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 사랑이 뭔가요? - 사랑에 대한 철학자 8인의 까칠 발랄한 수다
노라 크레프트 지음, 배명자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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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번쯤은 사랑에 울고 누구나 한번쯤은 사랑에 웃고 그것이 바로 사랑 사랑이다. 사랑이란 굉장히 광범위한 가치로 사랑이란 게 꼭 남녀간의 사랑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사랑, 친구간의 우애도 모두 사랑이다.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한번쯤 사랑받은 기억이 있을 것이고, 한번쯤 사랑을 했던 기억도 있을 것이다. 혹은 아직 사랑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사랑을 하고 싶다고 생각을 하며 사랑을 갈구할 것이다. 사랑은 인간에게 있어 영원한 화두로 수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노래하고, 영화, 문학, 회화 등 수많은 컨텐츠에서도 사랑을 다룬다. 그런데 도대체 사랑이 무엇이길래 우리는 이렇게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우리는 항상 사랑을 말하고 사랑이 뭔지 알고자 하지만 아무리 사랑을 많이 해본 사람도 정작 사랑이 무엇인지 말하기가 참 어렵다.


[소크라테스, 사랑이 뭔가요?]는 8명의 철학자가 여러가지 사랑에 대한 철학적 대담을 나누며 사랑을 철학적으로 고찰해보는 책이다. 소크라테스, 칸트, 아우구스티누스, 프로이트, 키르케고르, 보부아르, 셸러, 머독 등 시대를 뛰어넘은 8명의 철학자들의 관점으로 사랑의 의미와 이유는 무엇인지, 왜 사랑하고 어떻게 사랑하는지, 사랑과 호르몬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사랑은 왜 우리를 행복하게 혹은 불행하게 만드는지, 사랑에도 권리라는 것이 있는지 같은 사랑과 관련된 10가지 주제로 철학 대담을 펼친다. 섹스로봇과 데이팅 앱과 같은 현대 사회의 문화를 반영한 주제도 있어서 시대를 타지 않는 사랑에 대한 고전적인 주제와 지금 시대의 최신 주제들을 모두 다루고 있어서 철학적으로 생각할거리도 다양하다.


칸트가 7명의 친구를 저녁 식사에 초대해서 사랑을 주제로 100분 토론을 펼친다는 형식인데 그래서 책은 대화 형식을 띄고 있다. 딱딱한 설명문으로 된 일방적인 지식전달과 이론적 개념의 나열이 아니라 8명의 철학자들이 서로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고, 반박하고, 때론 상대의 주장에 설득되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랑을 둘러싼 여러 철학적 개념을 소개하고 있어서 보다 쉽고 재미있게 철학적 개념을 접할 수 있다. 각기 다른 철학사상을 가진 철학자들이 각자의 철학적 개념을 바탕으로 하여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어서 여러가지 주장과 각기 다른 철학적 관점으로 사랑을 바라보고 분석할 수 있어서 평소 생각해보지 않았던 관점으로까지 폭넓은 시각으로 사랑을 고찰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특히 섹스로봇이나 데이팅 앱 같은 최신의 주제를 고전적인 철학 사상으로 풀어간 것이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사랑과 쾌락, 사랑할 의무와 사랑받을 권리 같은 고전적인 주제는 어쩌면 이들 철학자들의 철학을 빌어 설명하는 것을 한번쯤 봤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고전적인 주제를 고전 철학자의 사상으로 설명하는 것은 좀 자연스럽게 느껴지는데 현대 사회의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고전적인 철학으로 돌아보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아서 좀 새롭고, 이런 문화가 없던 과거의 철학자들은 과연 지금 이런 문화를 어떻게 바라볼지 생각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한국에서도 데이팅 앱이 많이 출시되었는데 책 속의 철학자들은 이 데이팅 앱을 우려한다. 마트에서 상품을 고르듯이 사람(사랑)을 고르게 되는데 수많은 후보자들 중 내가 선택받기 위해서는 나의 있는 모습 그대로가 아니라 상대가 나를 어떻게 볼지를 이해하려고 하고, 상대의 마음이 아니라 상대의 눈에 매력적으로 보이려는 노력을 하게 될 것이이며 우려한다. 반면 데이팅 앱에는 수많은 선택지가 열려 있어서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도 있고, 개인에 따라서는 하룻밤의 쾌락의 대상을 찾아 해방감을 누릴 수 있으므로 여기엔 사회적 규범이나 관습을 벗어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볼 수도 있다는 소수의견도 나오지만 데이팅 앱에는 해방이 없다고 바로 반박 당한다.


