모든 레시피는 오븐이 필요하지 않다. 전자레인지나 오븐토스터 등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집에 오븐이 없거나 오븐을 쓰기 번거로운 사람들도 부담없이 만들 수 있다. 아마도 에어프라이기를 사용해도 될 것도 같은데 이건 좀 해봐야 알 것 같다. 또 재료는 최대 5가지를 넘지 않는다. 딸랑 2가지만으로 만들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서 많아도 5가지이고 특이한 재료와 구하기 어려운 재료는 없어서 재료에 대한 압박도 전혀 없다.


게다가 스펀지 케이크, 치즈케이크, 티라미수, 토스트, 도넛, 파이, 쿠키, 푸딩, 젤리, 화과자,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이 외에도 정말 다양한 종류의 디저트 레시피를 소개하고 있어서 취향에 따라 골라서 만들어 먹을 수 있다. 2가지 재료로 만들기, 3가지 재료로 만들기, 잘 섞어서 전자레인지에 돌리기만 하면 되는 것, 포장 용기째로 만들 수 있는 것처럼 귀차니스트들의 눈길을 잡아 끄는 리스트가 가득하다. 간단함을 모토로 하고 있는만큼 실제 레시피도 한페이지로 다 조지고 있다. 한페이지 안에 완성된 완성품의 사진과 필요한 재료, 만드는 과정, 각 과정 중의 포인트 까지 전부 들어가 있다. 그렇다고 내용이 부실하다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다. 재료와 만드는 과정 자체가 워낙 초간단이라서 한페이지로 충분한 것이다.


설명이 부족하기는 커녕 오히려 포인트를 짚어주고, 조리의 요령과 응용법, 보관법도 친절하게 알려주고, 혹시라도 오븐을 활용할 경우 오븐 조리법까지 알려주고 있어서 설명이 이보다 더 상세할 수 없다. 예전 냉부에서 김풍 작가의 레시피가 굉장히 인기를 끌었고, 백주부의 레시피는 하나의 문화현상처럼 번져었는데 그게 모두 재료나 도구, 과정을 간략하고 쉽게 변형해서 요리에 소질이 없고, 만들어 먹는 것이 귀찮은 사람들도 간단하게 따라해서 기본 이상의 맛을 보장하는 초간단 레시피를 제시했기 때문이었는데 [테누키친 마법의 간식 레시피]도 똑같은 컨셉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설거지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우유팩, 쥬스팩 등 원재료가 담긴 통을 그대로 활용하여 만들거나 비닐봉지를 이용하는 등의 아이디어도 너무 좋다.


겨우 이 정도의 재료와 수고스러움만으로 무려 이 정도의 결과물이 나온다는 게 마치 마법 같이 느껴진다. 보통 이런 레시피북은 볼 때는 알록달록 예쁜 완성품에 감탄하며 맛있겠다며 꼭 따라해봐야지 하고 생각하지만 눈으로만 대리만족을 하고 막상 따라하지 않게 되는 일이 많은데 [테누키친 마법의 간식 레시피]은 재료도 전부 집에 있는 것들이고, 특별한 도구도 필요없고, 과정도 라면을 끓이는 것만큼 쉬워서 나같은 똥손에 귀차니스트도 따라할 수 있는 초특급 레시피다. 책만으로 부족하게 느껴진다면 저자의 유튜브 방송을 참고하는 것도 좋겠다. 방송조차 너무 간단해서 3~4분 분량 밖에 안된다. 맨날 먹는 고만고만한 인스턴트 간식에 질렸다면 온라인으로 간식거리를 찾고 주문할 수고스러움 정도만으로 나만의 맛있는 디저트를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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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누키친 마법의 간식 레시피
테누키친 지음, 조수연 옮김 / 시그마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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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느껴지던 디저트류를 두세가지의 재료만으로 간단하게 뚝딱 만들어 낼 수 있는 마법이 일어납니다. 라면 끓이는 수고스러움 정도로 각종 디저트를 만들 수 있다니 정말 신기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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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잡기 아주 좋은 만화 미적분
요람 바우먼 지음, 그래디 클라인 그림, 정경훈 옮김 / 바다출판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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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때 수학은 좀 좋아했었다. 단지 좋아했을 뿐이지 잘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건 수학을 그다지 싫어하지는 않았는데 그럼에도 미적분만은 좀 힘들어했었던 것 같다. 일단 미적분은 어렵기도 오질나게 어렵거니와, 대체 미적분이 뭔지 정의나 개념도 분명하지 않고, 무엇 때문에 미적분을 하는 건지, 어디에 써먹는지도 알지 못한채 그저 무작정 문제풀이만을 했었기 때문에 좀 친해지기가 어려운 파트였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미적분이 뭔지, 왜 이런 식으로 계산을 하는건지, 도대체 이런 계산이 어디에 필요한지 알지 못한다. 도대체 어디다 써먹는 것인지 미적분의 정의는 뭔지, 어떤 개념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사뭇 궁금하다.