여성은 현재까지도 여전히 섹스의 주체가 아닌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고, 남녀 모두 여성의 가치를 남성을 위한 매력으로 측정된다는 관념을 가지고 있는데 이때문에 데이팅 앱이 여성에게 해방구가 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앱 때문에 여성들은 자신의 이미지를 예민하게 걱정하고, 남자로부터 외면이라도 당하면 불안감을 느끼게 되므로 더욱 남성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이미지를 가꾸며 그런 가치에만 몰입하게 될 것이고, 반대로 남자들은 여성의 외모에만 관심을 두고 가능한 한 많은 여자를 낚으려 할 것이기 때문에 앱이 여성에게 해방구가 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여성을 수동적인 존재, 남성에게 어필하기 위해 여성성을 강조하려는 존재로 보는 것이고, 결국 여성이 피해자라는 식의 인식이 깔려 있는 의견이다. 물론 이 주장은 아이리스 머독과 아우구스티누스의 입을 통해 말을 하고 있지만 사실상 저자의 생각이라고 봐야한다.


문제는 과연 지금 사회의 남녀가 저자의 주장대로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여자는 섹스의 대상으로 여겨지고, 남자에게 잘보이기 위해 여성성을 강조하는데만 신경쓰고, 남성은 성욕을 채우기 위해 얼굴 품평을 하며 여성을 낚으려는 존재일까? 개인적으로는 저자의 남녀에 대한 관점이 너무 과거의 인식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물론 빠르고 광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한 데이트 앱 상에서는 상대에게 어필하기 위해 상대가 좋아할만한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여성들은 남성에게 어필할 수 있는 여성성을 더욱 부각하며 그런 것들을 개발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 반대의 경우 역시 똑같이 작용한다는 점은 간과하고 있다.


데이트 앱을 이용하는 여성들이 남성의 관심을 받기 위해 자신을 외적으로 가꾸고 여성성을 드러내기 위한 힘든 노력을 했는데 그렇게 힘들게 자기투자를 한 여성들이 아무 남자나 연락이 오면 다 만날까? 천만의 말씀이다. 저자는 데이팅 앱을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고르는 것과 같은 것으로 묘사했는데 그야말로 여성을 수동적이고 나약한 존재로만 생각하는 잘못된 피해의식에 기인한 것이다. 남자가 여성을 고른다면, 여성도 남자를 고른다. 데이팅 앱의 구조는 조선 시대 때 임금이 무수리를 찍어서 오늘 내 방으로 들라 해라~ 이런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성이 남자의 마음에 들기 위해 섹스어필을 뽐내며 프로필을 올려놓으면 수많은 발정난 남자들이 쪽지를 보낸다. 그럼 여성이 그 남자를 다 만나는 게 아니다. 그중 여성의 마음에 든 최종 1인에게만 여성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자연에서 최종 선택은 언제나 암컷의 몫이라는 것은 불변의 진리다.


자, 그렇다면 남성 역시 여자의 마음에 들기 위해 몸을 만들고, 그루밍을 하며 가꾸고 꾸민다. 그렇게 해야만 수많은 다른 수컷들 사이에서 간택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팅 앱이란 남자가 앱에 쭉 나열된 수많은 여성들 중 제일 예뻐 보이는 한명을 취사선택해서 취하는 대형마트 시스템이 아니라 상호 선택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일례로 몇해전 전세계적으로 인셀이란 말이 크게 유행한 적이 있었다. 연애를 하고 싶지만 여성에게 선택받지 못한 비자발적 독신남을 뜻하는 말로 이들은 일부의 알파 메일인 엄친아 채드가 여성을 독점하는 구조에 대해 분노하며 묻지마 범죄를 저질렀다. 저자의 주장처럼 여자들은 남성에게 어필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남자들은 그런 여자들을 쇼핑하듯 어플로 여자들을 낚아서 성욕을 채운다면 저런 분노하는 인셀이 왜 등장했겠는가? 즉, 저자는 진짜 현실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깊은 의문을 가지게 된다.


기본적으로 이 책은 철학자들의 철학 사상을 가져와서 저자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말하자면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을 철학자들의 사상이란 형식을 빌려와서 자신의 주장에 힘을 싣는 권위에 호소하는 논증으로 만들어진 책인 셈인데 저자의 기본 마인드 자체가 너무 일방적이고 어떤 피해의식 같은 것이 깔려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일부의 현상만을 주관적이고 협소한 시각으로 보고 있는 것 같은 생각도 든다. 하지만 여러가지 철학적 개념과 관점으로 사랑에 대한 여러가지 주제에 대해 생각을 해보면서 책을 읽는 사람도 사랑에 대해 다양한 관점으로 생각을 해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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