대학교 때 공업수학을 배웠는데 그땐 죄다 미적분이었다. 이때도 무작정 계산을 하고, 어떻게 문제를 푸는지에 대해서만 알려줬지, 미적분이 뭔지, 왜 이걸 배워야 하는지, 어디에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말해주지 않았었다. 수학, 미적분을 못했던 변명일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기본에 대한 이해가 충족되지 않고서는 그 이상의 내용은 이해하지 못하는 스타일이 때문에 미적분의 개념을 모른채 일방적으로 계산만 하는 것은 이해도 안되고 강의를 따라가기가 참으로 버거웠다. 개념에 대한 설명은 없이 그저 문제풀이를 위한 기계적인 반복작업만을 하였는데 이게 우리 공교육의 문제점인 것 같다. 이런식으로 수업을 하니 수학은 배워도 써먹지도 못하는 실용적이지 않은 과목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수많은 수포자를 양산하게 되는 것이다.


고등학교 때 처음 미적분을 배운 이후로 아주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드디어 이 책 덕분에 미적분에 대한 개념을 잡을 수 있게 되었다. [개념 잡기 아주 좋은 만화 미적분]은 미적분을 공식이나 문제풀이가 아닌 그 것의 개념을 설명해준다. 도대체 미적분이 무엇인지부터 미분하는 방법, 적분하는 방법, 미적분으로 이어진 둘의 관계, 경제학이나 물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적분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등 미적분에 대한 모든 것을 털어본다. 보통 미적분을 교양으로 다루는 책은 미적분이 유용하게 쓰이는 응용파트에 집중하는데 여기서는 그런 것보다 큰 개념에 집중을 한다. 그래서 어려운 공식이나 여타의 수학적인 부분은 건너 뛰어서 개념잡기가 더 용이하다.


간단히 말하면 미분은 변화율에 관한 것이고, 적분은 길이·넓이·부피에 관한 것이다. 변화를 측정하는 것과 공간을 측정하는 것 이것이 미적분의 핵심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미분을 통해 무수한 시간을 하나의 순간에서의 변화 즉 순간변화률을 알아내고, 적분은 길이·넓이·부피를 무수하게 잘게 쪼개서 다시 더함으로써 그것의 추정값을 알아내는 것이다. 설명을 듣고 나니 적분을 이용하여 곡선의 넓이를 구하는 것을 학교 때 배운 기억이 난다. 책에서는 둥근 피자를 매우 작게 똑같은 크기로 잘라 그것을 다시 붙혀서 넓이를 구하는 식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어쨌건 미분은 순간의 변화를 알아내기 위해 매우 작은 것을 매우 작은 것으로 나누는 형태이고, 적분은 매우 작게 나눈 것을 매우 큰 것(많은 것)으로 곱하는 형태이다. 그래서 미분은 나눗셈과 유사하고, 적분은 곱셈과 유사하다고 하겠다. 나눗셈과 곱셈은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고 따라서 미분과 적분도 서로 반대가 된다. 미적분은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라는 것을 책에서는 강조하고 있는데 그 반대되는 개념을 통해 나중에는 서로 이어진 미적분의 개념으로 설명한다.


솔직히 이 책을 읽기 전까진 학교에서 미적분의 개념에 대해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고만 생각했는데 책에 나온 설명을 차근차근 따라가다보니 조금씩 학교 때 배웠던 내용들이 생각나고, 그때도 미적분의 개념을 배웠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러나 이 책에서만큼 이해하기 쉽게 배웠을 것 같진 않다. 일단 책은 만화로 되어 있어서 어려운 미적분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줄어든다. 만화라는 형식 덕분에 진입장벽이 확 낮아진 것이다. 만화라도 그림은 적고 글자가 가득한 형태의 만화도 있는데 이 책은 의외로 글자가 적은 편에 속한다. 그렇다고 설명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텍스트가 적어서 설명이 길고, 어렵고, 복잡하다는 느낌은 조금도 없다. 만화라도 설명이 어렵고 긴 것은 이해도 잘 안되고 지루해서 금새 책을 덮게 되는데 [개념 잡기 아주 좋은 만화 미적분]은 우선 글 자체가 적어서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지도 않고, 문장이 짧고 핵심적인 내용들을 전달하기 좋은 형태로 간략하게 쓰여져 있어서 가독성도 뛰어난 편이다.


글자가 적은 이유는 글자로 설명할 내용을 그림으로 커버하기 때문이라 설명글은 적지만 직관적으로 이해하기는 더 용이하다. 책 속의 만화는 단순한 삽화나 배경그림 같은 느낌이 아니라 그림 그 자체가 미적분에 대한 해설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서 설명하는 내용의 의미를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함축적이고, 쉬운 예시로서의 만화가 삽입되었고, 설명하고자 하는 내용을 이해하기 좋게 되어 있다. 그럼에도 마냥 쉬운 것만은 아니라 중간중간 공식이 나오고, 수학적 개념을 이해해야 하는 곳은 조금씩 어렵게 느껴지는 곳도 있지만 공식을 외우거나 계산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개념을 잡는다고 생각하고, 공식을 외우는 것은 과감히 포기하고 이해하는 데만 집중하면 비교적 어렵지 않게 책을 계속 읽어나갈 수 있다.


미적분의 개념을 공부하고 나서 문제풀이로 빠지는 것이 아니라 미적분이 과학, 경제 등의 분야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알아보니 미적분의 개념을 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미적분 공부를 하기 전에 뭔가 분명하지 않고, 손에 잘 잡히지 않는 미적분의 개념정리를 명확히 하고 나면 미적분을 접하는 것이 훨씬 쉬워질 것 같다. 학교에서 미적분을 배우기 전의 학생이나 교양으로서 미적분을 배워보고 싶은 사람에게 매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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